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9. 00:03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공약이 노인 4명 중 한 명에게 투표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민생상담소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마을신문 도봉N이 공동으로 도봉구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107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가 경제 여건을 이유로 기존 공약 대신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 ‘하위 70%까지 차등지급’하겠다고 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먼저 도봉구에 사는 노인들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응답자 중 무려 76%가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노인은 1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기타 후보를 찍었다고 답했다. 이어서 기초연금 공약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이 26%,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한 노인은 62%였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4명 중 한명 꼴로 기초연금 공약이 투표에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앞서 ‘리서치 뷰’가 20대부터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초연금 공약이 후퇴할 것을 투표 전에 미리 알았다면 누구에게 투표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8.3%가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를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 51.6%로 환산하면 4.3%에 해당하는 수치로 기초연금 공약이 없었다면 지난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초연금 공약에 영향을 받은 노인이 26%에 달해 다른 세대보다 노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에 대한 노인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비추어 보면 기초연금 공약이 대선 결과에 미친 영향은 더욱 크다.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지급 공약’ 투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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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수 |
비율 (%) |
① 큰 영향을 주었다. |
28 |
26.2 |
②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 |
66 |
61.7 |
③ 잘 모르겠다. |
13 |
12.1 |
약속대로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23%
하지만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하위 70%까지 차등지급하는 안에도 66%가 찬성해 상당수가 대체로 수긍하고 있었다.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은 23%였다. 이처럼 공약 축소에 대한 노인들의 수용 의사가 높은 이유로 연금 전문가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은 “노인들도 재정 현실의 한계를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역대 선거처럼 공약 이행을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에게 일일이 질문 내용을 설명하며 조사를 했는데도 거의 모든 노인이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기존 공약을 ‘하위 70%까지 차등지급’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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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수 |
비율 (%) |
①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한다. |
25 |
23.4 |
②하위 70% 까지 차등 지급 |
71 |
66.4 |
③잘 모르겠다. |
11 |
10.3 |
면접 조사에 응한 노인들 상당수가 “경제가 어렵다는데 어떡하겠어. 나라에서 주는 데로 받아야지”라는 말을 많이 했다. 현재 ‘받고 있는 연금이 없다.’고 답한 13%의 노인 중 자신이 기초생활수급권자라고 밝힌 노인들일수록 체념은 더 깊었다. 반면 자신의 경제 수준이 ‘상층에 속한다’고 하는 한 노인은 “남편 잃고 아무런 소득 없이 33평짜리 집 하나만 달랑 있는데 동사무소에 가니 기초연금을 못 준다고 했다.”며 “주변에서 다들 받는데 나만 못 받으니 억울하다.”고 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이 상층에 속한다는 노인일수록 ‘약속대로 모든 노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중층이나 하층에 속한다는 노인들이 각각 20%, 23% 씩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어야 한다.’고 답한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도봉구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기초연금에 관한 설문 조사에 답하고 있는 노인>
조사를 수행한 예비사회복지사 김OO씨(40대, 여성)는 만났던 노인들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뿌리 깊은 향수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심지어 “대통령이 (기초)연금을 다 주려는데 야당이 반대해서 못 준다고 하더라.”는 노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자 황OO씨(40대, 여성)는 “보편복지에 대한 노인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며 노인들이 “경제가 어렵다는 전통적인 정치권 논리에 너무 쉽게 수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자에게 오히려 “어려운 시절을 안 겪어봐서 모른다.”거나 “자식들에게 (세금)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오건호 위원장은 “노인들도 정부 재정 한계에 민감한 것으로 보아 정부가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복지증세 등 재원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조사대상자를 도봉구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들로만 한정해 영, 호남 등 지역적 편차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봉구가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 평균 민심을 드러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초연금에 대한 당사자 노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_ 이상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서울시 복지재단 시민기자 adonis23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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