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부자증세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라

2013. 8. 25. 23:43내만복 자료(아카이빙용)/내만복 사진

한국의 조세실태와 증세전략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 번개 강연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많은 가운데, 우리나라 복지재정 마련을 위한 조세에 관한 강연이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위원장이 강연자로 나서 지난 8월 1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강연에 많은 사회복지사, 시민들이 찾아 세법개정안에 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 오위원장은 세법개정안, 보편복지 세력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철회, 한국의 조세실태를 알아보고 복지국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세금, 조세, 재정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4개 단체(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의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오위원장은 크게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에 대해 평가했습니다. 소득세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기존의 역진전 형태에서 4,000만원 임금 소득자를 기준으로 하여 하후상박적 성격으로 개편하였습니다. 전향적인 개편이었으나 이로 인해 증세논란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법인세는 주로 대기업이 공제의 대상이 되는 세액공제의 공제율을 축소하는 등 대기업 과세를 강화하였습니다. 그러나 R&D 세액공제, 고용창출세액공제 등의 핵심 감면 항목을 포함하지 않아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부가세는 미용성형 등 주로 고소득자들이 소비하는 항목들을 부가세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그간 식자재 구입비를 신고하면 매출에서 제외하고 과세를 하여 식자재를 과대 신고하여 매출을 빼돌리는 경우가 많아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한도를 30%로 설정하였습니다.

 

이는 대기업의 제도 악용을 막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이밖에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부분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세법개정안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법인세는 4.08조원 인상, 부가세 3.59조원 인상, 소득세 2.24조원 인상으로 증세 규모는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 순으로 소득세의 증세가 가장 적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중 소득세에 대해 세금폭탄이라며 MB의 부자감세를 철회하여 100조원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보편복지 세력이 주장해 온 부자증세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MB의 부자감세를 철회하여 100조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법인세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모두 감세를 한 반면 소득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부자 감세를,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부자 증세를 했습니다. MB정부의 감세를 철회할 경우 총액은 63.8조원이며 이 중 부자에 대한 감세는 31조원 입니다. 현 상황에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부자증세를 하면 연 7~8조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보편복지를 하기에 불충분한 규모이며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인상도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세법개정안과 부자감세 철회에 대해 새롭게 배운 뒤, 한국의 조세 실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세의 73%를 차지하는 세금의 삼총사는 부가세(59조원), 소득세(51조원), 법인세(48조원)입니다. GDP 대비 세입의 비율을 OECD 평균과 비교 했을 때, 소득세와 고용주 사회보장기여금이 많이 부족합니다. 소득세는 공제 축소와 세율 인상을 통해 부족분을 채울 수 있고, 고용주 사회보장기여금은 전통적으로는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지만 4개 단체는 모자란 부분을 사회복지세로 채울 것을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조세 실태를 통해 소득세와 고용주 사회보장기여금이 부족함을 확인한 후, 오위원장은 이 부족분을 사회복지세로 채울 것을 주장했습니다. 과거 보수 담론에서는 세금만을 이야기하여 조제저항을 야기했지만 앞으로는 세금과 복지를 결함하여 누가 낼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도 이야기하여 부자증세에서 복지증세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복지증세를 위해서는 일반 회계를 넘어 사회복지 목적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회복지세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에 20%의 단일세율을 정용하여 연 20조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300만원의 소득자는 6천원을, 500만원 소득자는 2만 6천원을, 5000만원의 소득자는 330만원을 내게 됩니다. 사회복지세는 복지증세(세금과 복지를 결함), 보편증세(중간계층도 참여), 누진증세(상위계층일수록 실효세율 상승), 단일증세(단일세목으로 복지재원 마련)의 4대 원리로 작용합니다.

 

오위원장은 이러한 사회복지세 도입을 위해 '아래로부터' 복지국가운동을 강조했습니다. 내만복,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밧사 4개 복지시민단체가 시작하여 지역복지시민단체, 지역별 간담회 등으로 참여 단체를 확이하여 '사회복지세 도입 복지시민 네트워크(가칭)'을 만드는 등 복지증세 복지국가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할 것이며, 사회복지세의 도입을 위해 함께 참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오위원장은 강연을 마치고 참여자들과 열띤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으며 그 열기는 뒷풀이 자리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글 _ 유진선 복지국가 연구모임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