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기본소득? 전국민고용보험이 먼저다!

2020. 6. 7. 10:4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불안정 취업자 소득안전망으로 고용보험+실업부조전면 시행하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고용위기는 우리 사회의 약자가 누구이며,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누구인지 여실히 알려준다. 경제활동이 위축되자, 임시·일용직 노동자, 하청·파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부터 소득을 잃고 있다. 게다가 이들 불안정 취업자들은 사회안전망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에 대응해 전국민재난지원금이 시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고,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소득 손실을 당한 취업자들을 위한 대책이 보강되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사회의 사회안전망 자체를 재설계하는 작업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제위기나 고용위기는 반복되기 마련이기에, 앞으로의 위기에서는 우리 사회 누구도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불안정 취업자의 소득안전망으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제안한다. 전국민고용보험제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고용보험’과 고용보험에도 들어가지 못한 사람을 위한 ‘실업부조’로 구성된다. 일하는 혹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를 보호하는 소득안전망이다.

우선 고용보험의 확대에서 ‘전면 전환’을 제안한다. 현재 고용보험 밖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감안하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단계적 확대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접근이다. 예술인이나 일부 전속성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기존 제도에 포괄하는 점진적 방식을 넘어,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 누구나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했을 때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임금’과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설계된 현행 고용보험의 기여 및 급여 체계를 ‘소득’을 기반으로 개편하면 가능한 일이다. 전국민고용보험제 이름에 걸맞게 일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전면 전환을 추진하자.

또한 전국민고용보험제는 실질적인 실업부조 제도를 필요로 한다. 고용보험이 전체 취업자로 확대되더라도 아예 고용이력이 없거나, 장기간 실업하여 고용보험 수급기간을 소진한 이들이 존재한다. 사용자의 책임 회피와 정부의 감독 부실로 고용보험 외부에 있는 취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전국민고용보험제가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짝으로 구성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한국형 실업부조’로 인정되기엔 빈약하다. 수급자에게 고용이력을 요구하고, 소득기준이 엄격하며 수급기간은 짧고 급여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실업부조가 실질적으로 전국민고용보험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 제도보다 수급대상과 수급기간, 급여수준이 모두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고용보험 외부에 존재하는 최초 구직자, 초단시간노동자, 실업급여 졸업자 등을 위한 소득안전망이 될 수 있다.

한편 전국민재난지원금을 계기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원천적으로 사각지대가 없으니 누구라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주장이다. 그러나 전국민재난지원금이 당장의 위기에 대한 긴급 대응책으로 유효했다고 해서, 기본소득의 장기적·지속적인 실현가능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은 위기가 아닌 평상시에도, 그리고 소득이 있는 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재난 시기의 긴급한 대책인 재난지원금과는 전혀 다른 제도이다.

기본소득은 그 적용범위에서 보편적이지만, 불안정 취업자의 생활지원을 위해 충분한 수준까지 급여를 지급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의 급여 수준이 현재의 실업부조보다 높지 못하면서, 소요재정 규모는 지금까지 어떤 복지 프로그램과 비교할수 없을만큼 거대하다.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액이 현재 실업부조 수준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불안정 취업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소득안전망은 기본소득보다는 ‘전국민고용보험제’이다.

물론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상상력’은 분배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 생각을 재검토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또한 기술변화가 대다수 인간의 노동을 주변화하는 미래가 현실이 된다면, 그 때는 기본소득이 분배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때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불안정 취업자에게 실질적인 소득 수준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코로나19는 불안정 취업자들을 위한 소득안전망의 전면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과제의 핵심을 놓치지 말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소득안전망은 ‘전국민고용보험제’이다.

 

2020년 6월 7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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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내만복_기본소득보다_전국민고용보험2020060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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