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 하수정과 '올로프 팔메'

2013. 4. 28. 18:26내만복 교육(아카이빙용)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를 쓴 하수정 작가로부터 스웨덴 복지국가의 비밀을 들어봤다.

올로프 팔메는 현대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 틀을 매듭지은 전 사민당 총리이자, 총상으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존경받는 정치인이다.

 

 

지난 22일(월) 저녁, 홍대 부근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회의실엔 내만복 '복지국가 연구모임' 회원과 홍기빈 소장을 비롯해 연구소 활동가들까지 함께 해 10여명이 북적였다. 미리 책을 읽고 와 저자로부터 직접 강연을 듣는 자리였다.

화사한 봄과 함께 푸른색 니트를 입은 하 작가는 먼저 자신이 이 책을 쓴 동기부터 말했다. "그간 복지국가 스웨덴의 결과만을 보고 연구한 자료와 책은 많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그 과정과 일면 어두운 이면까지 보고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책에는 담지 않은,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동안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들도 털어놨다. 어떻게 스웨덴이 복지국가를 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을 캐러 자연스레 참여자들의 귀는 솔깃해졌다.

하 작가는 스웨덴 복지국가의 비밀로 '교육'과 '정치'를 꼽았다.

먼저 보편적 복지의 배경엔 오로지 1등만 기억하는 우리와는 달리 2등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스웨덴 교육이 있었다. 1등 정당이나 언론보다는 2등하는 정당과 언론에 더 많은 지원을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비판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다는 이유다. "무서운 사회는 이기적인 100점이 주도하는 데 반해 스웨덴은 똑똑한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 평균적으로 80점이상은 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절대평가는 '절대' 없는 협업(team work)을 통한 교육을 하는 곳이 스웨덴이다. 학교에서 시험공부를 할 때도 "친구들끼리 정리노트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고 했다. 무한 경쟁속에서 깍쟁이들만 넘치는 우리나라나 북미국가들과는 다르다.

스웨덴에서 정치인은 존경받는 직업이다. 소득이 적고 특혜도 없는데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사생활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니 3D 직업중에 하나다. 정치인들이 오로지 헌신과 사명감으로 정치를 하다보니 오히려 국민들이 안쓰럽게 격려하는 직업이 되었다. 이렇게 협업을 하는 교육과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정치가 오늘날 스웨덴이 복지국가를 이룬 배경이다. "사회민주당과 올로프 팔메의 가장 큰 업적은 국민들 속에 이러한 사회민주적 정신을 심어놓은 것"이라고 하 작가는 말한다.

 

 

요즘 스웨덴 젊은이들은 조금씩 경쟁사회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몰아치고 보수정당이 연이어 집권하는 속에 최근 젊은이들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노력만큼 충분한 댓가를 줘야한다'며 치열하게 경쟁해 더 많은 부를 소유하겠다는 이들이 늘었다. 난민 이민자들에게 개방적인 사이 전체 인구 중에 이민자수가 20%를 웃돌면서 사회통합문제도 새롭게 떠올랐다. 이민자들은 언어가 익숙치 않다보니 일을 구하기 어렵워 가난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스웨덴의 고민은 '완전고용' 문제다. 이민자들에게도 시장이 만들어주지 않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사회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물었다. 하 작가는 비관적으로 봤다. 이유는 "지금의 사회민주당에는 보편적 복지를 꽃피우던 당시의 올로프 팔메와 같은 정치인이 없고, 지지율이 30%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보수당이 완고하게 결집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요즘 보수당도 스스로 '노동자의 정당이 되겠다'고 한다는 대목에선 '경제민주화' 슬로건으로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이 떠올랐다.

어느새 강연은 자연스럽게 '우리도 스웨덴처럼 복지국가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하 작가는 자신도 "편리함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어보게 된다."라고 한 뒤 "스웨덴 학생들은 주말에 아르바이트 한 것도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낸다. 자신도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편리함과 이기심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세금을 더 낼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주의 복원해야 복지국가 할 수 있어

하 작가는 올로프 팔메의 연설문 중 가장 기억나는 구절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시장경제는 역사에 대한 반혁명이다. 일찍이 애덤스미스가 말한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인간의 온정'이 움직이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 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지금의 신자유주의 폭주를 막고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하 작가가 요즘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공동체 주의'다.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두번째의 법칙'을 즉석에서 만들었다. 강의 처음에 말한 '스웨덴처럼 1등보다는 2등을 더 격려하자'는 의미다. 강연을 마친 후 찍은 단체사진은 모두가 손가락으로 '두 개'를 표시하며 찍었다. V표시가 아니다.

깊어가는 밤을 아쉬워하며 하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4월의 연구모임을 마쳤다. 글로벌 정치경제 연구소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참가자들은 미리 읽고 온 책에 하 작가로부터 사인을 받기도 했다.

내만복 복지국가 연구모임, 5월에는 주말 오후(11일, 오후 4시)에 혜화동에서 만나 공부를 한 번 쉬고 연극을 함께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