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8. 10:42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주식양도차익 봐주자는 대통령 지시
국민의 허탈은 두렵지 않은가.
어제(17일)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귀를 의심할 내용이었다. “금융세제개편안은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한다”. 대변인은 이어갔다. “모든 정책은 국민의 수용성이 있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말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묻는다. 현재 주식종목당 10억원(2021년 3억원으로 하향 예정)을 가진 주식투자자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게 용인해도 되는 일인지. 여러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식투자 총액이 수십억원에도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지난 6월 기획재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은 오랫동안 세금정의를 염원하는 시민사회의 요구였다.
어제 대통령은 사실상 이 방안을 보류하라는 업무 지시를 내렸다. 행정부 내부 정책 혼란은 별개로 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정을 맡은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라 말문이 막힌다. “국민의 수용성”을 강조하는데, 과연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은 도대체 누구인가?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을 포괄하는 내용이기에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채권 양도차익과 집합투자기구에 귀속되는 모든 소득을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진일보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과세 특혜로 비판받아왔던 주식양도소득에 대해 전면 과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얻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는 우리나라 과세형평성을 거론할 때 늘 등장했다. ‘소득이 있으면 과세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요건이 강화돼 왔지만, 여전히 상당한 특혜성 비과세가 남아 있기에, 지난달 발표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에 기대를 걸었다. 비록 2천만원까지는 양도차익을 공제하는 한계를 지니고, 주식양도차익을 전면과세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절충안이었음에도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주식양도차익 전면 과세를 사실상 중단시켰다. 양도차익이 2천만원을 넘지 않는 주식투자자 95%는 여전히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고 오히려 증권거래세 인하 혜택을 보는 방안인데도 “국민의 수용성”을 근거로 들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대통령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 움직임, 코로나 재난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정, 부동자금의 부동산시장 쏠림 등을 우려한 듯하다. 모두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과제들이지만 그렇다고 세금정의 원칙까지 허무는 건 곤란하다.
무엇보다 조세정책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주식양도차인 과세는 세금 정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주제이다. 수억원대의 주식투자자가 양도차익을 얻어도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현행 세제에 대한 일반 시민의 허탈함이 크다. 그래서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는 우리나라 조세 개혁의 새로운 출발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지금까지 문재인정부가 조세개혁에 소극적이었기에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지난달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주목한 이유이다. 주식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또한 조세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 예정 시점은 2023년이다. 모든 시장에는 가격변동 사이클이 존재하기에 부동산 시장도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는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장기적인 조세정책 과제를 미뤄둘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아마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고, 여당이 국회를 지배하니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는 물건너 갈 듯하다. 문재인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시민들이 그 무엇보다도 자산 양극화, 자산소득 특혜에 분노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둘러싼 논란이 시민들에게 민생고 ‘사태’이듯이, 대통령이 주식양도차익과세를 중단시키는 일 역시 세금정의 실종 ‘사태’이다. 시민들은 이게 ‘나라다운 나라냐’며 탄식하면 가슴을 친다. 대통령은 아래로부터 국민의 허탈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끝>
2020년 7월 18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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