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초연금 급여율, 24년 후 5%로 반토막

2013. 10. 4. 09:46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산정기준이 국민연금 평균소득에서 물가로 바뀐 탓

 

70% 노인 차등지급에 이은 대국민 2차 사기

 

 

지난 2일 박근혜정부가 입법예고한 기초연금법안은 기초연금 급여율을 10%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정면 위반하고 있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약속을 70% 노인에게만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대국민 사기를 범한 이후, 다시 기초연금액을 24년 후에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로 반토막내는 2차 사기를 도모하고 있다.

 

 

기초연금액 = (기준연금액 - 조정계수[2/3]×A급여) + 부가연금액

 

입법예고안에 담긴 기초연금 산식은 "기준연금액(20만원)-조정계수(2/3)A+부가연금액(10만원)"이다. 이 때 기초연금 산정에 핵심 토대가 되는 게 기준연금액인데, 내년에 2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기초연금법 시행일 기준 A값의 10% 금액). 이후 기준연금액은 물가와 연동해 변동한다(7조). 이는 지금까지 A값을 기준으로 산정돼 온 기초노령연금액의 설계도를 물가 기준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이다. 과연 이 설계도의 전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년 가입자 평균소득은 약 200만원이다. 그래서 A값의 10%는 20만원이 된다. 이 설계도가 유지된다면 기초연금액은 A값의 증가율에 비례해 오르게 된다. 2015년 가입자 평균소득이 200만원에서 5% 올라 210만원이 되면 급여율 10%의 기초연금액도 5% 인상돼 21만원이 된다. 반면 물가와 연동하면 물가상승률만큼만 기초연금이 인상된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3%라면 기초연금액은 20.6만원에 머물게 된다.

 

앞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증가율이 어떻게 될까? 대다수가 직장가입자이므로 임금상승률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정부 장기재정전망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실질임금상승률이 2011-2040년 평균 약 3%이다(2011-2030년 3.2%, 2031-40년 2.4%). 즉 물가상승률보다 임금이 3% 더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기준연금이 가입자 평균소득이 아니라 물가와 연동해 정하면 실질임금 인상률 3%만큼 기준연금이 덜 오르게 된다. 내년 첫해에는 기준연금액이 A값의 10%로 시작하지만, 임금인상에 비해 계속 3%만큼 덜 오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A값의 10%에 못미치게 된다. 복리로 계산하면 24년 후, 기준연금액은 A값의 5%로 낮아진다.

 

입법예고안 제8조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 최고액이 기준연금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해 놓았다. 내년에는 A값의 10%(20만원)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과 가입자 평균소득 상승률의 차이 때문에 이후 점차 기준연금액의 급여율이 낮아져 12년 후인 2026년에는 7.5%로 떨어지고, 24년 후인 2038년에는 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이후 물가가 계속 가입자 평균소득 증가에 못미치면 급여율은 5% 미만으로 더 떨어진다). 기초연금 최고액이 A값의 5% 이내로 묶이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후보의 대통령선거 공약집에는 분명히 기초연금을 A값의 10%를 지급하겠다고 명시되어 있다. 가입자 평균소득과 연동해 10%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에서는 24년 후 A값의 5%로 반토막내고, 이후 더 떨어지도록 설계했다. 이는 또 하나의 공약 파기이며 대국민 사기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알려 놓고, 70% 노인에게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사기를 행한 것도 모자라, 이제 기초연금 급여율 10%마저 버리는 대국민 2차 사기를 벌이고 있다.

 

입법예고안에는 조정계수와 부가연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이후 행정부가 예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삭감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이 역시 심각한 독소조항이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이 어떻게 시행령을 짜든, 물가와 연동해 기준연금액을 정하게 되면 기초연금 급여율은 10%에서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대통령은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이 제정되면서 정해졌던 목표 급여율 10%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비록 속도는 더디어도 조금씩 확대되어온 게 대한민국 복지였는데, 이제 역사상 처음으로 복지가 대폭 후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