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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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빈곤 노인을 두 번 울리지 말라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 금액만큼 공제당한다. ‘기초연금 줬다 빼앗기’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만 바꾸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행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누구는 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 심정이라 말했다. 이달 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밀실 예산안 심의에 들어가자 복지 시민단체 간부가 건넨 말이다. 예산안이 이처럼 비밀리에 논의되는 게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바라는 대로 예산만 책정된다면 만세를 부를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줬다 빼앗는 기초연금’ 이야기다.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정치인들의 지역 사업 챙기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건 2014년 여름이다.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1..
2018.12.26 -
[시사인] 국민연금이 70년을 계산하는 이유
국민연금에서 장기 재정계산은 필수이다. 연금수지의 상태를 진단하고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유효한 작업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지난주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다. 2013년 발표에서는 2060년이었던 기금 소진 연도가 2057년으로 앞당겨졌다. 우리가 앞으로 5년 가고(2013년 발표→2018년 발표) 소진 연도는 3년 당겨졌으니 소진까지 기금 존재 기간이 8년 줄어든 셈이다. 이러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해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대책도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재정계산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재정계산은 향후 70년 국민연금 재정을 예측하고 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워낙 장기이다 보니, ‘과연 70년을 어떻게 알 수 ..
2018.08.25 -
[시사인] 가난한 이들의 눈으로 보면
최근 ‘소득분배 악화’ 지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계기에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도 종합 점검하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지난달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점검회의를 소집해 “저소득층의 소득분배 악화는 아픈 지점”이라 말하고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라며 보완책을 주문했다. 이에 더해 나는 복지정책도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수치를 보면 특히 하위 계층 비근로 가구의 소득 감소가 눈에 띈다. 여기에는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람, 가구주가 노인인 경우가 다수이다.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복지정책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말한다. ‘2010년 무..
2018.07.03 -
[시사인] 철도 공공성 높이는 길
코레일과 SR(수서발 고속철도 SRT 운영사)의 통합은 고속철도 독점이 아니다. 중복 비용을 없애 요금을 줄이고 일반철도를 튼튼히 하는 일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고속철도 통합을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제안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코레일과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의 통합을 약속했고, 작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장관도 철도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속철도 통합을 이야기했기에 예상되었던 바다. 그런데 연구 용역이 제안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부 언론에서 통합이 부당하다는 기사를 내놓는다. 그만큼 고속철도 분리와 통합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두 의견이 부딪쳐왔으니 논쟁의 뿌리가 깊다. 한쪽은 철도 민영화를, 다른 쪽은 ..
2018.05.12 -
[시사인] 건강보험료를 누가 결정할까요?
우리나라 사회보험 운영에는 가입자의 몫이 존재한다. 가입자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 운영방식은 다분히 형식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우리나라에 복지가 확대되면서 제도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처음 학교 급식에서 시작된 복지 바람은 몇 년 사이에 보육, 기초연금, 아동수당을 불러왔다. 이 복지들은 정부 예산, 즉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이다. 이와 함께 사회보험도 전환의 계기를 맞고 있다. 이전에는 사회보험을 둘러싸고 국민건강보험의 빈약성, 국민연금기금의 정치적 사용 등 부정적 이야기가 많았다면 점차 우리 생활을 지켜주는 안전망으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문재인케어’라는 신상품이 등장하고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
2018.01.13 -
[시사 인] 문재인 케어, 한 걸음 더 가라
-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집약된다. 의학적 성격을 지닌 비급여 진료를 모두 국민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_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문재인 케어’를 말한다. 10가구 중 8가구가 민간 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한다면 우리나라 복지 역사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로 집약된다. 의학적 성격을 지닌 비급여 진료를 모두 국민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끌어온다. 과잉 진료와 고액 병원비를 초래하는 비급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논점이 생긴다. 문재인 케어에서 현행 비급여가 완..
2017.11.11 -
[시사인] 조세 전략은 담대하게
금융소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법인세 인상이 적용되는 기업 범위도 늘려야 한다. 나아가 복지가 늘어나는 만큼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자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내년부터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도입되고 기초연금은 25만원으로 오른다. 비급여까지 모두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준다니 벌써 실손의료보험 해약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곧 서민 주거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허전하다. 무언가가 진행되지만 굵직한 기둥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복지정책의 비전이 불명확하다.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단어만 제시했을 뿐 어디에서도 복지 목표를 찾을 수 없다. 개별 복지 항목뿐이다...
2017.09.16 -
[시사인] 국민연금에 숨어있는 의외의 역진성
현행 국민연금에서 ‘가입 기간’은 개별 가입자의 연금액을 늘리는 변수이면서 동시에 가입자별 순혜택의 크기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근래 국민연금에서 반납·추납 신청자가 늘고 있다. 반납은 과거에 일시금으로 받았던 돈을 되돌려 납부하는 제도이고, 추납은 과거에 내지 못했던 보험료를 이제라도 내는 제도이다. 모두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한 조치이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법정 급여율(2028년 40% 예정)이 그대로라면 개인별로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게 유일한 방안이다. ‘가입 기간’은 현행 국민연금의 계층적 성격을 이해하는 핵심어이다. 국민연금이 복잡한 구조를 지닌 탓에 일반 시민이 제도 성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가입 기간’..
2017.07.29 -
[시사 인] 재정 전략 대담하게 짜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의례적 기구로 전락했다. 재정이 제구실을 다하려면 기본 규모를 갖춰야 한다. 미래를 향한 재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 내년까지 40%, 내후년까지 50% 올려. …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미완성 원고를 다듬어 출간된 에 나오는 내용이다(234쪽).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을 되돌아보며 무엇 때문에 이렇게 탄식한 것일까? 바로 국가재정 ‘전략’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철학을 재정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다음 해 예산안을 편성할 때 일선 사무관이 행정적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상향식(bottom-up)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
2017.06.08 -
[시사인] 보편이냐 선별이냐
우리나라에서 복지 논쟁은 ‘보편 복지냐, 선별 복지냐’로 진행되었다. 복지가 권리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인식하면서도 부자들까지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한 청중이 묻는다. “저는 형편에 따라 다르게 지급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전 선별주의인가요?” 보편 복지를 옹호하는 강사를 향한, 무척이나 솔직한 질문이다.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계시네요, 말씀의 취지를 이해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복지 논쟁은 사실상 2010년 보편·선별 복지 담론에서 본격화되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가 복지국가를 약속하는 상황으로 급진전했다. 그런데 정치적 진영 논리가 첨예하게 작동하면서 논쟁이 선악 이분 구도로 진행된 면이 있다. 보편 복지 ..
2017.05.01 -
[시사인] 다들 기본소득을 말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사회수당형'이나 '실업 부조형'이 본래 의미의 기본소득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나라 안팎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스위스는 지난해 기본소득 도입을 앞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핀란드는 올해부터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프랑스 사회당은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브누아 아몽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국내에서는 조기 대선을 맞아 이재명, 심상정 등 여러 후보가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분위기로만 보면 금세 기본소득 세상이 될 듯하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혼란스럽다. 상표는 모두 기본소득이지만 내용물의 차이가 크다. 대략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애초 원리에 충실한 ‘완전’ 기본소득. 근로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2017.03.20 -
[시사 인]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에 한 표를!
민간 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하자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되길 바란다. 서구 복지국가의 무상의료가 이런 방식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될수록 민생 공약들도 쏟아질 것이다. 모두 나름의 근거를 지닌 우리 사회 의제들이다. 복지 분야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를 말한다. 다수 시민들에게 절박하면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벽돌로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는 ‘민간 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하자’의 줄임말이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100만원 상한제’. 급여와 비급여 진료비를 합해 1인당 1년간 본인부담금의 한도를 1..
201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