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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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의사협회에 묻는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의술은 사람이 사람을 돌봐주는 참 아름다운 행위라 생각한다. 위급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때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개인적으론, 가족이 입원했을 때 주치의의 헌신적 진료를 기억한다. 병실을 오가는 다른 의사들 역시 혼신을 다했다. 가끔 병원에서 환자들이 의사에게 꽃다발을 주는 장면도 보았다. 그 고마움을 어찌 다 전할 수 있으랴. “하나를 내어주고 둘을 내어주다가 결국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더 잃을 게 없는 자들은 두려울 게 없습니다.” 의사협회 회장이 회원들에게 집회 참여를 독려하며 보낸 서신의 일부이다. 누구든 이 정도로 절박함을 호소한다면 마음으로 공감해야겠지만, 난 오히려 거북하다. 하루하루 어려운 여건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
2018.05.23 -
[경향] 사회보험료 더 내자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어느새 문재인 정부 1년이다. 촛불시민의 염원대로, ‘나라다운 나라’를 향해 가고 있을까?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는 문재인 정부가 순항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국정농단에 대한 청산이 진행되고, 한반도에 전해오는 평화의 소식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공정거래 구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복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재원으로 설계된다. 지금까지 복지논의를 이끌어 온 건 급식, 보육, 기초연금 등 세금복지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로 인해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이 복지예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과세수 덕택에 무난히 예산이 편성되었다. 물론 초과세수로 운영되는 복지는 불안..
2018.04.25 -
[경향] 토지공개념 대토론을 벌이자
헌법 개정안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여러 논점 중에서 나는 특히 토지공개념에 주목한다. 이는 서민들에게 너무도 절실한 문제이고 또한 자유한국당의 으름장이 황당해서이다. 내친김에 이번에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대대적인 토론이 벌어지기 바란다. 복지국가 활동을 하면서 늘 어려운 숙제가 주거복지이다. 모든 복지가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활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필요한 영역이 바로 주거이다. 의료비? 속절없지만 그래 아프지 말자 기도해 본다. 아이 키우기 어렵다고? 그래 낳지 말자고 계획 아닌 계획을 짜본다. 그런데 주거는 매일 생활하고 잠을 자는 일상 공간이다. 전·월세가 오르면 올려줘야 하고 감당할 수 없으면 주변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전·월세 평균 거주기간이 3.5년에 불과하니 이..
2018.03.28 -
[경향] 보편주의 재인식
오늘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다면 아동수당법이 의결될 예정이다. 올해 9월부터 6세 미만 아동의 94%가 월 10만원을 받게 된다. 애초 정부 원안은 해당 연령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었으나 예산안 협상에서 야당들의 반대로 일부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수정되었다. 최상위 6%는 주지 않는 아동수당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예산 절감이 목적은 아닌 듯하다. 미적용 아동 규모가 매우 작고,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까지 감안하면 재정 효과는 미미하다. 결국 복지담론을 둘러싼 명분 싸움이 낳은 설계로서, 어떤 경우라도 선별 방식을 가미해 보편주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보수야당의 집요함이 낳은 작품이다. 자유한국당은 뜻을 이룬 것일까? 보편복지를 막았다고 자평할지 모르겠으나 지급 대상이 94%라면 상위계층 아동까지 거의 포괄하므로..
2018.02.28 -
[경향] 민주노총, 사회연대노총으로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면서 성사된 자리이다. 내 주변의, 다소 진보적인 사람들에게 민주노총은 참 독특한 존재이다. 어쩌다 이야기 소재로 떠오르면 비판과 한탄으로 동네북이 된다. 그러다가 마무리에선 ‘제발 민주노총이 잘해야 한다’며 또 기대를 건다. 그냥 단념해버리면 될 걸, 왜 이 사람들은 이리 미련을 갖는 걸까? 혹 부질없는 과거 회고일까? 솔직히 반복되는 실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새삼 민주노총 주제를 꺼내는 건 최근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조직의 전향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우선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직 진단이 대담하다. 그는 지난달 선거에서 핵심 슬로건으로 “고립, 분열, 무능을 뛰어넘어”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2018.02.01 -
[경향] 문재인케어위원회 만들자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올해 복지정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하나를 꼽으라면 문재인케어이다. 아직도 어린아이의 병원비를 모금해야 하고, 큰 병에 걸리면 절대 빈곤으로 추락하며, 10가구 중 8가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현실이다. 아무쪼록 문재인케어가 국민건강보험만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밑바탕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케어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진로가 험난하기 때문이다. 의료정책은 정부의 계획만으로, 국회의 입법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행위자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계가 존재한다. 지금 이들이 반대한다. 현재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려운데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 더 힘들어진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솔직히 일반 시민의 눈에선 수긍하기 어..
2018.01.03 -
[경향] 소득세 개혁, 더 가야 한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우여곡절 끝에 소득세, 법인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 해 과표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와 3000억원 넘게 이윤을 남긴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게 되었다. ‘핀셋증세’라 불릴 만큼 대상자가 적어 아쉽지만 문재인 정부 첫해에 증세의 단추를 열었다는 의의를 지닌다. 논쟁은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논점도 명확해지면서 실질적 해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지금 세금이 딱 논쟁이 필요한 주제이다. 사람들과 세금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면 상당수 주장이 객관적 근거보다는 추정과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세금 실태에 대한 이해에서도 공통분모가 작다. 그런데 민감한 증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토론은 저조했다. 증세..
2017.12.06 -
[경향] 초과세수를 넘어 복지증세로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되었다. 올해 본예산 400조5000억원에서 429조원으로 7.1% 증가한 예산안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기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담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복지예산이 눈에 띈다. 내년부터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으로 16조7000억원이 늘어 증가율이 12.9%이다. 앞으로도 문재인케어, 부양의무제 기준 개선, 사회서비스 공공화 등이 본격화되면 복지는 더 커갈 것으로 전망된다. 초과세수는 반갑지만 한편 우려도 생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그에 걸맞은 재정 기반을 갖추어야 하건만 조세제도 개혁 밖의 초과세수에 안주하는 경향이 보여서다. 지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부터였다..
2017.11.08 -
[경향] ‘노후의 벗’으로 거듭나라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조만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도 특정 공공기관의 이사장 자격을 대선 공약에 담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할 듯하다. 공약집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명시했다. 마침 지난달 연금공단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국민연금이 어느새 한 세대의 역사를 지녔다. 이제는 노후가 막막한 서민들에게 믿음직한 의지처로 자리 잡았을까? 아마도 대답은 부정적일 듯하다. 현행 국민연금에서는 오래 가입할수록 순혜택이 크다. 고용이 안정된 사람일수록 가입기간이 길기에 불안정 노동자, 영세 자영자보다 혜택을 더 얻는다. 국민연금이 젊었을 때의 격차를 노후에 심화시키는 ‘역진성’을 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에 정..
2017.10.11 -
[경향] 장애인의 투쟁 2막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오늘 혹시 광화문 전철역을 오가면서 지하 통로 어느 곳의 변화를 느끼신 분이 있는지요? 워낙 바쁘게 스쳐가는 서울 한복판의 전철역 공간이라 그냥 지나치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어제까지 통로 한편에서 장애인들이 농성을 하고 있었지요.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치며 5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농성장을 지켜온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5년이나 이 자리에 서 있을 줄은 몰랐다고. 처음에는 하나도 없었던 영정 사진이 18개나 놓였습니다. 농성 기간에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가 제 역할을 못하는 까닭에 안타깝게 돌아가시거나 장애인 권리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나신 분들입니다.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미안함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심..
2017.09.06 -
[경향] 세금 정책, 시민들을 믿어라
문재인 정부에 세금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주창한 ‘포용적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핵심 자원으로 여기고 있을까? 근래 몇 달 세금정치를 보면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선 공약에서 세입개혁은 미약했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선 ‘증세 없는 복지’가 등장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증세안이 보완되었지만 ‘핀셋증세’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세부담률에 도달하려면 거의 연 100조원이 필요하건만 세법개정안의 세수는 연 5조5000억원이다. 임기 첫해 작품이 이렇다면, ‘준비된 대통령’이라지만 조세 분야에서 국정전략이 있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물론 세금은 불편한 주제이다. 정치권에, 특히 집권세력에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사람들이 아쉬움을 드러내는 까닭은, 대통령과..
2017.08.09 -
[경향] 30만원, 또 줬다 뺏을 건가요?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에서 이 주제로 칼럼을 쓰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 노인이 겪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야기이다. 이분들은 매달 기초연금을 받지만 다음달 기초생활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을 삭감당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초연금 20만원이 그러하더니 앞으로 금액이 30만원으로 올라도 아무런 혜택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황스럽다. 야당 시절에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그리 비판하더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갑자기 말을 바꾸어 박근혜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바로 ‘보충성’ 원리이다. 이는 생계급여가 정부가 정한 기준액과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의 차이를 보충해주는 복지이므로 기초연금을 받았으면 같은 금액을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당사자 어..
201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