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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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연금개혁에서 미래 세대는 어디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가 4월 활동시한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회의에선 경영계 위원들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은 동시에 추진하되, 보험료와 연금급여의 수급불균형을 줄여나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더 내고 더 받으면서 지속 가능성까지 도모하니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회의록을 보면 실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대체율을 올리면서 기존의 수지불균형까지 줄이려면 보험료율 인상 폭이 무척 커진다. 현재 보험료율이 9%이지만 연금수리적으로 대체율 40%에 부합하는 수지균형 보험료율은 2배인 18% 안팎이고 여기서 대체율을 올리면 필요보험료율은 20%가 넘는다. 그런데도 정부안은 대체율을..
2019.03.13 -
[경향] 어린이 무상의료, 지금 시작하자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어느 정부든 임기를 마친 후 가장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정책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긍정적인 정책으로 무엇이 꼽힐까? 아마 ‘문재인케어’가 유력한 후보이지 않을까 싶다. 집권 이전부터 꼼꼼히 준비되었고 구체적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나중에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부족함이 남는다.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목표가 기존 63.4%에서 조금 상향된 70%에 머물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비급여의 우선 정비, 국민건강보험의 중장기 재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신중한 행보이다. 뜻이 이루어지는 걸까? 근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로드맵에 의하면 올해부터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가 사실상 제로화된다. 단계적으로 ..
2019.02.13 -
[경향] 우리말 대신 영어 남발하는 정부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대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2019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방안 가운데 하나로 ‘규제 샌드 박스’를 언급했을 때 나는 화들짝 놀랐다. 작년 3월에 정부 혁신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어려운 행정용어 쓰지 말자셨던 분이 왜 이러시나…. 나도 모르는 말인지라 여기저기서 얻어듣고야 이 말의 의미를 겨우 알아챘다. 관료들은 마땅한 우리말이 없어서 샌드 박스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겠지만, 그럼 그냥 ‘모래 상자, 모래판’이라고 하면 안될 까닭이 있을까? 어차피 놀이터 상황에 비유해 나온 말이므로 그런 맥락을 설명해주지 않는 한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다. 기왕 설명할 거라면 우리말로 이름 붙이는 게 옳고, 좀 더 잘 다가오는 새말을 만든다면 더욱 좋다...
2019.01.30 -
[경향] 재정은 그 정부 철학을 말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신재민씨의 독특한 스타일, 정치권의 과도한 공방 등으로 사안이 복잡해졌지만,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당시 차관보가 카톡방에 보낸 문자이다. “핵심은 GDP 대비 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겁니다.” 아직까지 공식적 부정이 없는 걸로 봐선 실제 문자라고 판단된다.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글이다. 그는 뜻을 다 펴지 못한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진보의 나라는 어떤 걸까, 이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묻고 답을 찾아가다 힘주어 강조한다. “재정은 그 정부의 철학을 말한다.” 집권 초기부터 국가재정법을 제안하고 재정전략회의를 도입하며 재정의 역할을 강..
2019.01.09 -
[경향] 정말 포용국가로 가고 있는가?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글자 크기 변경‘나라다운 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다.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 시작은 뭉클했다. 취임 3일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다. 며칠 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역사에 남을 감동극이었다. 대통령과 유족의 포옹에 모두가 울었다. 아픔을 보듬은 눈물, 이제 나라가 제대로 가겠구나 하는 벅참의 눈물. 1년 반이 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 아래까지 내려갔다. 주변 여론도 심상치 않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고대하는 사람들이다. 머뭇거리는 민생 정책을 한탄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떠오르지 않고, 묵직한 발걸음도 보이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
2018.12.12 -
[경향] 연금보험료 1%의 마법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방안에서 “보험료 인상 부분이 제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란다. 대통령의 반려 소식을 듣는 순간 2015년 연금 논의가 떠올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대체율 인상이 내키지 않았으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막판에 청와대 반대로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던 실무합의안이다. 작년 대선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소득대체율 50%를 거듭 주장하며 ‘2015년 ..
2018.11.14 -
[경향] 퇴짜 맞은 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보험료 인상은 ‘부담’인가, ‘책임’인가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독막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더 많이, 오랫동안 받으려면 그만큼 더 내야 한다. 개인 간의 계약에선 당연한 원칙인데, 국민연금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는 시기와 받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노후의 충분한 생계비가 되게 하고 100년 뒤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게 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언제 얼마나 올릴 것인가다. 5년마다 나오는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연금 개편 초안을 만들었지만 보험료율 ..
2018.11.13 -
[경향] 국민연금의 역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시민 홍보자료에 담은 문구이다. 사회복지학계에서 국민연금을 소득재분배 제도라고 평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정말 그럴까? 본격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앞두고 꼭 점검해야 할 주제이다. 국민연금의 독특한 급여산식 덕택이다. 국민연금액은 자신의 소득에 연동된 비례급여가 절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에 연동된 균등급여가 절반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대체율이 소득에 완전 비례해 계층별로 동일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균등급여로 인해 누진구조를 지닌다. 저소득층일수록 유리한 재분배제도라고 말할 만하다. 우선, 연금공단의 이야기는 맞다. 보통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40%라고 소개되지만, 이는 평균소득자 기준이고 계층별로..
2018.10.17 -
[경향] 연금개혁에 대한 두 시각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연금개혁에 두 시각이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 공보험과 사보험 쪽 이야기가 아니다. 친복지 진영에서 상충하는 두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 연금개혁에서 시작된 둘의 차이는 깊어져왔고,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복수의 개편안 역시 두 시각을 반영한다. 사실 대체율 5%가 연금액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노후보장, 노후빈곤을 가르는 선도 아니다. 그럼에도 연금개혁 노선이 갈리는 분기점이다. 국민연금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진단이 엇갈리니 개혁 방향도 상이하다. 한쪽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모인 공적연금강화행동과 여기와 교류하는 사회복지학자들이 핵심 주체이다. 우리 사회 친복지세력의 전통적 시각으로 볼 수 있..
2018.09.12 -
[경향] 국민연금 개혁에서 주목할 점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발표를 앞두고 여론이 뜨겁다. 일부에선 국민연금 폐지 의견도 나오고 정치권은 벌써부터 책임 공방이다. 앞으로 논의가 생산적이길 바라며 국민연금 개혁에서 주목할 다섯 가지를 꼽아본다. 첫째, 우리나라 국민연금 재정이 지닌 특수성을 직시하자. 오랜 연금 역사를 지닌 선진국에서 연금 개혁의 주요 이유는 저출산과 수명 연장이다. 이들 나라에선 인구 변화에 적응하도록 연금을 다듬는 게 과제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재정에서 불안의 원인은 중층적이다. 빠른 고령화와 함께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수지불균형이 공존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공적연금의 대체율이 약 48%, 보험료율은 거의 19%이다. 스웨덴도 급여율과 보험료율이 독일과 엇비슷하다. 대체율..
2018.08.15 -
[경향] 건강보험 재정 정상화 묘수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재정 분야를 공부하면서 늘 의아한 주제가 국민건강보험이다. 올해 건강보험의 지출은 70조원으로 우리나라 사회보험에서 독보적이다(장기요양 포함). 아니 어느 행정부처보다 많다. 31조원의 국방부, 40조원의 국토교통부는 가볍게 제치고 자신의 상관인 보건복지부 63조원보다 많다. 현재 지출이 가장 많은 교육부가 68조원이니 실제론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최대 부처라 말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불가피한 사연이 있었다. 건강보험은 시작부터 단일 체계로 운영된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과 달리, 수백개의 지역·회사별 조합으로 출발했다. 조합마다 보험료율이 다르고 독립채산제로 운용되어 국가재정으로 편입되기 어려웠다. 이후 이러한 조합주의 방식에선 재정..
2018.07.18 -
[경향] KTX 승무서비스는 한 팀이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그제, KTX 해고 승무원들이 청와대까지 행진을 벌였다. 대통령에게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시위이다. 13년째 계속되는 일이다. 승무원들은 2006년 파업으로 해고를 당한 이래 농성, 시위, 재판 등 가능한 모든 활동을 벌였다. “이토록 처절하게 저항해도 잘 굴러가는 이 사회에 절망한다.” 예전에 서울역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가며 승무원이 한 말이다. 2015년에는 대법원의 판결로 복직의 희망이 무너지자 한 분은 목숨까지 끊었다. 세 살 아이를 남겨두고서. 만약 승객이 객실 출입문에 있는 알람손잡이를 당겼다면 누가 와야 할까? 가장 근방에 있는 직원이 오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가 열차팀장이든, 승무원이든. 갑자기 옆좌석 승객이 구토를 하거나 경련 증상을 보인다..
20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