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의사협회는 왜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나?

2018. 2. 26. 13:1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인터뷰]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



_ 김윤나영 기자




2017년 12월 10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 3만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최대집 의사협회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문재인 케어를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는 의사들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라며 "만약 비급여를 전부 급여화한다면 대부분의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이 단기간 내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반대하는 의사협회 비대위의 주장은 역풍을 맞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58개 시민단체, 복지단체가 모여 만든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는 "국민의 건강권 신장에 앞장서야 할 의료 전문가 단체가 사회적 윤리를 저버렸다"고 의사협회 비대위를 비판했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핵심으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의학적으로 효과성이나 타당성이 떨어져 건강보험 틀에 들어오지 못했던 비급여 항목도 '예비 급여' 제도에 편입시킴으로써 환자가 내야 할 본인부담률을 50%, 70%, 90%씩으로 경감해주도록 했다.  

'문재인 케어'는 의사단체와 시민단체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의사단체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의사들에게 '저수가'를 강요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시민단체는 문재인 케어의 기본적인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목표 70%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0%에 비해 너무 낮다고 아쉬워 했다.  

의사와 환자, 시민이 모두 윈윈(win-win)할 방안은 없을까? 현직 의사이기도 한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내만복)' 보건의료팀장은 의사와 정부, 의사와 환자, 시민과 정부 간 불신을 깨야 한다면서 의료 공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 시민 등이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국고지원금을 늘려야 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를 올려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일부 가입자 단체들은 정부를 믿지 못해 건강보험료 인상에 반대한다. 의사단체는 의사들의 손해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반대한다. 결국 사보험 시장만 팽창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가 손해를 본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내만복 창립 6주년을 앞둔 지난 20일 김종명 팀장을 만나 '문재인 케어'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해 물었다. 오는 2월 28일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설립 6주년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다. 

▲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문재인 케어에 대한 총평을 부탁드린다.  

김종명 : 비급여를 전면적으로 개혁한다는 방향 설정이 잘됐다고 본다. 한국 건강보험 보장률이 정체된 핵심 이유는 비급여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는 '예비 급여(선별 급여)' 제도를 도입해서 비급여를 건강보험 틀 안에 넣었다. 주의할 점은 3800개 비급여 항목 중에는 퇴출시켜야 할, 소위 '쓰레기 비급여'도 있다는 것이다. 비용 효과성뿐 아니라 의학적 타당성도 부족한 것은 정리하고, 진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급여화해야 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는데 비용 효과성이 부족하면 본인부담률을 50%로 하고, 비용 효과성과 의학적 타당성 모두 부족하면 본인부담률을 70%로, 퇴출시켜야 하는 항목은 본인부담률을 90% 정도로 분류하면서 3~5년마다 비급여 항목을 정리해야 한다. 

방향성은 타당한데, 국민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 케어가 의료 불안을 완전히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63%인데, 문재인 정부의 목표 보장률이 70%다. 기껏 7%포인트짜리, 재원 31조 원짜리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이다. OECD 평균인 보장률 80%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케어로 중증환자의 고액 진료비 부담, 저소득층 환자의 부담은 줄어들었다. 어린이 입원비도 본인부담률을 20%에서 5%로 낮춰놨다. 재난적 의료비 제도의 재원을 확충한 것도 잘했다. 문재인 케어는 부족하기는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의료 시스템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한다.  

프레시안 : 문재인 케어를 실감하는 환자들의 반응이 있나?

김종명 : 의료계 저항으로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 의료계와 협상이 이뤄진 다음인 올해 7월쯤이면 시행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이 입원비 본인 부담의 경우 이미 작년인 2017년 10월부터 5%로 낮췄다.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고액 진료비 환자나 저소득층 환자는 효과를 체감하지 않을까 싶다.  

"극우 성향 의협 비대위, 건강보험=사회주의 제도라고 주장"

프레시안 : 대한의사협회가 2017년 12월 '문재인 케어'에 반대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현직 의사로서 어떻게 봤나?  

김종명 : 의사협회의 싸움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의료계가 건강보험 정책을 불신한다. 의료계 주장이 전적으로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을 저수가 탓으로 돌리는 의료계의 태도는 잘못이다. 모든 의료 수가가 저수가도 아니다. 의료계는 보험 수가의 저수가를 고수가인 비급여 수가로 보존받으면서 수익을 남기고 있지 않나. 그래서 의료계가 비급여를 팽창시키고, 그러니 건강보험 보장성이 늘지 않고, 환자 의료비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 때문에 의료계가 망한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이 역시 맞지 않다. 이미 문재인 케어에 수가 보전책을 담고 있다. 비급여를 예비 급여화하면 가격은 깎이겠지만, 그 차액은 기존 보험 수가를 인상하는 데 쓰일 것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개편하면서 수가 보전을 해준 선례가 있다. 선택진료비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그만큼의 손실을 다른 수가로 전환시켜줬다. 선택진료비가 사라졌지만, 그때문에 병원이 망한다는 얘기는 지금 없지 않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의사협회가 '비급여의 예비 급여화에 반대한다'는 국민 건강에 반하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것 아닐까?  

김종명 : 한편으로는 의사협회가 그러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의사들은 과거 의약분업 때부터 극단적인 방식으로 저항했다. 의사와 정부가 서로 불신하는 속에서 조금이라도 쟁취하려면 과격하고 극단적인 요구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비급여가 건강보험 통제권 안에 들어오면 의료계의 목을 죈다는 주장을 의료계 리더들이 하는 것은 문제다. 장사꾼 마인드, 자영업자 마인드이지, 전문가답지 않은 태도다. 

사실 의사협회 비대위 구성이 의료계 내에서 일반적인 다수 의사들의 정서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다. 이념적으로는 극우적인 방식으로 치우친 세력이 의사협회를 주도하는 문제가 있다. 의사협회 집회에서 건강보험 제도가 '사회주의 제도'라는 구호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의사협회 비대위 지도부의 주장처럼 정말 건강보험 제도는 타도해야 할 제도인가? 상식적으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건강보험 제도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가진 유럽 다수의 국가가 채용했다.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 일본, 대만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심지어 의료가 민영화된 미국에서조차 의료계는 민간 보험사의 가격 통제를 받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가격 통제 역할을 정부가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병원마다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다른 것은 말이 안 된다. 변칙적인 것은 건강보험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비급여 항목이다. 우리나라에만 비급여가 있지, 유럽에는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다.  

"어린이 병원비부터 실질적인 100만 원 상한제 하자" 

프레시안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으로 큰 호응을 얻었는데, 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관련한 목표가 있나?  

김종명 : 건강보험 보장성을 80%까지 상향해야 한다. 그래서 연간 본인부담 실질적 100만 원 상한제를 해야 한다. 예비 급여도 '본인부담 상한'에 포함시켜야 실질적인 100만 원 상한제가 이뤄진다.  

독일은 소득 비례로 상한제가 있는데, 연간 소득의 2%를 기준으로 한다. 스웨덴은 정액 제도다. 평균 1년에 50만 원을 초과하는 병원비는 국가가 부담한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케어에서 제시한 기준이 가계소득의 10% 수준이다. 그 10%마저 예비 급여를 제외한 가계 부담이다. 비급여 부담까지 하면 가계 부담이 더 커진다. 물론 문재인 케어를 안착하는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벅찰 것이다. 그 다음 건강보험 보장성 70%를 넘어서는 국민적 요구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만복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를 위해 내만복은 '어린이부터 실질적인 100만 원 상한제'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적어도 아동 진료비는 '모금'에 의존해 마련하는 방식을 끝내자는 취지다. 예비 급여를 포함한 100만 원 상한제를 만 18세 이하 아동부터 실시하는 데 드는 재원은 연간 3000억~5000억 원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라면 적은 재원이다. 거기서 성과가 안착하면 전체로 확대하면 된다. 물론 아동은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에, 실질적인 100만 원 상한제를 전체로 확대하려면 재원이 훨씬 많이 든다.  

특히 지난해 내만복 등이 나서 어린이 입원진료비 부담이 20%에서 5%로 줄어들도록 한 것은 굉장한 성과다. 시민사회에서 '암부터 무상 의료 운동' 이후 최대 성과라고 본다. 아이 병원비를 낼 돈이 없어 모금단체에 지원한 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사자 운동이 총선, 대선 공약으로 정치권에 수용됨으로써 보건의료 운동의 외연이 확장됐다. 

ⓒ프레시안(최형락)


건강보험 보장성도 '공론화위'에서 논해보자  

프레시안 :
 내만복은 실손의료보험에 낼 돈을 건강보험료로 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인상하자고 주장해왔다. '민간보험 문제도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해보자'는 주장은 아직 유효한가?  

김종명 : 물론이다. 국민과 정부, 의료계와 정부, 국민과 의료계의 불신을 모두 끊어야 한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달성하는 데 재원 정책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31조 원 중에 10조 원은 박근혜 정부가 남긴 흑자 재원 20조 원의 절반을 끌어다 쓰고, 나머지 21조 원은 국고 지원 확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국고 지원률의 법정 기준은 14%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10% 밑으로 떨어졌다. 자기 약속도 스스로 못 지키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 높이려면 국고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보험료도 올려야 한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건강보험료 인상률로 연평균 3%씩을 제시했다. 혜택을 생각하면 많이 오르는 것은 아닌데, 이게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가입자 단체의 반대로 2%로 삭감됐다. 건강보험료를 더 올리더라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국민에게 유리한데도 말이다. 가입자단체는 국고 지원 부족을 핑계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인상 반대 → 건강보험 보장성 정체 →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 → 사보험 시장 팽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실손보험료 낼 돈을 건강보험료로 내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국민은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낼 용의가 높지 않다. 그래서 공론화위가 필요하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 의료 공급자, 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나 토론하고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숙의를 거쳐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고, 제대로 논의하면 국민도 충분히 적극적으로 동의해주리라고 본다. 


내만복이 시민용 복지국가 책을 냈습니다. 작년에 내만복학교를 열었지만 마땅한 교재가 없었습니다. 이제 강의 교안에 살을 더해 '내만복학교 교과서'를 내놓습니다.

이 책은 내만복학교 5명의 강사의 공동 작업이라 더 뜻 깊습니다. 이 책에는 지난 6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내만복의 노선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기본 뿌리는 '사회연대'입니다. 현재 조건에서 최선을 찾는 '합리주의'도 있구요.

이를 바탕으로 내만복은 주제별로 '입장'을 만들어왔습니다. 보편/선별의 재인식(체제로서 보편주의), 연금(기초연금 중심), 의료(건강보험 하나로), 빈곤(부양 의무제 폐지), 세금(복지 증세), 노동복지(실업급여+실업부조), 주거(전월세 상한제 + 계속 거주권) 등 주제마다 나름의 진단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지금까지 내만복학교에 참여하고 또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발행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현재 내만복은 300명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거듭 감사드리며, 모든 회원분께 책을 드립니다. 2월 28일 총회에서 전달하고, 참석못하는 분은 3월 초에 우송해 드립니다.)


* 출처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