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연금개혁에 대한 두 시각

2018. 9. 12. 14:0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연금개혁에 두 시각이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 공보험과 사보험 쪽 이야기가 아니다. 친복지 진영에서 상충하는 두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 연금개혁에서 시작된 둘의 차이는 깊어져왔고,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복수의 개편안 역시 두 시각을 반영한다.


사실 대체율 5%가 연금액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노후보장, 노후빈곤을 가르는 선도 아니다. 그럼에도 연금개혁 노선이 갈리는 분기점이다. 국민연금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진단이 엇갈리니 개혁 방향도 상이하다.
 한쪽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모인 공적연금강화행동과 여기와 교류하는 사회복지학자들이 핵심 주체이다. 우리 사회 친복지세력의 전통적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쪽은 현행 40%를 유지하자고 말한다.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주로 내놓는 비판적 시각이다.


전통적 시각은 국민연금의 재분배 성격을 강조한다. 국민연금 급여산식은 자신의 소득과 연동된 비례급여가 절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과 연동된 균등급여가 절반씩 구성된다. 보통 국민연금 대체율이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40%라고 소개되지만, 이 균등급여 덕택에 실제는 계층별로 누진구조를 지닌다. 


비판적 시각은 오히려 국민연금의 역진성을 주목한다. 급여산식의 누진구조는 받는 연금만 살펴본 특성이고,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함께 보면, 낸 것과 받는 것의 차이인 순이전액이 상위계층일수록 많다. 과거에 대체율이 높았을 때에는 더욱 그러했고, 현행 40% 체제에서도 순이전액이 대략 가입기간에 따라 증가하므로 노동시장 중심권일수록 혜택이 크다. 급여구조가 누진적이라도 현재 보험료가 낮아 발생하는 역설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설명하는 방식도 다르다. 전통적 시각은 평균치로 접근한다. 작년 국민연금 수령자의 평균 연금액이 37만원, 미래에 가입기간이 늘어도 55만원 정도로 최저생계비 근방에 머문다. 노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선 대체율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의 근거이다. 비판적 시각은 평균액이 주는 착시를 경계한다. 국민연금액은 소득과 가입기간에 따라 다르다. 미래 평균액이 55만원이라도 소득이 낮고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20만~30만원에 불과하고 상위소득자는 100만원도 넘는다. 한국의 노동시장 격차 구조에서 대체율 인상이 하위계층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노후소득에서 기초연금 비중을 높이자고 제안하는 이유이다.


세대 간 형평성에선 더욱 엇갈린다. 전통적 시각은 현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하는 이중부담 처지에 있으므로 국민연금의 보험료 부족분을 후세대에 의지하는 건 불공평하지 않고 오히려 세대 간 연대라고 말한다. 또한 미래에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지급될 수 있고 후세대의 보험료 인상폭을 줄이기 위해 국고도 투입할 수 있다. 너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는 충고이다. 


비판적 시각에선 후세대의 과도한 부담을 걱정한다. 공적연금 논의에서 개별적인 사적 부양을 끌어들이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고, 설령 이중부담을 이야기하더라도 어느새 국민연금 역사가 30년이고 노인 10명 중 4명이 국민연금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나중에 수령할 연금에 필요한 보험료의 절반만 내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굳이 중복부담을 따지면 후세대는 점점 늘어날 기초연금과 노인 의료비, 앞세대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족분과 자신을 위한 연금보험료 등 짐이 훨씬 무겁다고 항변할 수 있다. 앞으로 노후부양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의사결정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서는 가능한 책임을 다하자는 제안이다. 또한 미래 국고 지원도 계층별 연금액 격차를 지닌 국민연금이 아니라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금 대안에서도 강조점이 다르다. 전통적 시각은 장수시대에 사연금의 공세에 맞서려면 국민연금이 튼튼해야 하고, 중간계층이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설계할 때 복지국가를 향한 정치동맹도 가능하다고 본다. 비판적 시각은 공적연금의 시야를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 퇴직연금으로 넓힌다. 기초연금을 더 강화하고, 퇴직연금은 연금 형태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관리 주체를 공단으로 바꾸면 공적연금으로 재편할 수도 있다는 구상이다. 물론 다층연금체계에서도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동맹은 열려 있다고 기대한다. 서구식 전통 경로와 다른 ‘한국형 연금모델’이다.


다음 주부터 정부가 지역별 연금토론회를 시작한다. 결국 시민들이 결정할 몫이다. 연금개혁의 두 시각, 당신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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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112115035&code=990308#csidx4c890b4fe06f8ee8e6fc9e8098729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