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16)
-
[경향] 그렇게 살지 않겠다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대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12년 경영하던 회사가 송두리째 무너질 때 나는 내가 끝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줄로 알았다. 힘들었지만 재수가 좋았던 덕에 나는 직원과 거래처 모두를 구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쳤지만 이제 와 고백하건대 내 목숨은 예외였으니, 내가 바친 모든 것은 내 목숨의 대가였다. 자기 목숨 걸고 어떤 책임을 진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우랴. 굳이 목숨까지 원치 않는 일이라 해도 난 그 뒤로 되도록 책임지는 일은 맡으려 하지 않았다. 책임져야 할 일이 하나씩 늘어나면 남몰래 실속의 잣대로 재서 그 가운데 어떤 책임은 체면 구기지 않으며 벗어던지고자 별별 수를 다 썼다. 그렇게 살았다. 권력을 누리면서 책임을 팽개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책임의 ..
2014.04.27 -
[경향] 갈팡질팡 기초연금안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나는 기초연금이다. 문을 닫는 3월 홀수 달임에도 나 때문에 국회가 열리고 있다. 어르신에게 하루가 급하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요구 덕분이다.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도 어젯밤에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국회에서 쟁점은 국민연금 연계에 따른 감액 지급이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라고 독려해놓고 이제 와서 가입기간만큼 감액하겠다니 황당한 일이다. 어젯밤 집안사람들이 급히 모인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물가 연동’의 위험성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차라리 우리 성을 갈자는 탄식까지 나왔다. 2007년에 태어난 나는 소득 연동이라는 유전자를 부여받았다.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에 맞추어 매년 자란다..
2014.03.13 -
[토론회] 속아서 하는 선거는 이제 그만!
지난 2월 24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등 복지시민단체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복지공약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이 날 토론회에 50여명의 노인들이 참여해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선태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 선거는 한 마디로 속아서 한 선거였다."며 "더 이상 선거때 마다 노인들이 속아서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위원장은 왜 복지시민단체들이 대통령을 사기죄로 고발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조수진 변호사와 참석한 토론자들은 사기 공약을 뿌리 뽑는 법적, 제도적 대안을 제안했다.
2014.03.02 -
[경향] 기초연금안에 숨겨진 독약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2월 국회에서 기초연금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월까지 기초연금법안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7월부터 20만원을 지급하는 게 어려워진다며 오히려 공세를 편다. 국회에 기초연금 여·야·정협의체가 구성되었는데, 지급대상 논의는 노인의 70~80%로 모아지고 있어, 쟁점은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이냐 별도 균등지급이냐로 집중되고 있다. 나는 보편주의 기초연금을 지지한다. 재정이 더 들더라도 부자 노인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하고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을 세금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게 복지와 재정의 선순환이다. 그런데 차등지급 쟁점과 함께 정부안에는 기초연금 설계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 새누리당의 일정 압박에 쫓긴 탓인지 민주당조차 ..
2014.02.19 -
[알림] 박근혜 정부 1년, 복지공약 토론회
왜 대통령을 복지공약 사기로 고발했는가? 공약 사기 실체 규명하고 방지대책 마련한다 선관위 권한 강화하고 당선 후 이행평가 시행해야 박근혜대통령 1년을 평가하는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복지공약 사기’ 논란이다. 이에 박근혜대통령을 복지공약 ‘허위사실 공표죄’와 ‘사기죄’로 고발했던 3개 복지단체(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으로 박근혜 대통령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2월 24일(월) 오전 11시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복지공약 사기 논란의 실체를 규명하고, 향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대통령을 고발한 근거를 밝힌다. 오위원장에..
2014.02.18 -
<세금 이야기 1> 사회복지세는 시민참여형 부자증세다
보통 부자증세 먼저 하고 복지를 누린후에 보편증세도 생각해보자 말합니다. 진보진영, 시민사회 대다수 의견입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세는 부자증세와 보편증세를 대립적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에서 20%씩 더 내자는 게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사회복지세입니다. 현재 소득세 면세점 이하에 있는 40%는 사회복지세를 내지 않고, 월소득 300만원 이상자부터 누진적으로 사회복지세가 부여됩니다. 월 300만원 소득자는 월 6천원, 500만원 소득자는 5만원, 1천만원 소득자는 24만원, 5천만원 소득자는 330만원을 냅니다. 상위 10%가 사회복지세 소득세연동 사회복지세의 80%를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이명박정부의 부자감세가 부자만 감세해준 건 아닙니다. 전체 계층에게..
2014.01.05 -
[경향] 철도노동자 바통 이어 달리자
_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국회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가 구성됐다. 공공기관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조건에서 공기업 노동조합이 민영화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국회 논의기구까지 만들어낸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제 야권과 시민사회가 제 역할을 할 차례다. 철도파업이 시작되기 이전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걸 자성한다면, 앞으로는 철도노조처럼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야당은 철도소위에서 치열해야 한다. 시민들이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제기하는 의문들을 속 시원히 풀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파업하면 이로 인한 불편만 보려 했던 예전의 시민이 아니다. 엉성하게 철도소위가 운영되는 걸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논점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정부가 발급한 면허권의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
2014.01.02 -
[내만복 칼럼] "박근혜 '민영화 아니다'? 30년 전에나 통할 얘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의 모든 것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의 성격을 두고 찬반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나는 민영화 비판론의 입장에 서 있다. 현재 논점이 되는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비판 근거를 정리한다. 결론을 먼저 밝히면 아래와 같다. 다섯가지 논점에 대한 입장 첫째,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민영화인가? 그렇다. 정부는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자회사이니 민영화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30년 전에나 통하는 이야기이다. 1980년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공기업 민영화에도 여러 '파생상품'을 개발해 왔다. 지금 박근혜정부의 자회사를 경유한 민영화는 정부 민영화론자들이 내놓은 철도민영화 상품이다. 김대중 정..
2013.12.24 -
[경향] 복지재정, 이젠 지역 주민이 나서야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빈약한 복지를 한탄한다. 늦은 밤까지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만나거나 생활고에 목숨을 끊은 집안 가장의 소식을 들을 때면 이게 ‘사람 사는 나라가 맞느냐’는 분노가 일어난다. 아직도 곳곳이 복지 사각지대이다. 그래도 근래 복지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나 노인이 없는 집은 그다지 느끼지 못하지만 급식, 보육, 기초노령연금 등에서 의미있는 ‘복지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웃에 사는 엄마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무상보육의 혜택을 강조한다. 집에서 돌봐도 20만원까지 양육수당을 받는다. 복지공약 위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기초연금 역시 내년 7월에는 대다수 노인에게 20만원씩 제공될 예정이다. 공약 후퇴 논란으로 동네북이 되었지..
2013.11.22 -
[경향] 장애에도 급수가 있다더니
이건범 | 작가·한글문화연대 대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볼썽사나운 짓을 하는 사람을 비웃을 때 쓰는 말이 있다. “병신도 급수가 있다더니, 꼴값을 떨어요.” 얄궂다. 나는 눈 병신, 시각장애인이다. 급수가 있다. 나는 1급이다. 1급이 가장 눈이 나쁜 사람이고 그로부터 6급까지 등급이 있다. 1999년에 처음 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시각 장애 5급으로 비교적 장애 정도가 가벼웠지만, 2005년에 1급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1급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서면서 두 가지 야릇한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흠, 이런 정도라면 정말 언젠가는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겠네.’ 걱정이었다. ‘그런데 등급이 올랐으니 혜택도 늘어나겠는걸.’ 무슨 어려운 자격증을 딴 사람처럼 으쓱했다. 5급 진단을 받았..
2013.10.26 -
[경향] 박근혜·기초연금 파혼기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나는 기초연금이다. 거의 1년 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서 청혼 꽃다발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11월5일,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하기 바로 전날이다. 대한노인회 어른들에게 인사를 올려야 한다며 채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나를 이끌고 갔다. 사실 우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약혼을 한 상태였다. 곧바로 결혼까지 하려 했으나 부모님의 허락을 얻지 못했다. 5년을 더 지켜보겠다는 말씀을 들어야 했다. 그럭저럭 잘 지내온 편이다. 그런데 지난해 총선을 준비하면서 그가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진두지휘한 새누리당 총선공약에서도 나는 없었다. 우리 집안 어른들의 실망도 무척 컸다. 하지만 감수하기로 했다. 그는 지킬 수..
2013.10.18 -
[유인경이 만난 사람] “기초연금 공약은 애초부터 기획된 사기”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유인경이 만난 사람 -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당선 이후 환경 변수가 악화돼 부득이하게 수정할 순 있지만 이건 처음부터 뜻이 없었던 것”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국무회의에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던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분들에게만 차등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핵심 공약이 후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는 아니지만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사과했다. 약속은 깨져야 제맛이고 공약은 빈 말과 동의어라고 관대하게 해석해도,..
201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