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박근혜 정부, 2014년 예산짜는 늦봄부터 증세논의 할 수밖에 없다”

2013. 2. 17. 17:2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박근혜 정부, 2014년 예산짜는 늦봄부터 증세논의 할 수밖에 없다”

 

[인터뷰]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2-14 08:38:19l수정 2013-02-14 11: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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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책면에서 보면 최대 이슈는 '복지'였다. 보수진영의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당선인 조차도 그간 진보개혁진영에서 제기해 온 복지 공약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문재인 후보와 정책적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불거져 '보편복지' 대 '선별복지' 논쟁이 한 차례 진행된 후, 2012년 총·대선을 거치면서 복지는 시대적 화두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대선 이후 상황을 보면 복지가 시대적 화두라는 말이 무색해 진다. 박 당선인은 '중산층 70%'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는데, 취임도 하기 전에 기초노령연금 확대 지급,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주요 복지공약에 대해 말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재정 지출 개혁 등 박 당선인이 제시하고 있는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복지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약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 말바꾸기는 자연스럽게 복지공약 재원과 관련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여야 대결이 복지 1라운드 논쟁이었다면, 대선이 끝나고 제기되는 복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복지 논쟁 2라운드인 셈이다.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이기도 한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최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나 재정 지출 개혁으로는 박 당선인이 약속한 복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예산을 짜야 하는 늦봄 부터는 증세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자료사진)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오 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재정사이즈가 작아서 지출개혁으로 재원 확보 효과를 많이 볼 수 없고, 지하경제양성화의 경우도 열심히 하긴 해야겠지만 발굴할 수 있는 재원이 많지 않다"라며 박 당선인의 복지 재원 마련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니까 지금 죽을 각오로 대선 공약 가지치기, 기둥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증세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복지를 목적으로 한 세금인 사회복지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말이면 출범한지 1년을 맞는 '내가만드는 복지국가'는 올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서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사회복지세' 도입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 연구실장은 "이 두 가지 의제를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처럼 만들 계획"이라며 "당시 무상급식 찬성, 반대가 당락을 가르고 복지 전선을 만들었던 것처럼 건강보험 하나로와 사회복지세 의제를 2016년 총선에서 복지 전선을 만들 수 있는 의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건호 연구실장은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민주노총 정책부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17대 국회에서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2007년에는 국민연금을 소재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 계기를 마련하고자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 일명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나도 복지국가에 살고 싶다' 등이 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 하기도 전에 복지 공약을 수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가 쟁점이다.


기초연금, 보육, 주거, 반값등록금 등 박근혜 당선인이 꽤 강한 복지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재원 문제가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나 재정 지출 개혁을 제시했는데 그건 박근혜 정부가 열심히 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박 당선인이 약속한 복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결국, 늦봄부터는 증세 논의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늦봄이면 박근혜 정부가 2014년 예산안을 짜야하는데, 복지 예산을 얼마만큼 반영할지 수치로 정리해야 한다. 재정 지출 개혁이나 지하경제 양성화로는 내년에 바로 세입을 확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증세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증세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증세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지만 증세가 필요하면 사회적 타협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OECD도 간담회에서 복지세를 도입하라고 권고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도 부가세를 12%로 올리라고 조언했다.



증세를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게 바람직한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에서는 복지를 목적으로 한 세금으로 사회복지세 도입 운동을 하려고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에 세금을 더 매기는 것 보다는 복지를 목적으로 한 세금을 도입하는 게 대중들이 이해하기도 쉽다. 박 당선인 측도 부가세는 역진적이지만 그것(부가세 인상에 따른 추가재원)을 갖고 복지에 쓰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해서 (일종의) 복지 목적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부가세를 10%에서 12%로 올리면 10%는 일반세입으로 잡고, 2%는 복지회계로 잡는 식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복지세 도입 여론은 어떻게 조성할 계획인가.


사회복지세 도입과 건강보험 하나로 내용을 갖고 시민참여형 복지국가운동을 벌일 생각이다. 지역간담회를 통해 지역단체와 내가만드는복지국가가 의제협약을 맺어서 활동을 벌일 것이다. (부담스러운)병원비 문제 해결을 바라는 민심이 크기 때문에 병원비 문제와 복지재원 관련해서는 사회복지세 도입 문제가 지금 시기에서 의제 확장성이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거쳐 2016년 총선 때는 이 두 가지 의제를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처럼 만들 계획이다. 당시 무상급식 찬성, 반대가 당락을 가르고 복지 전선을 만들었던 것처럼 병원비와 사회복지세 의제를 2016년 총선에서 복지 전선을 만들 수 있는 의제로 키워가는 게 목표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재정 지출 개혁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측의 계획은 현실성이 없는 얘긴가.


지출개혁의 경우 우리나라가 재정 사이즈가 작아서 지출개혁으로 (재원 확보) 효과를 많이 볼 수가 없다. (박 당선인 측에서도) 이미 지출개혁 얘기는 안 한다. 결국 복지 재정 대책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만 남는다. 지하경제가 대기업 분식회계나 비자금, 시장 밖 블랙마켓인 사채시장 등인데 여기서 발굴할 수 있는 재원이 많지 않다. 이미 (박 당선인 측에서) 그 견적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취임하기 전에 가능한 한 (복지 공약을) 쳐 내고 취임하고 나서도 (공약 이행을) 질질 끌고 그럴 것 같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재정지출 개혁만으로도 복지공약 재원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국 예를 들면서 그런 주장을 했는데 우리나라 재정 규모가 GDP의 30%다. 영국은 한 40%가 넘는다. OECD 평균이 43%고, 유럽 평균이 48% 정도다. 애초에 재정 규모가 크면 일부 경상지출 등에서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재정 규모가 원체 작고 국방비, 교육비, 복지 등의 부문은 (이미 조정이 어려울 정도로) 꽉 차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재정이 빠듯한 나라에서는 구조조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

결국 지출을 줄일 여지가 있는 곳은 경제분야의 토목사업 등인데 만만치 않다. 그 외 복사비 등 부처 경상비용, 업무추진비 등에서 줄일 수 있는데 이런 예산도 규모가 작고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타이트하게 관리를 했다. 이명박 정부도 여기서 10%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2%밖에 못 줄인다고 하지 않냐.



결국 정확한 재정 추계 없이 무책임하게 복지공약을 내놓은 것인데,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 씩 주겠다고 한 박 당선인의 공약도 노인표를 의식해 나온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일 때 전략은 '민주당 재정 방안이 부실하다. 따라서 복지를 늘리기 보다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 이었다. 총선 때 새누리당 복지 공약은 연 평균 15조원 짜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제시한 후 이 공약이 선거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노인표랑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휘한) 지난 4월 총선에서 기초노령연금 공약이 새누리당 공약에서 빠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고 본다. '우린 정직하게 간다, 지킬 수 있는 것만 한다. 저쪽은 결국 공약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으로 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획재정부를 동원해서 (민주당 공약에 대한) 재정 검증까지 들어왔다. 민주당은 (재원과 관련해서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난리였을 것이다.

무슨 뜻인가.


문재인 후보측은 (복지 재원 마련 계획에 있어서) 지출 합리화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은 박근혜 후보랑 똑같았다. (재원 마련 계획이) 다 어설프고 포괄적이었다. 두 사람의 유일한 차이는 부자증세였다. 문 후보는 부자감세 철회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 규모가 100조원이라고 했는데 제 계산에 의하면 그렇게 크지 않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복지 공약은 박근혜 후보의 공약보다 볼륨이 80%는 더 컸다. (임기가 끝나는 해인) 2017년을 기준으로 박근혜 복지 예산은 30조원인데 문재인 복지 예산은 51조원이다. 그런데 지하경제 양성화나 지출 합리화로 바로 내년도 복지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 (문 후보가 당선됐다면) 아마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기획재정부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뾰족한 재정 방안을 못 내서 박근혜 당선인이 처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 후보측도 복지 재원 마련 대책이 부실했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 공약을 갖고 (새누리당과) 세게 붙지 못한 거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야권이 복지 이슈로 장사를 잘 하지 않았냐.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선 그러지 못했다. 민주당은 시민사회의 복지정책 내용을 다 수용해서 복지 공약은 커질대로 커졌는데 재원 마련 방안은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과 대결하는) 링 위에 올라가서는 불안불안 했던 것이다. 복지 이슈에 있어서 민주당은 처음부터 전투 의지가 없었다고 본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자료사진)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자료사진)ⓒ양지웅 기자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공약의 재정 추계는 어떤가.


박근혜 후보는 대선에서 이기려면 복지 포퓰리즘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4월 총선 전략으로는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하고 나서는 박근혜 후보가 대한노인회에 가서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제시했다. 나는 이 공약은 안 내 놓을 줄 알았다. 모든 계층에 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재 기초노령연금에 4조원이 들어간다. 20만원씩 모든 노인들에게 주려면 11조원이 든다. 지금보다 7조원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장애인연금 인상분, 노인 수 증가에 따른 인상분 등을 다 따지면 추가재원이 13조원까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으로만 따져도 당장 7조원이 필요하다. 임기 5년 동안 기초노령연금 지급에 현재 기준으로 35조원(7조원*5년)이 더 들어간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지난 12월 10일 최종 공약집을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는 그 다음날 50여개 사업별로 소요 총액을 냈다. 문재인 후보는 이것도 못내고 노동은 얼마 하는 식으로 통으로 냈다. 박근혜 후보가 낸 사업별 소요 총액을 보면, 기초노령연금은 임기중 소요재원으로 약 15조원을 잡아놨다. 당장 올해부터 법 개정을 해서 준다고 했으니까 임기중에 매년 7조원씩 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15조원만 잡아놓은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은 국민연금 통합이라는 출구를 만들어놓고 처음부터 15조원 짜리로 계획한 사업이었다.



4대 중증질환 공약도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4대 중증질환의 경우, 박 후보 측은 1조5천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쪽은 3조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3조원 이상이 든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박 후보 측이 임기 중 복지 공약을 위한 재원 135조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기초노령연금 재원 15조원만 잡혀있고 4대 중증질환 재원은 잡혀있지도 않다. 새누리당이 노인 임플란트 장사도 잘했다. 우리도 차마 노인 임플란트 공약은 말 못하는데 새누리당은 약속했다. 135조원에 이 예산도 포함돼 있지 않다. 뻥 공약인 거다. 논리적으로 가능한 건 두 가지다. 경증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고 거기에서 나오는 돈을 중증 질환 보장에 집어넣는 거다. 이렇게 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방법은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재원 계획도 없는 공약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궁금해서 언론에 알려서 인수위를 취재했다. 135조원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만 정리한 것이고, 4대 중증질환 재원 확보의 길은 보험료 인상일 수 있는데 보험료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임기중 복지 공약을 위해 필요한 재원 135조원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나 (주머니에서 나가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

박 당선인의 재원 계획은 기초노령연금과 같이 35조원이 필요한데 15조원만 잡아놓거나, 4대 중증질환 공약 같이 아예 재원을 잡아놓지 않는 등 과소추계 돼 있다. 반면, 임기 중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마련하겠다고 한 135조원은 과대추계 돼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재정지출 개혁으로 80여조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어려울 거라고 본다.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지금 죽을 각오로 (대선 공약) 가지 치기, 기둥 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도 문재인 후보에 버금가게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지난 대선때는 ‘복지가 시대적 담론이고 대세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공약은 후퇴하고 있고, 복지 공약을 달성할 재정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복지가 시대적 담론이라는 말이 무색할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후보쪽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선관위와 한국일보가 대선 한 달 전에 여론 조사를 했는데, 두 후보의 비슷한 공약이 뭐냐고 물으니까 복지공약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후보들의 복지공약은 2013년에 실현하는 것도 있고, 2017년에 실현하는 것도 있다. 결국 임기말인 2017년을 기준으로 복지공약과 재정을 발표해야 하는데 문재인 후보는 연평균 (복지공약)재정을 발표했다. 그게 39조원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하면 51조원이다. 박근혜 후보도 비슷하다. 연평균 26조원, 2017년 기준 30조원이다. 물론 이건 과소추계됐다. 임기말인 2017년 기준으로 하면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복지공약은 재원규모가 51조원과 30조원으로 21조원의 차이가 있다. 거의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연평균 금액으로 하면 27조원(박근혜 후보)과 39조원(문재인 후보)으로 비등비등해 보인다. 박 후보측과 문 후보측의 복지공약과 똑같다고 하면, 뭐가 똑같냐? 복지재원 규모가 어떻게 되냐? 이렇게 치고 나갔어야 하는데, 재정논란으로 불똥이 튈까봐 무섭고, 문 후보 본인도 재원 50조원 (마련)에 자신이 없다 보니까 연평균 금액(39조원)으로 발표하면서 스스로 복지공약 의제에 있는 차이조차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렀다. 복지공약을 갖고 싸워야 하는데 박근혜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공약에 대해서는 공격도 안 했다. 복지공약이 늦게 나와서 검증도 제대로 안 됐다. 공약을 계속 안 내길래 왜 안 내냐고 물으니,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면 그때 조정해야 한다고 안 내더라. 최악의 선거였다. 시민사회도 무기력했다. 10여년 사회단체 경험을 했지만 이번 총선과 대선처럼 시민사회가 무기력했던 적이 없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자료사진)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사실 진보진영에서도 박근혜 복지와 문재인 복지가 별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많지 않았나.


진보진영이 두 사람의 복지 공약이 비슷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게 좀 억울하고 무력감을 느꼈다. 박근혜 당선인이 꽤 강한 복지공약을 갖고 있으니, 이명박과는 다른 중도 보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착시현상이라고 본다. 그만큼 우리가 꼼꼼하게 검증을 하지 못하다보니까 우리 스스로도 언론에 알려진 것으로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당선인을 보고 있는 거다. 우리가 성실하지 못한 거다.



공약을 지키면 그것이 다 국민들한테 돌아가는 거니까 박 당선인이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재정 관련해서는 증세 논의를 붙이는 한편, 주먹구구식으로 나온 복지공약의 경우 우선순위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는 않나.


취임 전에 공약을 다 뒤바꾸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시민사회 대응이 진짜 미약한 것 같고 우리 역량도 그만큼 부족하다고 본다. 우리가 집권당은 아니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위로 공약을 이행해야 할지도 우리가 제안하고,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증세논의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컨셉이 약속은 지킨다는 것이다. 복지 공약 관련해서는 증세는 안 하고 어떻게든 지키려다가 재정이 바닥을 치고 그럴 가능성은 없나


10조원 국채 추경한다고 기사났던데 지금 국채 논의를 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 지하경제 양성화 해보고 증세 논의하고 국채로 가야한다. 바로 국채로 가게 되면 재원 문제에 숨통이 트이면서 그냥 넘어가게 된다. 재원조달 자신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웬 10조원 국채냐? 지금 당신들이 내놓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 로드맵에 따라 전력을 다한 후에 국채 논의를 하는 게 수순이라고 하고 우선은 거부해야 한다. 만약에 저쪽에서 10조원 국채 동의 안 해주면 복지도 없다고 하면 새누리당은 독박 쓰는 거다. 이런 식으로 쟁점을 만들고, 공약과 재정을 검증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데 야당이 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