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 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기회…개선 재추진, 국정운영 큰힘 돼”

2015. 2. 5. 19:4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인터뷰]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





‘건강보험료(건보료) 개선안 백지화 논란’을 가라앉히려면, 저소득층 보험료 경감 방안처럼 미봉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기획단)이 마련한 개선안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획단의 개선안은 45만명 안팎의 고소득층한테서 보험료를 더 거둬 600여만명의 저소득층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다.


오건호(사진)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 공동위원장은 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현행 부과체계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어, 어느 한 부분만 건드리면 또다른 부작용이 불거진다”며 “정부가 원안 재추진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부과체계 개편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국정을 꾸려가는 데도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민주노총 정책부장과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복지 분야 시민·노동자단체인 내만복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의 건보료 개선안 백지화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건보료 부과 방식을 꼭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이렇게 뜨거운 이유가 어디에 있나?


“건강보험제도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달리 모든 국민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또한 그들 대다수는 현재 건보료를 매기는 방식이 쓸데없이 복잡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정부가 ‘(경제적 형편에 따른)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라는 의제가 갖는 공감대의 폭을 무시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 ‘개선안 백지화’라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건보료 이슈를 계속 안이하게 다루면, 박근혜 정부는 휘청일 수 있다.”



-백지화 논란 이후, 정부는 일부 저소득층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연소득 5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성·연령이나 생계형 자동차에 매기는 보험료를 깎아주겠다는 건데, 차상위계층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세 보증금으로만 10만~20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세입자는 가만히 있겠나? 경제적으로 넉넉한 일부 피부양자와 직장가입자가 제도의 허점을 틈타 보험료를 적게 내니, 그 부담이 저소득층한테 쏠린다는 사실이 문제의 핵심이다. 핵심을 외면한 미봉책으로는 건보제도의 문제를 잘 아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렵다.”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재추진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마련한 개선안은 (일부 한계가 있긴 하지만) 현행 부과체계의 문제를 정면으로 포착하고 있다. 임금 이외의 소득을 갖는 직장가입자의 문제,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문제, 저소득 지역가입자한테 되레 부담을 더 지우는 평가소득의 문제 등을 정확히 직시했고 이를 단계적으로 푸는 해법을 내놓았다. 이 방향이 옳다.”



-정부는 먼저 저소득층 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준 뒤 나중에 고소득층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 아닌가?


“저소득층 보험료를 깎아주는 동시에 고소득층 부담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그 부담을 전체 가입자가 떠맡아야 한다. 건보제도가 허술한 탓에 특혜를 입는 고소득층은 그대로 둔 채 대다수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린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 또 먼저 줄여준 뒤 올리는 과제만 나중으로 미루면, 그때 개혁의 동력은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건보료 개선안 원안 재추진이 가능할까?


“부과체계 개혁의 필요성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숱하게 제기돼왔다. 역대 정부의 노력과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 상승 등 조건이 맞아떨어져 부과체계 개편안이 마련된 것이다. 박 대통령한테 원안 재추진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침 1일 내각과 청와대가 정책 조율을 위한 협의기구를 꾸렸다. 여기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재추진을 첫 작품으로 내놓는다면, 정부와 국민이 국정을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첫 사례로 남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 사진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