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모녀 못살리는 ‘세모녀법’ 규탄한다

2015. 2. 25. 09:5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 송파 세모녀 1주기 논평 >


세모녀 못살리는 ‘세모녀법’ 규탄한다


기초법 전면 재개정해 3대 독소조항 폐지해야




내일 26일은 송파 세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큰 딸의 만성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 사회의 복지가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삶을 포기할 정도로 모진 빈곤에 시달리던 이들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아무것도 없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었지만 이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송파 세모녀는 죽음으로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고발했고, 정부와 국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논의에 나섰다. 그러나 논란 끝에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법률은 정작 빈곤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빈곤 사각지대의 가장 큰 원인인 부양의무제는 일부 완화되기는 했으나, 현재 부양의무제로 수급에서 배제되어 있는 117만명 중 12만명을 포함하는데 그쳤다. 최저생계비는 기준 중위소득에 근거한 상대빈곤선으로 바뀌었지만 실질적으로 수급대상과 보상수준을 개선하지 못하고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다.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을 개선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급여체계만 개편하는 것으로 법안 개정을 마무리했다. 그래놓고 정부는 ‘세 모녀법’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올해 1월 고시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더욱 한심하다. 부양의무제와 더불어 기초생활보장제 사각지대를 야기하는 재산의 소득환산제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최저생계비 계측조사와 관련한 시행규칙을 삭제하여 기초생활보장의 권리성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 모녀가 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했던 독소조항인 추정소득은 확인소득(시행령 3조의3제13호 ‘보장기관이 개별가구의 생활실태 등을 조사하여 추가로 확인한 소득’)으로 이름을 바꾸어 버젓이 시행령에 추가되었다. 이는 종전의 추정소득이 법률적 근거 없이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운영되어 왔고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아예 추정소득 부과에 법률적 근거를 부여하려는 시도다. ‘세 모녀법’이 세 모녀의 비극을 막기 위한 법이 아니라 세 모녀의 비극을 계속 방치하는 법에 다름아니다.


송파 세 모녀가 1년 전 남긴 마지막 말은 ‘정말 죄송합니다’ 였다. 하지만 정말 죄송해야 할 주체는 세 모녀의 비극을 경험하고도 제2, 제3의 세 모녀를 낳을 수 있는 법을 만들고 있는 박근혜 정부다. 빈곤한 사람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실상 고복지 국가라거나 복지지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세력이 바로 집권여당 새누리당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나아가 법률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부양의무제, 재산의 소득환산액, 추정소득 등 빈곤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3대 독소 조항을 사실상 폐지해 빈곤으로 인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세상을 떠난 세 모녀의 영전에 바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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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논평)_세모녀1주기2015022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