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 기초연금에 주목하라

2014. 11. 9. 16:4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더욱더 뜨거운 공방을 예고했다. 다섯 가지 논점을 짚어봤다. 무엇보다 공적연금을 강화한다면 기초연금 인상이 제일 좋은 답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전격 발의했다. 놀라운 속도다. 김무성 대표는 “다음 선거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십자가를 져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속내는 밀어붙여도 이득이라는 계산을 마친 듯하다. 야당도 조만간 방안을 내면 공방이 뜨거워질 것이다. 다음 다섯 논점이 토론되길 바란다.

첫째, 공무원연금의 재정 절감이 필요한가? 그렇다. 공무원연금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섰다. 적자보전금이 내년에 3조원이고 5년 뒤인 2020년에는 6조6000억원이다. 공적연금에 ‘재정안정화’ 잣대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빠른 고령화와 수명 연장 시대에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주제다. 강력한 증세로 국가재정 규모를 확대하고, 복지 분야 지출 몫을 늘린다 해도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이 지금처럼 계속 가는 건 곤란하다.

둘째, 재정 절감의 폭은 어느 정도가 적합할까? 새누리당안은 2080년 기준으로 현행보다 17.5%를 줄인다. 연금 삭감과 퇴직금 인상을 종합한 순효과다. 공무원 처지에서는 이만큼 깎이는 셈이다. 절감 규모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구현하는 수준에서 정해지면 되지 않을까?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 권리는 가능한 한 보장하고, 상위직 연금액은 노후 보장의 상식선을 넘지 않도록 말이다.

셋째,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담은 원리가 바로 하후상박이다(공무원연금 논의에서 하후상박은 계층별 차등 조정을 의미한다). 새누리당은 애초 정부안에 하후상박을 추가했다고 설명한다. 절반만 그렇다. 이번 개혁 이후 가입 기간에는 하후상박 원리가 작동한다. 국민연금처럼 가입자 평균소득(A값)이 연금액 산정식에 포함되어 하위직일수록 누진 급여율이 부여된다. 반면 현직 공무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09년 이전 임용자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진다.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약 17% 삭감을 의미하는데, 대상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하박상박이다. 새누리당은 연금 수령액에서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2~4% 차등 부과하는 것을 하후상박이라 자평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평균 연금액 2배(438만원) 이상 고액 연금을 향후 10년간 동결하겠다는 것도 대상자가 249명(0.07%)뿐이다.

넷째, 어떻게 2009년 이전 임용자에게 하후상박을 적용할 것인가? 일률적으로 수급 기간 5년을 단축하는 건 하후상박 원리에 어긋난다. 2010년 이후 임용자, 국민연금 가입자와 맞추자는 논리이지만, 정년이 60세인 나라에서 바람직한 ‘단일화’는 아니다. 기존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문제도 있다. 대신 60세 수급은 보장하되 수령액을 누진적으로 줄이자. 최고 삭감률 20%, 최고 상한액 400만원 정도면 어떨까? 500만원 이상 수령액이 400만원으로 줄게 된다. 삭감 시작점을 중하위직 어디부터 할지는 사회적 논의로 열어놓자(보수·재직 기간 등 삭감 방식도 직종별 임금 데이터에 기초해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국민연금까지 포함한 공적연금 개편 방향 논의, 피하지 말자

다섯째, 공적연금 강화의 방향은 무엇일까? 공무원노조는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까지 포함해 공적연금의 개편 방향을 논의하자고 말한다. 워낙 구조가 다른 두 연금이라 이 주제가 공무원연금 개혁 실시 여부를 가르는 건 아니지만, 새누리당안이 사실상 국민연금과 단일화를 추구하기에 회피할 주제도 아니다. 공무원노조는 ‘국민연금으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국민연금을 상향하자고 제안한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내고 더 받는’ 수정안을 내겠다고 나선다. 연금은 급여와 보험료를 짝으로 하는 제도이다. 급여를 상향한다면 보험료는 얼마로 올릴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공무원은 보험료 납부 능력을 지니기에 급여율 50%로 갈 수 있다(민간 수준으로 인상된 퇴직금을 합치면 총급여율은 70%). 이 경우 필요 보험료율은 20%에 이른다. 국민연금도 50%로 상향할 수 있을까? 현행 급여율 40%에 조응하는 보험료율이 약 15%이다. 후세대를 생각하면 지금 9%도 부족하다. 게다가 보험료율 인상은 한국의 불안정 노동시장에서 더 많은 사각지대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에 주목하자. 2007년 연금 개혁 이후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단일체계에서 국민·기초연금 이원체계로 전환되었다. 당시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인하를 하후상박으로 보전하는 의의를 지닌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선 기초연금이 가장 적절한 사회연대 임금이다. 공적연금을 강화한다면 기초연금 인상이 제일 좋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