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야기 5> 13번째 월급 연말정산 맞아: "소득공제 줄여갑시다"

2014. 1. 26. 15:5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연말정산 하셨나요? 13번째 월급으로 기대를 갖고 계시지요. 연말정산 환급액은 자신이 미리 낸 세금에서 일부를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세금을 많이 낸 사람(즉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리고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지출이 많은사람일수록 돌려받는 액수도 많을 것입니다.

지난 <세금이야기 3>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 소득세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소득공제입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1.8%(소득세 38%+지방소득세 3.8%)로 OECD 평균 최고세율 42.5%와 비슷한데, 소득세 세수는 OECD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

지금 우리가 신청하는 연말정산이 바로 소득공제 신청이지요. 2012년 우리나라 근로자가 받은 총급여는 471조원인데, 여기에서 근로소득공제(근로소득에 일정 비율 공제), 인적공제(가족 수에 따른 공제), 특별공제(교육비, 의료비 등에 따른 공제)가 행해져 실제 소득세가 부과되는 급여는 총급여의 38%인 179조원에 불과합니다.

저는 소득공제 정비 없이 우리나라 소득세가 제 기능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차 소득공제를 줄여가야 합니다.

국세청은 매달 월급에서 소득세를 징수합니다. 이 때 원천징수액은 근로자의 급여, 가족수에 따라 미리 작성된 간이세액표에 따라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월급여 300만원이고, 가족이 4인이면 모두가 2만7천원을 월급에서 원천납부합니다. 이 2만 7천원은 300만원 급여, 4인가족 가구의 평균적 속성을 감안해 부여된 금액입니다. 이후 연말정산에서 가구별 의료비, 교육비 사용 등을 따져 근로자 개인별 결정세액이 계산됩니다. 이 결정세액이 원천징수액보다 작으면 그 차액만큼 환급을 받고 원천징수액이 오히려 작으면 추가 납부해야 하지요.

근래까지 대다수 사람들이 연말정산을 거쳐 세금을 돌려받아 왔습니다. 국세청이 미리 징수하는 원천징수액을 실제 예상 결정세액보다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죠. 나중에 연말정산을 거쳐 더 세금을 내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 그 불만과 저항을 감당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국세청은 이왕 원천징수하는 거 예상액보다 더 거둔 후 연말정산에서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국세청 입장에선 미리 더 거둬 재정을 사용하는 이익도 있겠지요.

13번째 월급이 있어 기쁘시다구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내야할 결정세액보다 미리 더 많이 낸 걸 돌려받은 것뿐입니다.

근래 연말정산 환급액이 과거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실망스러우신가요? 거꾸로 생각하세요. 이제 원천징수액(간이세액)을 '실제 결정세액’에 가깝게 책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둘만큼만 원천 징수하니 나중 돌려주는 세금도 작은 것이지요. 13번째 월급은 가능한 작아야 제대로 된 조세행정입니다.

소득공제는 상위계층일수록 세금감면 혜택을 더 받는 역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소득공제를 줄여가야 합니다. 또한 감면혜택을 모든 계층에게 동일하게 부여하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도 역진성을 방지하는 조치입니다. 지난해 소득세가 개정되어 의료비, 교육비 등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었습니다. 고소득자일수록 공제액이 줄고 저소득자일수록 공제액이 늘었습니다. 그만큼 올해 소득세 원천징수액이 고소득자는 늘고 저소득자는 줄겠지요.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정책이지만 괜찮은 개혁입니다.

이후 점차적으로 소득공제를 줄여갑시다. 우선 상위계층 대상 공제를 줄이는 게 좋겠지요. 물론 근본적 한계는 있습니다. 근로자 소득공제는 자영업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공제를 활용해 소득을 줄이는 것과 형평을 맞추려는 취지도 있습니다. 자영업자가 비용공제 받듯이 근로자는 근로소득공제, 특별공제 등을 받는 것이지요. 근로자가 유리알 지갑이라 불리지만 소득공제 제도를 감안하면 통상 생각하는 것만큼 근로자가 자영업자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자영업자 과세 인프라를 명확하게 만들어 갑시다. 동시에 근로자 소득공제도 줄여 갑시다. 번만큼 내자는 것이지요. 소득세가 제자리를 잡아야 우리나라 조세 세입도 의미있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소득공제! 복지국가를 바란다면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점차 줄여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