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12. 14:22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Ep. 10 : <집걱정없는세상> 대표 최창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어느덧 마지막 인터뷰다. 두 달 동안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주거문제 당사자와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 대표나 활동가들을 만났다. 덕분에 주거문제의 심각함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주거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속해 있는 단체와 주거를 이야기 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9월 7일 신촌에서 최창우 대표를 만났다. 그는 주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들어보았다.
▲ 최창우 대표 | |
ⓒ 김환주 |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집 걱정 없는 세상 대표 최창우입니다. 주로 주거문제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상담하고, 때로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주거문제를 알리는 일도 하고 있어요. 신문에 칼럼을 써서 주거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하고요.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서 주거에 관련된 법이나 제도를 개선하자는 캠페인, 운동을 하기도 해요. 요즘은 지역마다 다니면서 주거복지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 주거복지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정읍에서 태어났습니다. 청학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어요. 학교 대신 서당을 다니고 농사일을 했죠. 당시에는 너무 가난해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어요. 어떻게든 이 가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는데, 마침 서울 상계동에 계신 친척이 '서울에 오면 일자리는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주셨고, 부모님께서 자식 교육에 열망도 있으셔서 상경해서 상계동에 터전을 잡았어요. 그 때가 1979년입니다. 상경하자마자 부모님이 막노동에 뛰어 들었어요. 두 분 다 다쳐서 오신 적도 있고요.
청학동 시절에 가난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농사를 하던 차에 야학이 생겼어요. 하지만 야학도 얼마 가지 못하고 없어져서 다시 노동을 하게 되었어요.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17살 때 대도시 부산으로 가게 되었어요. 공부할 기회를 얻으려고 나갔는데 기다리고 있는 건 공장과 중국집뿐이더라고요. 하루 내내 고된 노동을 하다 보니까 공부가 안되었어요. 공장에 나가서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하기도 했고요. 돈은 많이 벌지도 못했고요.
가난하면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저임금으로 살아가야 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다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굴레가 안 끝날 것 같더라고요. 경제적인 조건이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가난한 사람은 인간답게 살지 못할까?' '모두가 가난에서 벗어나서 자기실현을 할 수 있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점점 강해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제 과거가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같아요. 복지국가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주거권과 주거복지에도 마음이 가더라고요.
주거권과 주거복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 시점은 2009년인 것 같아요. 제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가 상계동인데, 뉴타운으로 지정되었어요. 저는 세입자라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었죠. 뉴타운에 반대하는 사람, 뉴타운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뉴타운바로알기 주민모임'을 만들어 활동했어요.
그 이후에 시민단체, 세입자, 가옥주 등이 모여서 '뉴타운 반대주민 연합'을 만들어서 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2013년도에는 노원주거복지센터에서 실무자로 일을 시작했어요. 햇수로 3년 정도 일을 했고요. 2016년에는 여럿이 함께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었고 지금 활동 중입니다."
-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단체가 적기 때문에 더 많은 시민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주거 단체도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차원에서 시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집을 둘러싼 다양한 걱정거리들을 아우를 수 있는 '판' 역할을 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세입자를 위한 시민단체는 있지만 '집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행동하고 나설 수 있는 광장이 없어요. 홈리스, 세입자, 주거법률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 영세 가옥주, 하우스푸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역할을 '집 걱정 없는 세상'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을 둘러싼 걱정거리... 어떻게 해결하나
- '집 걱정 없는 세상'에서 주장하는 여러 정책을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계속거주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계신데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세입자는 주거안정을 최대 2년까지만 보장받아요. 이 때문에 '2년 계약만기'가 다가오면 세입자는 불안해져요. 행여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싶고, 재계약할 때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죠.
심지어 지금 법상으로는 임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방을 빼라고 하면 빼야 해요. 그럼 세입자는 갈 곳이 없어지거나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야해요. 계속거주권은 이런 일방적인 행위를 막자는 것이에요. 독일이나 일본처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가 계속 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개념화한 것이 계속거주권이에요.
간혹 언론이나 국회에서 '계약갱신권' 또는 '계약갱신청구권'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엄밀하게 말하면 '계약갱신권'과 '계속거주권'은 다르다고 봅니다. 일부 정치권에서 '1회에 한해서' 계약갱신권을 보장한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세입자가 원할 때까지 살 수 있는 권리는 없는 겁니다. 그래서 기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 '계속거주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전월세 상한제'도 강력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월세 보증금을 제한 없이 올릴 수 있게 되어 있으면, 임대인이 세입자를 내쫓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세입자의 경제 수준과 상관없이 임대인 마음대로 보증금을 올리면 세입자는 나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세입자는 더 외딴 곳으로 가야하는 것이죠. 지상에 살던 사람이 지하나 옥탑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요. 앞서 말했던 '계속거주권'과 함께 병행되어서 세입자가 집에서 걱정이나 불안 없이 살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하는데, 저는 '계속거주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특효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투기의 목적으로 보유할 마음을 싹 가시게 할 테니까요."
- 대표님께 '주거'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주거권 없으면 죽는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주거문제 당사자나 행위자 모두 주거에 대한 사고나 철학이 바뀌어야 된다고 봅니다. '주거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확산되어야 나의 권리는 물론 타인의 권리도 지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UN은 '의, 식, 주'를 인권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남아공 헌법에는 '주거권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고요. 우리 사회도 주거를 상품이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로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게 '상생주거재생제도'입니다. 재개발, 재건축, 때로는 도시재생으로 인해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 분들에게 원래 살던 곳만큼, 또는 그 이상의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누구도 자기 동네를 떠나지 않고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게 바로 '상생주거재생제도'입니다.
하나 더 말하면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쪽방, 노숙인 시설,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우선권을 보장하는 게 필요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을 지금보다 250만호 더 늘려서 모든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말이 많은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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