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소득세 개혁, 더 가야 한다

2017. 12. 6. 17:4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우여곡절 끝에 소득세, 법인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 해 과표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와 3000억원 넘게 이윤을 남긴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게 되었다. ‘핀셋증세’라 불릴 만큼 대상자가 적어 아쉽지만 문재인 정부 첫해에 증세의 단추를 열었다는 의의를 지닌다.


논쟁은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그 주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논점도 명확해지면서 실질적 해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지금 세금이 딱 논쟁이 필요한 주제이다. 사람들과 세금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면 상당수 주장이 객관적 근거보다는 추정과 느낌에 의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세금 실태에 대한 이해에서도 공통분모가 작다. 그런데 민감한 증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토론은 저조했다. 증세의 범위와 효과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점이 존재하건만, 정부 안에서 처음 증세가 제안될 때 반짝 논란을 벌인 정도이고, 언론과 시민사회 역시 그러했다. 특히 국회는 폭넓게 세법개정안을 논쟁하기보다는 법정 의결 시한에 내몰려 예산안과 함께 주고받기 바구니의 품목으로 다루었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대략 어느 정도 소득세를 낼까? 예를 들어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월 300만원 3인 가구 임금소득자의 실효세율을 물어보면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정답 1% 근방을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사실 일반 시민을 탓할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납세를 시민의 의무로 명시했지만, 학교에서는 세금에 대한 기본 교육이 거의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세금에 대한 교양교육을 받을 기회는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얻는 세금 지식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공급받는다. 언론은 세금 기사를 균형있게 쓰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2015년 연말정산 파동에서 쏟아낸 ‘세금폭탄’ 기사를 되돌아보자. 소득공제는 모두에게 세금을 줄여주지만 공제액이 같더라도 부자일수록 감세액이 많아 역진적이다. 당시 연말정산의 변화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공제의 역진성을 개선하는 의미있는 조치였음에도 대다수 언론은 일부 논란 조항을 부각하며 세금 불신과 저항을 부추겼다.


세금 논의가 제대로 활성화돼야 한다. 촛불시민의 염원처럼, ‘나라다운 나라’에 걸맞은 조세부담률을 가지려면, 세금의 시야도 기존 성역을 넘어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더라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최고세율이 오른 소득세 역시 그렇다. 최근 세입이 늘고는 있으나 여전히 OECD 평균수준과 비교해 소득세 부족액이 한 해 60조원이 넘는다. 모든 계층에서 실효세율이 낮다. 1인 가구의 경우 작년 OECD 평균 실효세율은 15.7%이지만 우리나라는 5.7%에 머문다. 소득세 개혁이 이번 개정에 머물지 않고 더 크게 걸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보통 법정 최고세율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작년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41.8%(지방소득세 포함)로 OECD 평균 43.3%와 비슷하다. 단일세율 혹은 국세 비중이 적은 나라를 뺀 25개국 평균 47.1%에 비해선 낮으나 이번에 46.2%로 오르니 비교 국가에 근접한 편이다.


그럼에도 최고세율 인상으로 마련되는 재원은 연 1조원 수준이다. 기초연금 20만원을 30만원으로 인상할 때 필요한 약 5조원의 5분의 1을 충당할 뿐이다. 최고세율 적용 소득구간이 5억원으로 너무 높아 대상자가 소수에 그친 탓이다. 앞으로 소득구간을 낮추는 후속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소득세 사각지대도 중요한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과세인프라가 취약하고 상위계층의 지능적인 탈세 혹은 편법절세도 많다. 공평과세 차원에서 시민들이 분노하는 까닭이다. 다행히 근래 금융, 임대, 종교인, 자영자 소득 등에서 꾸준히 개혁이 진행돼 왔다. 각 항목에서 아직도 갈 길은 남아 있지만 지금과 같은 방향에서 속도를 더해가야 한다. 


민감하지만 마지막으로 남는 숙제가 공제 축소이다. 공제는 모든 납세자에게 세금 감면을 제공하기에 누구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주제이다. 동시에 지난 ‘연말정산 파동’은 세금 저항을 불러일으켰지만 세금 공부 효과도 낳았다. 사람들이 말한다. 이렇게 공제가 많다는 사실을, 또한 공제의 역진적 성격을 알게 되었다고. 이제는 공제 축소도 단계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소득세 개혁은 최고세율 인상 중심으로 진행돼온 편이다. 세율 수치가 가지는 선명성 때문이다. 이번 인상을 계기로 앞으로는 세율 중심 논의를 넘어서자. 과세사각지대를 더욱 보강하며 공제 축소까지 나아가야 한다. 물론 세금만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세금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052116005&code=990308#csidx197e1dcbff5d15294ae34910189c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