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기초연금 좌충우돌

2014. 5. 1. 18:0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생각을 따라가기 힘들다. 갑자기 정부 기초연금안을 관철시키려 힘쓰니 말이다. 최근 새정치연합은 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정부안 수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엔 당내 반대 의원들을 피해가기 위해 여론조사까지 벌인다. 창당 근거였던 기초후보 공천도 그러하더니 새정치가 고작 여론조사 정치냐는 비아냥까지 자초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화 시대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인 연금개혁을 이리도 졸속으로 결정하려는 과감성이 놀랍다. 후세대 몫까지 정하는 일이기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오랫동안 숙의를 거듭해야 하는 게 연금개혁이다. 스웨덴은 1984년 연금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15년을 논의한 끝에 1999년 연금개혁을 마무리했다. 그래야 처음에는 입장 차이가 컸고 여전히 내키지 않는 사람들도 수용하는 연금제도가 된다. 고령화 시대 연금재정 책임을 안게 될 후세대들의 제도 참여도 용이해진다. 어느 날 느닷없이 여야 지도부 조찬회의에서 방안을 뚝딱 마련하더니 내용도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채 의원총회에서 찬반을 묻고, 여의치 않자 단 한번 여론조사를 참고해 연금개혁안을 택하려는 정당이 또 어디 있을까?

더 이상 연금 철학이나 원칙은 묻지 않겠다. 새정치연합이 보편적 기초연금을 추구하는 정당인지, 정부안이 국민연금 토대를 뒤흔드는지 여부가 지도부에게는 이미 그리 중요한 주제가 아닌 듯하니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꼭 따져야겠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과 연동해 오르는 것과 다르게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사실상 물가와 연동해 인상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면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 명시된 기초연금 ‘급여율 10%(현재 20만원)’가 20여년 후에 ‘5%’로 반 토막 날 수 있다. 물가가 소득보다 느리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또 하나의 심각한 공약 위반이다. 국민연금 연계보다 훨씬 큰 감액을 초래하는 조항인데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물가연동은 작년 정부안 입법예고 때 갑자기 등장했고, 정부가 법안 내용과 달리 기초연금이 가입자 평균소득과 연동해 오르는 것으로 홍보자료를 배포해 투명한 논의를 가로막아온 탓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5년주기 국회특위 구성을 부칙에 담겠다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의심된다. 박근혜 후보 공약대로, 새정치연합의 연금 설계도가 그러하듯이, 소득연동이 기초연금 논의의 전제여야 한다.

들리는 답변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감안해 내린 불가피한 수용이란다. 그런데 이 셈법도 그리 수긍하기 어렵다. 정부안 골격대로 기초연금안이 통과되었다 치자. 새정치연합이 얻을 게 무엇일까? 정부안이 통과된 것이므로 공은 당연히 정부와 여당 몫이다.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하고서도, 국민연금 신뢰를 훼손시키면서도 끝내 이루고야 마는 대통령의 추진력, 리더십만 돋보이지 않을까? 새정치연합에 돌아오는 건 노인들의 지지표보다는 당내 갈등, 보편복지 정당이 맞느냐는 시민사회의 규탄이지 않을까?

물론 득점만큼이나 실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지도부는 계속 정부안을 반대하면 지방선거에서 야당책임론이 불거져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 모양이다. 선거 악재를 털어내겠다는 심산이다. 백보 양보해 지금까지 그랬다 치자. 야당이 정부안을 반대해 왔다. 그런데 당장 내일 선거를 치르는 게 아니다. 남은 기간 논의 안건을 정부안에서 야당안으로 전환하면 된다. 정부안은 7월 20만원 지급방안으론 이미 생명을 다했다. 지금이야말로 야당이 판을 바꿀 적기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서 수치 하나만 고치면 당장 20만원 지급이 가능하다. 온 힘을 다해 이 방안을 국민에게 알려라. 그러면 20만원 지급을 막는다는 비판이 누구에게 쏠리겠는가?

정말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속내를 알고 싶다. 왜 그토록 정부안을 수용하려 하는지. 야당이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을 막고 있다고 지도부 스스로 소문을 퍼뜨리는 꼴이다. 자신이 주도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어떻게 판을 짤지에 대한 전략은 내놓지 않고 새누리당이 협박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전한다. 논리를 듣다 보면 마치 새누리당 지도부라 착각할 정도이다. 그러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이해라도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