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전월세 상한제 도입, 더 미룰 수 없다

2013. 11. 7. 15:0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60주 연속 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최고치 경신이 눈앞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전세와 월세가 비싸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민생을 외치면서도 전세, 월세 사는 서민 입장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집값 부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야당은 찬성하고 여당과 정부는 반대했다. 지난달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전월세 상한제를 ‘극약 처방’이라고 했다. 독일·프랑스·캐나다·영국·스웨덴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극약 처방이라고 보는 인식이 놀랍기만 하다. 전월세 상한제를 왜곡하는 사람은 강 의원만이 아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이 상한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우유값·두부값·물값·전기값·짜장면값·교통요금이 나름의 과정을 통해 조정되어 왔다. 만약 이들 가격을 그동안 업계 자율에 맡겨 놓았다면 지금의 2~3배 가격에 거래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적절히 조절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큰 부담 지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전월세 역시 심판 노릇을 하는 정부가 나서 룰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자는 것이다.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이런 조절 장치를 도입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입자들이 지금처럼 높은 주거비와 전세난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주거비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것도 막았을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결코 ‘극약 처방’이 아니다.

 

상가 세입자든 주택 세입자든 한국의 세입자는 그동안 거의 무권리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 들기는커녕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희생번트나 불쏘시개 노릇을 하기 일쑤였다. 그 전형적인 예가 현 정부의 8·28 대책이다. 언론을 통해 전월세 대책이라고 요란스럽게 홍보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었을 뿐이다.

 

세입자를 위하는 척하지만 부동산업자·건설업자·자산가의 이득을 채워주기 위한 목적에 충실한 내용이었다. 세입자한테는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줄 테니까 집을 사라!”고 한다. 빚은 빚을 낳는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문구가 있지만 실상은 확대하는 것도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매년 11만가구 공급’이라는 문구도 있지만 재정 대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 11만가구’는 어떻게 되는지 설명조차 없다.

 

8월에 이루어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찬성이 76%에 이르렀다.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전세가가 폭등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입한다는 말도 못 꺼내게 하려는 말법이다. 정기국회에서 계약 갱신 때는 물론이고 신규에도 적용하게 하고 법을 공표하자마자 바로 시행에 들어가면 별다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주거비에 고통받는 세입자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깡통전세’로 쫓겨나는 임차인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가? 전월세 안정화 대책과 서민 주거 대책을 내는 게 최고의 민생이다. 그 핵심에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공공임대주택 공약 (박근혜 대선 공약 55만가구, 총선 공약 120만가구) 이행, 보증금 회수 대책이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 국회의 긍정적인 응답이 있기를 바란다.

 

 

 

 

 

 

_ 최창우 전국세입자협회 공공대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