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천만다행] 2014년 복지 쟁점과 과제
2014. 1. 10. 23:51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서울시 복재지단 웹진, 천만다행>
-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찍이 한국형 복지국가를 주창했었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작년은 실망의 한해였다. 올해도 별반 다르진 않다. 2014년 복지정책은 작년에 박근혜 정부가 후퇴시킨 복지 공약 수준에서 머무를 듯싶다. 새로운 복지요구를 둘러싼 논점이 부상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 그럼에도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 복지재정이 뜨거운 감자이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 복지 논쟁이 어떤 복지인가를 둘러싸고 진행되었다면(선별/보편 복지), 향후 2~3년간은 복지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두고 두 세력이 맞붙을 개연성이 크다.
‘어떤 복지’보다 ‘어떻게 복지’가 새해 복지 논쟁의 화두
- 현재 박근혜 정부에게 복지지출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 작년에 국민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줄인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에도 그렇다. 애초 재정마련 공약이 부실했던 탓이다. 박근혜대통령은 후보시절 꼭 지킬 수 있는 건만 내놓았다고 호언했지만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복지공약 축소가 추진되더니 재정 확보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 총 135조원(연 26조원)을 조달하겠다며, 세출점감(84조원)과 세입개혁(51조원)을 6:4 비중으로 배치하는 등 그럴듯한 구상도 소개했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같은 ‘직접 증세’ 없이 공약 이행 비용을 마련한다니 귀가 솔깃할만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 그런데 임기 첫해부터 재정 조달이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우선 세출개혁에서 별다른 성과를 발견할 수 없다. 애초 정부 예산 중 재량지출(정부총지출의 약 40%, 약 150조원)에서 일괄 7% 축소하고, 추가로 SOC 투자, 산업 지원 등 경제개발예산을 7% 절감하겠고 밝혔으나 올해 예산에서 이러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
- 세입개혁 역시 지지부진하다. 대기업에게 집중되는 비과세감면 항목들은 거의가 그대로 남아 있고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환상적 용어를 만들어냈으나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다. 복지지출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는 미래 가정법이어서 서로 조응할 수 없는 다른 시제의 일이다. 작년 가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도 박근혜 정부의 세입개혁 공약이 조달할 수 있는 재정 규모는 공식 발표의 60% 수준에 머물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 그런데 아무리 복지공약을 줄여도 복지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부가 수정한 기초연금안대로 시행한다 해도 당장 올해부터 기초연금 재정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다. 작년에 지방정부마다 예산부족으로 논란을 빚었던 무상보육도 계속 제공해야 한다. 애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4대 중증 질환 국가책임, 반값등록금도 생색을 내야 한다.
- 반면 중앙정부의 금고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13년 중앙정부 재정적자가 23조원에 달했고 올해는 2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복지지출마다 대응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지방정부 역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정부는 복지 확대를 결정하면서 정치적 명분이라도 챙겨가지만 지방정부는 의사결정권도 없으면서 대응예산을 조달해야 하기에 속이 더 탈 수 밖에 없다.
- 이러한 상태가 올해도 계속된다면 전체 복지체계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공공부조 복지가 계속 지체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기간 복지 예산 증가율은 정부총지출 평균증가율 5.3%보다 높은 7.3%였다. 급식, 보육, 기초노령연금 분야에서 예산이 대폭 늘어난 덕택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 세입의 증대가 없었기에, 결국 보편복지 확대를 위해 공공부조 예산이 희생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기초생활보장예산은 평균 3.5% 증가에 그쳤고, 올해도 복지예산 평균증가율이 8.7%인데 기초생활보장예산은 3.1%에 불과하다.
증세 논의 본격화 불가피할 듯
-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보편복지 체계를 다시 선별복지 방식으로 전환하자 말하지만,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복지재정을 확충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기존 지출 혁신,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재정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이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점차 검증되고 있다. 관건은 증세에 달려 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GDP 25.1%로 OECD 평균 33.8%에 비해 8.7% 포인트, 금액으로 무려 100조원 이상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가 조달 목표로 삼은 연 26조원의 4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 올해부터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가피하게 증세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증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소비세 인상이 유력한 후보이다. 야권과 보편복지 세력은 소득세, 법인세 중심의 직접세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노년유니온 등이 작년에 국회에 청원 발의한 사회복지세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사회복지세는 거둔 세금을 반드시 복지에 사용하도록 정하기에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을 우회해 국민들에게 증세를 설득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 이제 사회복지계도 복지재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증세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복지기관들이 제공하는 공공부조 복지가 현재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것도 정부 재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비롯되는 일이다. 기초생활보장, 장애인복지 등을 강화하면서 사회복지사 근로조건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복지재정 총량을 늘리는 복지현장의 압박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복지기관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의 예산난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방정부가 직면한 복지지출 대응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국고보조율을 높여야 하고 이 역시 중앙정부 복지재정이 늘어야만 가능하다.
- 복지 예산은 개별 복지기관의 활동 범위를 넘어서야 하는 의제이다. 복지기관과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논의하고 요구하는 지역적, 전국적 활동이 필요하다. 근래 사회복지사들의 자발적 모임이 활성화되고, 광주에선 지역 사회복지사 노동조합 결성이 진행되며, 광역단체별로 사회복지사협회를 민주화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는 것들은 이러한 기대를 더욱 갖게 한다. 이제 대한민국 복지논쟁의 한복판에 복지현장이 나설 때이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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