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에 한 표를!

2017. 2. 1. 16:2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민간 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하자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되길 바란다. 서구 복지국가의 무상의료가 이런 방식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될수록 민생 공약들도 쏟아질 것이다. 모두 나름의 근거를 지닌 우리 사회 의제들이다. 복지 분야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를 말한다. 다수 시민들에게 절박하면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벽돌로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는 ‘민간 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병원비를 해결하자’의 줄임말이다. 구체적 실행 방안은 ‘100만원 상한제’. 급여와 비급여 진료비를 합해 1인당 1년간 본인부담금의 한도를 100만원으로 정한다. 만약 올해 나에게 청구된 병원비 총액이 300만원이라면 내가 100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200만원, 큰 수술을 받아 총액이 1억원이어도 나는 100만원만 내고 건보공단이 9900만원을 책임진다. 

실제 서구 복지국가의 무상의료가 이런 방식이다. 시민들이 동네에서 외래 진료를 받거나 종합병원에 입원할 때 일정액을 낸다. 대신 환자가 부담하는 연간 상한액이 있어서 누적 지불액이 이를 넘으면 본인부담금이 면제된다. 독일을 보자. 시민들은 동네 의원에 갈 때마다 진료비로 5~10유로(약 8000원~1만6000원), 의약품은 가격에 따라 5~10유로, 입원했을 때는 하루당 10유로를 낸다. 그러다 본인이 낸 의료비 총액이 가구소득의 2%를 넘으면 더 이상 본인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가구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본인부담 상한액이 100만원인 셈이다. 노르웨이·스위스는 가구 소득과 무관하게 연간 본인부담상한제가 운영되는데 약 80만원 수준이다.

스웨덴도 동네 주치의를 방문할 때마다 120~350크로나(약 1만6000원~4만6000원)를 낸다. 1회 진료비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대신 연간 외래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이 1100크로나(약 14만3000원)로 낮다. 의원을 방문할 때마다 본인부담액이 누적 계산돼 금액이 상한액을 넘으면 무료 카드를 발급받는다. 입원 진료의 경우 일당상한제가 적용돼 하루 100크로나(약 1만3000원)이다. 만약 10일 동안 입원하면 입원비가 13만원, 100일 동안 입원하면 130만원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서구 나라에서는 대략 1년에 100만원 안팎에서 본인부담상한제가 운영된다. 보통 말하는 ‘무상의료’는 아예 본인부담금이 없는 게 아니라 사실상 병원비 부담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시민들이 사전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낸 덕택이다. 가계에 큰 타격을 주는 본인부담금 대신 미리 소득에 따라 내고 나중에 아픈 만큼 혜택을 받는 공적 재정 방식이다.

우리도 이렇게 하자.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빈약한 보장성으로 인해 시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상당한 돈을 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조사하는 한국의료패널 자료를 보면, 2013년 10가구 중 8가구가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가구당 보험 개수가 평균 4.8개, 월평균 보험료가 약 29만원이다. 같은 해 직장가입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 내는 평균 본인보험료 약 9만원의 3배에 이른다. 민간 의료보험에 내는 돈의 일부만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 된다. 그게 ‘국민건강보험 하나로’이다.

왜 대통령만 주치의를 갖는가?

넘어야 할 장벽이 여럿 있다. 먼저 의료 행위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비급여 진료에서 의료적 행위는 모두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전체 진료비를 관리하고 100만원 상한제도 작동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근래 실행 방안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조속히 보험료 부과 체계도 개혁해야 한다. 100만원 상한제는 국민건강보험료의 인상을 필요로 하기에 부과 체계의 형평성이 더욱 중요하다. 왜 대통령만 주치의를 갖는가? 의료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동네에서 자신의 전담의를 갖는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업 축소에 직면할 민간 의료보험사가 반발하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다. 보험사의 저항은 가입자의 힘으로 이겨내고 보험설계사 등의 일자리는 사회서비스 분야로의 조정을 추진하자.

사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는 무상급식 논란이 시작된 2010년에 등장한 의제였으나 당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야 하는 고차함수였기 때문이다. 지금이 적기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촛불 민심의 에너지가 있지 않은가.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담은 대선 공약으로 ‘건보 하나로 5개년 계획’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