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 노후빈곤 대책, '차별 없는 복지' 공감부터

2017. 12. 15. 12:4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주제로 노인의 삶, 우리가 마주할 노후를 짚어봤다. 지난 1월부터 매월 시리즈 기사를 연재해 노인의 삶을 살피고 노후빈곤을 일으키는 연금·의료·주거·일자리문제를 심층분석했다. 이번에는 연중기획 마지막 순서로 노후빈곤 해결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국회·학계·시민단체 인사를 만나 각 영역에서 제안하는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10가구 중 1가구는 65세 이상 노인이 사는 ‘노인의 나라’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77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만6000명(3.1%) 늘었다. 한끼 먹고 살기도 힘든 빈곤노인은 전체 노인의 50%를 차지한다.


고령화사회에 등장한 빈곤노인은 이제 우리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이다. 노인의 생활고가 부양가족의 생계까지 위협해서다. <머니S>는 지난 6일 본사 회의실에서 시민단체와 좌담회를 열고 노인빈곤의 현주소와 문제점, 개선방안을 들어봤다.



<좌담회 참석자>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고종현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김선태 노년유니온 부설 노인문제연구소장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이상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무국장



- 노인빈곤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노인복지 예산을 늘리고 지원정책을 내놨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새 정부의 노인 지원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이하 고 사무처장) = 노인일자리 급여가 20만원에서 27만원으로 올랐다. 어르신 임금이 월 7만원이나 오른 건 만족할 만한 성과다. ‘정부가 노인을 위해 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공익활동을 제외한 민간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민간일자리는 실버카페나 반찬가게를 지원하는 시장형사업단 방식을 제외하면 3만개에 불과하다. 노인 일자리예산은 2012년 3500억원에서 올해 1조원까지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크게 부족하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이하 김 팀장) = 지난 6월 ‘치매국가책임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치매노인 문제를 국가 돌봄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정책이다. 전국 252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는 등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이 강화됐다. 치매노인 가구의 애로사항이 줄어들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정부가 증상이 가벼운 치매노인도 장기요양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치매등급을 5등급에서 6등급으로 늘렸다. 신체활동이 가능한 경증 치매노인에게 배설·목욕·식사·취사·세탁·간호서비스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치매노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면 등급기준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이하 오 위원장) = 노인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정부의 기초연금 지원이 필수다. 노인 기초연금은 지난 4월 20만6050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는 작업이 추진됐으나 내년 9월로 미뤄졌다. 기초연금을 올리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예산시행이 지연된 것은 아쉽다. 당장 기초연금이 더 필요한 노인의 생활이 악화될까 걱정이다.




(왼쪽부터)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이상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무국장, 고종현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김선태 노년유니온 부설 노인문제연구소장. /사진=박찬규 기자



- 최근 여러 시민단체가 노인 기초생활 수급자의 기초연금 차별문제를 제기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상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무국장(이하 이 사무국장) = 정부는 내년 9월부터 노인 기초연금액을 25만원으로 올리는 예산을 편성했다. 2021년 4월에는 30만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노인 기초연금은 생활비 개념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의료비·자녀생활비 등 노인가구의 총지출에 쓰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기초연금 20만원은 상시근로자 평균소득 330만원의 6%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인 20%(66만원)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규모다. 노인 기초생활에 필요한 생활비 지원을 위해 기초연금 상향이 시급하다.


▶김선태 노년유니온 부설 노인문제연구소장(이하 김 소장) = 나 역시 75세 노인이다. 우리가 한창 돈을 벌 때는 국민연금제도가 없어 공공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노인 중 공공연금을 받는 사람은 10%도 안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매월 25일 기초연금을 받고 다음달 20일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이 삭감된다. 말 그대로 ‘줬다 뺐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이 25만원으로 올라도 수급노인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노인 기초연금 상향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난한 기초수급자의 형평성을 지켜줘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오 위원장 = 지난달 28일 기초수급 노인 99명이 기초연금제도가 노인인권 형펑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수급자도 기초연금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정부가 노인 기초연금의 인상 계획을 밝힌 만큼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정부의 경제슬로건은 ‘일자리가 복지’이다. 노후빈곤을 벗어나려면 어떤 노인 일자리 시스템이 필요한가.


▶고 사무처장 = 노인이 일하면 돈도 벌고 사회관계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죽기 직전까지 일하려는 노인이 얼마나 될까.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원으로 일하는 노인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난 작업환경에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정부와 기업이 노인일자리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업무를 차별화해야 한다. 대안은 노-노케어시장이다. 80대 노인에게 70대 노인은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채워주는 일꾼이다. 노인 돌봄서비스에 노인을 고용하는 일자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김 팀장 = 노인일자리가 노인복지를 대체할 수는 없다. 노인의 기본 보장제도인 기초연금을 상향 조정하고 지역공동체가 나서 노인을 돌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하는 노인 역시 생활고와 함께 육체적·정서적 빈곤에 시달린다. 노인이 불합리한 연령차별을 당하지 않고 일하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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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고종현 노년유니온 사무처장,김선태 노년유니온 부설 노인문제연구소장. /사진=박찬규 기자



-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소장 = 70세 노인 중에서도 건강한 노인이 많다. 지금 70세 노인의 신체지표는 2002년 65세와 비슷하다. 노인질환으로 불리는 고혈압, 당뇨병, 전립샘, 요실금 장애도 75세 이상부터 발생한다. 신체지표를 보면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려도 무방하지만 노동시장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노인연령을 앞당겨야 할 판이다. 이미 은퇴길에 나선 베이비부머만 봐도 자녀양육비, 결혼비, 생활비 부족에 시달린다. 이들이 연금받는 나이가 뒤로 밀린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어린시절 보릿고개를 경험한 사람들이 ‘시니어 보릿고개’를 또 한번 겪는 게 아닌가. 노인연령 기준은 신체지표가 아닌 고용지표로 봐야 한다.


▶고 사무처장 = 동네 노인정을 둘러보면 70세 노인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사회활동하는 노인이 늘었다는 의미다. 노인연령 논란은 어쩌면 노인의 복지혜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아닐까. 지하철에 무임승차하는 어르신이 늘면서 적자가 커졌다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야 보면 해결책은 단순하다. 노인정책을 만들 때 충분한 예산 확보, 인프라 구축이 됐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노인이 줄었든다고 해서 운임적자가 없어지진 않는다. 노인정책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총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 노인복지 확대로 젊은 세대의 세금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세대갈등을 풀어야 하지 않나.


▶김 팀장 = 노인을 바라보는 마음부터 달라져야 한다.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이 빈곤노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비단 타인의 문제가 아니다. 빈곤노인에 따른 세대갈등은 소득계층의 문제로 봐야 한다. 부유한 계층은 노인과 젊은층이 갈등할 일이 없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구에선 세대와 별개로 늘 갈등이 일어난다. 젊은세대의 세금으로 노인이 먹고 산다는 오해부터 풀자. 요즘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젊은세대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오 위원장 = 세대갈등을 일으키는 건 복지가 아닌 문화단절, 소통부족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복지 총량을 살펴보면 영유아나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예산과 비슷하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나서 빈곤노인의 현주소를 살피고 공감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세대갈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이상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무국장. /사진=박찬규 기자



- 빈곤노인을 줄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김 소장·고 사무처장 =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이 노-노케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꾸준히 고민할 것이다. 노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삶을 돌볼 수 있는 돌봄 프로그램, 병원을 가지 않아도 의료보호 받을 수 있는 자원활동을 펼치겠다.


▶오 위원장·이 사무국장 = 노인이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많은 정책의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노인이 살기 좋은 복지국가가 되도록 정책기관과 함께 고민하겠다. 내부적으론 노인복지관에서 연금교육 등 정보전달에 힘쓰겠다.


▶김 팀장 = 가장 빈곤한 노인이 생존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 확대와 공공투자 재원을 위한 증세에 목소리를 높이겠다. 우리나라 공공연금의 한계점은 우리가 풀어야 할 시대적 숙제다. 많은 노인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공공연금 개선에 앞장설 것이다. 연금이 안정적으로 지속 운영되려면 미래 아이들이 아닌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8호(2017년 12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기자 


* 원문 보기 -->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17&aid=00002836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