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치권 증세 논의 환영한다

2015. 2. 6. 12:3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중부담중복지 제안 전향적, 복지증세위원회 구성하자

재정지출 불신 넘어서려면 사회복지세 도입 필요


김무성대표, 복지과잉으로 나태해진다고?, 복지결핍으로 사람이 죽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정치권에서 세금, 복지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박근혜정부가 고집해온 ‘증세 없는 국정운영’이 이미 파탄 난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증세 불가피성을 수용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복지 지향으로 ‘중부담 중복지’를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 2010년 이후 진행된 복지 논쟁이 선별/보편이라는 ‘복지 제공 방식’을 두고 전개되었다면, 2015년부터는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방안’을 논의하는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치권에서 시작된 복지와 세금 논점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향후 생산적인 논쟁을 위한 방향을 제안한다.



1. 증세가 왜 필요한가?: 파탄 난 ‘증세 없는’ 국정운영


박근혜대통령은 증세 없이 충분히 복지확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호언했다. 하지만 집권 2년이 흐르면서 이는 허구로 드러났다. 사실 정부 출범 때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었다. 지출개혁, 지하경제 양성화 모두 절실한 국정과제이고 시민들이 바라는 재정조달 방안이지만, 현실로 존재하는 구조적 한계도 직시해야 한다.


2014년 우리나라 재정규모는 GDP 30.3%로 유럽 국가 평균 49.2%, OECD 평균 40.8%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는 재정지출 개혁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정 총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 재원이 ‘어디’, ‘얼마나’ 있는지 알기 어렵다. 또한 ‘어떻게’ 걷을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미래 재원일수는 있지만 지금 조달할 수 있는 재정방안으로 역시 한계를 지닌다.


지금 대한민국 재정 상황은 어떤가? 중앙정부 재정적자가 30조원대로 고착화되고 있다(2014년 11월 현재 30.2조원, 2015년 예산 기준 33.6조원). 게다가 중앙정부는 복지 확대를 결정하고서도 이를 집행하는 지자체(기초연금), 교육청(누리과정)에게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아 중앙정부/지자체, 중앙정부/교육청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기초연금 국고보조율 평규 75%로 불변, 2015년부터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교육청 부담).


박근혜정부는 중앙정부 재정적자, 지자체와 교육청의 예산 부족 사태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 주체로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재정을 운영해도 되는가? 이러한 면에서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는데도 재정이 부족하다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현실 인식은 정확하다. 지출개혁,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은 계속 진행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론 현재의 재정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 증세에 나서야 한다. 최근 OECD 통계데이타에 의하면 2012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GDP 18.7%로 OECD 평균 24.7%에 비해 무려 6%포인트 작다. 올해 GDP 약 1500조원을 적용하면 무려 90조원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박근혜정부가 증세에 나서지 않는다면 스스로 국정운영자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2. 지금 필요한 복지 구조개혁은?: 선별복지 회귀가 아니라 복지서비스 질 강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원론적 차원에서 증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강조하는 것은 복지지출 구조조정이다. 4일 국회 연설에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한다며 “국가 체력에 걸맞지 않은 갑작스러운 복지 확충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예컨대, 무상보육 확대는 부실한 어린이집과 자격미달 교사를 양산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5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강연에서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며 복지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정말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이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한국의 복지지출 규모는 GDP 10.4%로, 프랑스의 31.9%는 고사하고 OECD 평균 21.6%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과연 지금 ‘복지 과잉’을 말할 때인가? 거꾸로 복지결핍으로 사람이 죽고 있는 현실을 모르는가?


우리는 복지지출 구조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김무성대표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다. 복지 개혁을 둘러싸고 제안될 수 있는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부처간 복지사업 중복을 조정하는 일이다. 박근혜정부가 계속 강조해 온 복지개혁 내용이다. 예를 들어, 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교육부의 초동돌봄교실, 여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 지역 서민 자녀를 위한 돌봄사업들을 통합하자는 제안이다. 부처별로 사업을 주관하는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필요하다면 통합 논의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복지는 취약계층 대상의 공공부조 성격의 복지사업으로서 절감할 수 있는 예산 규모가 지극히 미미하다. 정부가 중복 복지사업 조정으로 부족한 복지재정을 마련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복지지출 재정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둘째, 현재 보편주의 원리로 제공되는 복지를 선별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는 최근 ‘복지냐, 세금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하며 보편복지 토대를 훼손하려는 주장이다. 복지제도마다 나름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공공부조처럼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복지는 수혜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이 불가피하지만, 사회구성원에게 필수적 필요한 복지는 보편적 권리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전개된 보편/선별 복지 논쟁의 핵심 복지 프로그램의 기본 원리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보편복지 원리가 자리잡아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보편/선별 복지 논쟁을 유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보편복지에서 형성된 시민의 복지 체험을 복지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생산적인 복지 논쟁이다.


셋째, 진정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할 복지 개혁은 사회서비스 복지 질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는 내가만드는복지국가를 비롯해 보편복지 진영이 주목하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보육, 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 복지가 확대되고 있다. 복지 재정의 공공화가 상당히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회서비스 제공 주체는 여전히 민간 중심이다. 이로 인해 회계 투명성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보육교사의 처우도 매우 열악해 이는 보육서비스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엄마들이 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자. 보육교사 자격을 강화하고 처우도 개선해 보육서비스 질을 향상시키자. 이게 지금 절실한 복지지출 구조개혁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모두 공공재정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복지지출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복지재정은 더 필요하다.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3. 어떤 복지체제로 갈 것인가?: 중부담중복지 제안, 환영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우리 대한민국도 유럽 복지국가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원한다. 고부담고복지 국가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제안한 중부담중복지 체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 환영한다. 고부담고복지 국가를 지향하더라도 한꺼번에 도달할 수 없기에 중부담중복지를 경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논의는 산업화된 국가에서 가능하기에, OECD 회원국가가 그 대상이 될 것이다. 33개국 회원국을 보면, 한국과 멕시코 등이 GDP 10% 수준의 저부담저복지 국가, 프랑스와 스웨덴 등이 GDP 30% 수준의 고부담고복지 국가에 해당된다. 따라서 중부담중복지의 의미는 그 중간 GDP 20% 수준을 의미할 수 있다. 마침 2014년 OECD 평균 복지지출이 GDP 21.6%이므로 이 수준을 중부담중복지로 설정할 수 있다.


중부담중복지 담론의 합리적 핵심은 현재 대한민국이 저부담저복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래서 복지와 세금 모두 늘어나야한다는 제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제야 집권여당 지도부가 대한민국 복지와 세금 현실을 직시하고, 또 나아갈 미래 지향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부담중복지 제안은 전향적이다. 정치권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 뱡향으로 갈 수 있을지 중지를 모으는 토론을 벌여야 한다.



4. 어떻게 증세할 것인가?: 복지목적세, 사회복지세 도입하자!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증세할 것인가? 어떤 세금을, 누구에게 더 거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 다수 시민이 주목하는 세목은 법인세이다. 이명박정부에서 법인세율이 인하되었고 대기업에 제공되는 특혜적 감면으로 재벌대기업이 중견기업보다 실효세율이 낮다. 이에 대기업에 제공하는 감면을 줄이고 최고세율도 인상해야 한다.


소득세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소득은 모두 누진 세율이 적용되도록 종합과세하고, 주식양도차익과세 역시 예외 없이 누진과세해야 한다. 임대소득, 종교인과세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사실상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상속증여액에 대한 과세도 강화하고, 부동산 부자에게 매기는 종합부동산세도 노무현정부 수준으로 원상회복해야 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이러한 여러 직접세목의 인상을 복지목적세 방식으로 단일화해 추진하기를 제안한다. 복잡하게 각 세목을 나열해 증세하기 보다는 각 세목별 증세 몫을 사회복지세 형식으로 통합해 과세하자는 제안이다. 재정지출에 대한 신뢰가 약한 우리나라에선 증세의 사용처를 복지로 못 박는 복지목적세 도입이 절실하다. 이미 우리는 여러 복지시민단체와 함께 2013년 8월 ‘복지에만 쓰는 세금, 사회복지세’ 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회복지세는 누진성을 지닌 직접세인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세액에서 20%를 추가하는 부가세(surtax)다. 사회복지세로 거둔 연 20조원은 모두 복지에 사용하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세는 내가 낸 세금이 복지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고, 중간계층도 자신이 낸 세금보다 훨씬 많은 복지를 제공받을 수 있어, 소수 상위계층에게만 부과되는 부자증세보다는 중간계층부터 누진과세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사회복지세는 시민이 참여하는 복지증세이고 이를 통한 압력으로 상위계층, 대기업 과세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역사적인 과제에 직면할 때마다 재원 확보를 위해 목적세를 만들어 왔다. 1970년대 자주국방을 위해 방위세, 80년대 미래 세대를 위해 교육세, 90년대 WTO 가입에 따른 농어촌 지원을 위해 농어촌특별세를 도입했다. 이제 우리는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열망하고 있다. 그 재원은 사회복지세 도입을 통해 마련하자.


 

5. 무엇을 할 것인가?: ‘조세정의와 복지증세를 위한 국민위원회 ’구성하자!


대한민국은 조세 불신이 큰 나라이다. 과세형평성이 충분치 않고 세금의 사용도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매우 전향적인 일이다. 이번 세금과 복지 논의가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시민들이 지닌 조세 저항과 분노를 조세 정의를 구현하는 힘으로 전환시켜 나가자.


이를 위해 정부, 국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조세정의와 복지증세를 위한 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는 기존 과세형평성을 훼손하는 문제들을 검토해 종합개선책을 마련하고, 미래 복지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 로드맵을 만드는 역사적 임무를 맡게 된다.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에서 불신과 갈등 의제였던 세금이 이제는 ‘함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사회연대 의제로 탈바꿈해 갈 것이다. (끝)



2015년 2월 6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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