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8. 13:44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내일은 설날이다. 올해엔 밥상 주제로 세금도 오를 듯하다. 설날 ‘서민증세’ 성토장이 열릴 듯한데, 다르게 말해볼 순 없을까?
2014년도 세입 결과가 발표됐다. 법인세가 예상보다 줄고 근로소득세는 5000억원 늘자 언론은 “월급쟁이들만 쥐어짰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근로소득자들의 세금이 증가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분통 터트릴 일은 아니다. 세목별 총액보다 중요한 건 계층별 부담액이다.
지난해 소득세제에 어떤 일이 벌어졌나? 연말정산 변화로 아이가 태어났거나 두 명 이상인 중간계층 가구에서 세금이 조금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훨씬 더 내고, 연봉 4000만원 미만 가구는 대체로 줄었다. 또한 38% 최고세율 구간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내려와 억대 연봉자 세금이 추가로 늘었다. 언론에서 ‘쥐어짠 월급쟁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 대상은 대부분 상위계층이다. 자신이 속한 계층의 눈으로 ‘세금’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같은 근로소득자는 아니다.
다자녀 가구의 공제 축소는 논란거리다. 출산 장려 정책에 반한다는 비판에 일리가 있다. 동시에 보육복지 확대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 복지가 없을 때에는 자녀 소득공제가 이를 대신했지만 이제는 중간계층 이상에게도 수백만원 상당의 보육료가 지원된다. 보육복지가 모든 계층으로 전면화되면서 자녀 공제가 축소된 것이다. 복지와 세금을 결합한 정책 조정의 취지이다. 더 나아가 아예 의료비, 교육비 세액공제를 없애 그만큼 세금을 더 내고 무상의료, 대학등록금 국가책임 등을 구현하면 어떨까? 이는 공제 없이 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고 필요한 만큼 복지를 누리는 스웨덴 시민들이 택한 방식이다.
법인세는 무려 3조원 덜 걷혔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난해 예상치보다 준 것이기에 감세와는 별개 사안이다. 법인세는 경기를 크게 탄다. 임금은 불황 때에도 얼마씩 오르지만 기업 이윤은 준다. 지난해 법인 과표소득이 약 11조원 준 게 세수 부족의 결정적 이유이다. 지난해 법인세수가 빈약한 탓에 올해는 기저효과만으로 세금이 늘 수 있다. 혹 올 들어 법인세를 더 내기 시작한다는 대기업을 향해 흔들림 없이 법인세제 강화를 주장하려면 경기 변동과 세제 효과를 구분해 봐야 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복지 낭비를 막아 세금을 절약하자고 강조한다. 주로 중복 복지사업이 거론된다. 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여가부의 청소년 방과후아카데미 등 서민 자녀를 위한 돌봄사업이 대표적 사례이다. 부처별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필요하면 사업들을 통합할 수 있다.
최근 보육시설 아동학대 사건으로 불똥이 무상보육까지 튀었는데, 진정 보육지출을 개혁한다면 엄마들이 원하는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고 보육교사 처우까지 개선해야 해 지금보다 세금이 더 필요하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세금 행보는 수긍하기 힘들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 저항을 완화해야 하건만 서둘러 세금폭탄론을 꺼내고, ‘증세 없는 복지’를 빗대 ‘복지 없는 증세’론까지 내민다. 복지와 세금을 함께 사고하기는커녕 자신이 옹호해 이룬 복지 확대 성과마저 부정하는 꼴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다운 세금정치를 기대할 순 없을까?
증세 방식도 중요한 토론 주제다. 세금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관건이다. 재정지출 불신이 큰 우리나라에선 복지에만 쓰도록 사용처를 정하는 복지증세가 적합하다. 지난해 담뱃세의 경우 전형적 서민증세로 귀결되었다. 건강 예방이 진짜 목표였다면 인상액을 모두 건강사업과 취약계층 건강보험료 지원 등에 써야 했다. 그러면 논점이 서민증세에서 복지증세로 옮겨가지 않았을까? 향후 법인세·소득세 등을 올린다면 모두 복지에만 쓰는 사회복지세 방식으로 추진하자. 프랑스는 1991년 사회복지세를 제정했고 근래 일본도 소비세를 올리면서 인상 몫은 복지에 배정하는 증세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주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의하면 사회복지세를 신설할 경우 세금을 더 낼 생각이 있다는 응답이 51.6%로 나왔다. 이제 사회복지세도 세금 밥상에 오를 후보가 되었으니 과감히 제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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