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130주년 노동절 - ‘고용보험+실업부조’로 전국민실업안전망 구축하자!

2020. 4. 30. 12:1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사회보험 재원기반, ‘임금에서 조세로 전환도 필요

 

 

오늘은 130번째 맞는 노동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확인하고 또한 구현하기 위해 의지를 모으는 날이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헌법에 노동권이 명시될 수 있었던 것은 선배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임을 안다. 또한 지금 우리가 풀어야할 많은 과제들도 알고 있다. 전태일 열사가 죽음으로 노동권 유린을 고발한지 5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노동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저임금 불안전 고용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심지어 최소한의 사회보험 안전망도 가지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2020년 현실에서 노동권을 옹호하는 핵심 과제로 ‘전국민실업안전망’을 제안한다. 최근 코로나19 재난에서 확연히 드러나듯이, 한국에서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들은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약 2700만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무려 약 1200만명에 이른다(공무원 등 특수직역노동자 제외). 이들은 영세사업장에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며, 학습지교사와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며, 지역에서 가게를 하는 영세자영자들이다. 우리사회에서 소득과 고용에서 불안정한 사람들이 고용보험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최소한 실업/폐업으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해서는 사회가 안전망을 마련하자. 그러한 목적으로 고용보험이 있지만, 취업자의 절반만 포괄하고 있다. 현재 노동시장 중심부에 한정돼 있는 고용보험체계를 전체 실업자를 포괄하는 ‘전국민실업안전망’으로 확장해야 한다. ‘고용보험+실업부조’로 구성된 실업안전망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실업에 대처할 수 있어야한다.

 

첫째,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이는 특수고용노동자 모두가 고용보험에 포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명확하게 노동자성을 부여하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주, 업체, 플랫폼은 사용자로서 고용보험 가입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최근 프랑스는 노동법을 개혁해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예술인 등을 실업보험의 당연가입 대상으로 포괄하고, 이를 위해 피용자 부담 실업보험료를 사회보장세 성격의 일반사회보장기여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어느 나라보다도 특수고용노동자 문제가 심각한 곳이 대한민국이다. 바로 단행하자. 특수고용노동자 모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자.

 

둘째, 법적 가입대상임에도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무려 378만명에 이른다. 버젓이 고용보험법이 존재함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게 대한민국 행정부이다. 이미 법적 가입 요건을 지닌 노동자들이 당연히 고용보험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 왜 광범위하게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지 원인별로 분석하고 꼼꼼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자영업자들도 취업자로서 실업/폐업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영세 자영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지만 임의 가입 방식이라 사실상 생색내기일뿐이다. 수많은 영세 자영자들이 폐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형식치례 정책으로 일관하는 무책임의 전형이다. 결국 고용보험료 부담의 문제이다. 영세 자영자의 경우 국가가 사용자 지위를 자임해 고용보험 사용자 몫을 책임져야 한다. 이를 근거로 자영업자들에게도 고용보험 가입을 독려해야 한다.

 

넷째, 고용보험의 짝으로 실업부조를 전면 시행하자. 노동시장의 불안정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고용보험으로 포괄할 수 없는 틈새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취업준비생 처지에 있는 청년 구직자들이다. 아직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첫 직장이 없는 까닭에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으면서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또한 취업기간이 짧은 초단시간 노동자, 실업급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업자들도 그렇다. 이러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실업부조’이다. 정부가 올해 한국형 실업부조 취지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한다지만 지원 대상이 연간 50만명 수준이고 최근 2년 이내 6개월의 취업경험을 요구하며 급여 수준도 6개월 월 50만원으로 제한적이다. 고용보험 밖 실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격요건, 급여수준, 수급기간 모두를 강화해 실질적인 실업부조로 자리잡아야 한다.

 

다섯째, 사회보험 기여금을 ‘임금’에서 ‘소득(이윤)’에 대한 조세 형태로 전환해 가자. 현재처럼 임금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고용보험 재정은 다양한 고용방식이 확대되는 현실에서 한계를 지닌다. ‘고용보험 + 실업부조’로 구성된 전국민실업안전망이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업안전망의 재원구조도 혁신돼야 한다. 그래야 모든 취업자들이 다양한 고용, 생업 지위에서 고용보험 틀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개인의 ‘고용상황(고용 또는 실업)’이 아닌 ‘소득상황(소득의 급격한 감소 혹은 상실)’을 기준으로 급여 수급 자격이 부여될 수 있다.

 

130번째 노동절을 맞은 오늘, 마음이 무겁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삼성 노동자 김용희씨는 여전히 삼성생명 빌딩 앞 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고, 청년노동자가 구의역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이후에도 작업장 산업안전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가장 생계 절벽에 서 있는 사람들이 바로 불안정 노동자, 영세자영자들임을 확인하고 있다.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평안히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자. 극심한 불평등과 격차가 뿌리깊은 대한민국에서 세상을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노동권을 지키고 증진하는 길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다. 그 첫 출발로 ‘전국민실업안전망’을 구축하자.

 

 

 

2020년 4월 30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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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노동절제안_전국민실업안전망2020043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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