경향신문(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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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정동칼럼] 복지체험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내일이 추석이다. 우리나라 명절 자리에선 정치 이야기가 단골 메뉴다. 정치를 신뢰하지 않지만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심정 때문이리라. 국정원, 내란음모, 검찰총장 등이 술상 위로 오르겠지만 복지 이야기도 오고 가면 좋겠다. 당장 무상보육 비용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경기도에선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 김문수 도지사와 김상곤 교육감이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대표선수로 나섰을 뿐 모든 지자체에서 사정은 비슷하다. 어떻게 예산 비중을 조정하든 필요한 돈은 결국 시민과 기업의 몫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시민들에게 세금 주제를 꺼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세금 정의가 제대로 서지 못한 게 주요 이유이..
2013.09.18 -
[경향] 술값 내는 사람과 세금 내는 사람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지금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7년 전쯤에 난 몹시 어려웠다. 경영하던 회사가 나의 무모한 사업 확장 때문에 4년 동안 휘청거리다 결국 문을 닫고 쫄딱 망한 뒤였다. 창피하다고 일부러 숨어 지내지는 않았다. 사업에 망했다고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지 않을 버릇하면 그 세계에서 매장당하니 일부러라도 나갔지만, 그보다는 친구가 필요해서 그랬다. 힘들거나 즐거웠던 기억을 함께 끄집어내어 나누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일만큼이나 삶의 활력소 노릇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친구가 필요하다. 자잘한 정보가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위안을 받을 때도 있으며, 내가 여전히 그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제야 말하지만, 당시 어느 ..
2013.09.01 -
[경향 칼럼] ‘아래로부터’ 증세정치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박근혜 정부가 직접 증세는 아니지만 사실상 증세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증세 논쟁의 불을 지폈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모두 ‘기업 투자와 부자 소비’를 명분으로 오로지 감세로만 치닫던 걸 생각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세금폭탄론 파동을 겪었지만, 보편복지 세력에게는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진보 지식인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의 조세 정서를 무시한 채 증세만을 당위적으로 외친다는 지적이다. 경청할 이야기다. 실제로 보편복지를 주창하는 정당,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넘어 세금 당사자들과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가? 시민들이 손보라는 재정지출, 과세인프라..
2013.08.21 -
[경향] “사회복지세 신설 땐 연 20조 더 걷혀 증세·복지재원 동시 해결”
ㆍ4개 복지시민단체 ‘별도 목적세’ 제정 청원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4개 복지시민단체가 추진하는 ‘사회복지세’는 복지에만 쓰는 세목(목적세)을 신설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복지 수요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소비세 등을 건드려서는 집행이 투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증세에 대한 국민적 반발도 큰 만큼 아예 별도의 세목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특히 복지의 규모를 국민에게 먼저 물어 합의를 구한 뒤 그 규모만큼 세금을 더 걷으면 되기 때문에 국민 동의를 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복지 확대 등을 이유로 증세를 했지만 그 재원이 당초 목적대로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의..
2013.08.18 -
[경향] 건보료를 올려라, 가입자 단체여!
[정동칼럼]건보료를 올려라, 가입자 단체여!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우리를 억누르는 민생고 중 빠지지 않는 게 병원비다. 이것만 없어도 노후 걱정의 절반은 사라질 듯하다. 병원비로 인한 아픈 사연을 수없이 듣고, 민간의료보험 광고를 곳곳에서 보며 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중병에 대비하기에 허약한 탓이다. 병원비 문제는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 해법도 어려워 보인다. 우선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해 비급여 진료가 방치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 MRI 등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임에도 돈이 모자라 급여 적용을 못해준다. 행위별 수가제라는 진료비 산정방식도 문제다. 진찰, 검사, 주사 등 세부 의료 행위마다 가격을 지불하는 까닭에 과잉진료를 유도한다. 공공병원도 10%에 불과하다. 의료기관 절..
2013.06.27 -
[경향 칼럼]외국인 의료관광호텔 설립 허용
정부가 ‘메디텔(의료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병원이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돕자는 취지다. 메디텔 설립을 추진 중인 병원들은 “메디텔은 환자와 보호자를 배려하는 숙소”라면서 “(입법예고안의)설립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는 “메디텔은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에 다름 아니며 궁극적으로 전국민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 사실상 ‘영리 병원’ 허용… 의료·건보체계 붕괴 불보듯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과 유치업자에게 메디텔(의료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
2013.06.07 -
[경향 칼럼]달맞이길의 세계화, 문탠로드
[문화와 삶]달맞이길의 세계화, 문탠로드 _ 이건범|작가·한글문화연대 대표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부산 해운대에서 청사포에 이르는 아름다운 산길이 있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이 길에 달이 뜨면 그 운치가 더하다 하여 사람들은 달맞이길이라 이름 붙였다. 난 그 소문을 듣고 몇 번 가보려 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하다 마침내 작년 봄에 이 길을 걷게 되었다. 그 입구에서 난 부산의 세계화 수준을 보고 감탄했다. 문탠로드! 한글로 크게 적은 그 이름에서 물씬 느껴지는 국어 사랑의 정신까지. 아마도 햇볕에 태운다는 ‘선탠’에서 따온 말이리라. 달빛에 뭘 태우는지는 몰라도. 부산의 세계화 수준은 영어로 이름 지은 센텀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긍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문탠로드의 비애는 이제 부산만의 일이..
2013.06.07 -
[경향] 내 건보료를 더 내게 해달라!
[정동칼럼]내 건보료를 더 내게 해달라!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대통령선거 복지 공약에서 그나마 논쟁을 벌인 주제가 병원비 해결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4대질환 국가책임으로 모든 병원비가 해결되는지’, 박근혜 후보는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할 재정이 있는지’를 상대 후보에게 물었다. 그만큼 병원비가 중요한 관심사였고, 국민건강보험은 재정이 부족한 상태이다. 국민의 병원비 걱정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 현재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가입자, 기업, 정부 세 주체가 분담한다. 가입자의 보험료가 정해지면 사용자가 동일한 금액을 내고 이어 정부가 전체 보험료 수입의 20%를 지원한다. 가입자의 보험료에 따라 기업, 정부 몫이 자동으로 정해지므로..
2013.05.30 -
[경향] 문화와 삶, 세종의 마음을 헤아리는 스승의 날로
[문화와 삶]세종의 마음을 헤아리는 스승의 날로 이건범 | 작가·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5월15일은 세종대왕께서 태어나신 날이다. 이날이 ‘스승의 날’이라는 사실이야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지만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께서 나신 날임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두 날이 같은 날짜인 건 우연이 아니다. 5월26일로 기념하던 스승의 날을 대한적십자사와 대한교련이 1965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옮겼던 것이다. 세종께서 1397년에 태어나셨으니 올해로 616돌이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 창제, 물시계와 같은 무수한 과학 장치의 발명, 농사 지식의 보급, 국경 정비, 의학 지식의 정리와 보급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결과물도 소중하게 기려야 하겠지만, 세종 탄..
2013.05.12 -
[경향] 노동절, 민주노총에 보내는 고언
[정동칼럼]노동절, 민주노총에 보내는 고언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늘은 노동절이다. 노동자에게 생일 같은 날이다. 자본주의 발자취는 인권을 유린당해온 노동자의 역사이기도 했다. 초기 시장경제는 노동자들을 죽을 지경까지 쥐어짠다는 의미에서 ‘악마의 맷돌’이었다. 그만큼 지금 우리 헌법에 담긴 노동권은 노동자들의 저항과 희생이 만든 귀중한 자산이다. 여기에는 엄혹한 시절 민주노조운동을 개척해 온 민주노총 몫도 있다. 그런데 현실은 생일 덕담만을 주고받기엔 갑갑하다.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자원을 가진 상당수 중심 노동자들은 종종 자신만을 챙기는 ‘이익집단’으로 간주된다. 민주노총은 6개월째 위원장조차 뽑지 못하는 내홍을 겪고 있다. 조직의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2013.05.03 -
[정동칼럼]복지 있는 노동이 강하다
[정동칼럼]복지 있는 노동이 강하다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박근혜표 복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복지공약을 수정하고 축소한 결과다. 4대 중증질환을 앓는 가족들이 절망하고, 기초연금 20만원을 기대하던 어르신들이 탄식한다. 저임금 노동자가 내야 하는 사회보험료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겠다던 약속도 사라져 버렸다. 정말 재정 여건이 어렵다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건만 애초 약속한 적이 없다니, ‘국민행복’ 시대라면서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본다. 그래도 나는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가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지난 100일 국정운영에 실망하고, ‘한국형 복지국가’ 공약이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도 그렇다. 박 대통령이 거듭 ..
2013.04.05 -
[경향논단] 고령화시대 진보의 연금정치
[경향논단]고령화시대 진보의 연금정치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몇 년간 잠잠했던 연금 논란이 다시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될 듯하다. 지금까지는 ‘급여’가 핵심 논점이었다면 이젠 ‘재정’이다. 노인이 많아지면 기초연금 재원도 늘어야 하고, 국민연금기금 소진도 이전보다는 절박한 주제가 될 것이다. 현재 가입자들이 지닌 국민연금 불신도 급여 수준보다는 미래 지급가능성에서 비롯된다. 국민연금이 보험료에 비해 후한 급여를 주는 제도임을 알아가고 있지만 문제는 재정 불안이다.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는데, 나중에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다. 국민연금기금 사용에 가입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다. 누가 이 연금재정 정치를 주도할까? 난 진보쪽..
201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