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18년 예산안 - 재정지출 늘리나 세입개혁엔 소극적

2017. 8. 29. 13:1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나라다운 나라’ 위해선 조세부담률 올려라!




오늘(29일) 문재인정부가 2018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 정부총지출은 본예산 기준으로 올해 400.5조원에서 7.1% 증가한 429.5조원이다. 본예산 기준에선 2010년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추경예산 기준으로 4.6% 증가율).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가 작아, 재정이 온전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예산 편성이다(일반정부 재정규모: 2017년 한국 GDP 32.5%, OECD 평균 40.4%, 유럽 평균 47.4).


특히 복지분야 지출이 올해 본예산 129.5조원에 내년에 146.2조원으로 16.7조원, 12.9% 증가한다.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던 누리과정 어린이집 몫 예산이 올해 9천억원에서 2.1조원으로 증액돼, 그간 소모적이 논쟁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예산 확대 등 최근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여러 복지확대 정책도 내년 예산안에 반영돼 있다. 이러한 면에서 내년 예산안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재정 통제 정책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촛불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전히 부족하다. 문재인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재정전략을 지니고 있는지 계속 의문을 가지게 한다. 향후 우리나라 재정구조가 전향적 방향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며 몇 가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예산안에서 밝힌 조세부담률 목표가 너무 소극적이다. 2017년 추경기준으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GDP 19.3%이다. 이번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조세부담률은 내년에 19.6%, 2021년 19.9%로 올해에 비해 고작 0.6% 포인트 인상에 그친다. 올해 세법개정안이 연 5.5조원 증세에 그치는 핀셋증세였는데, 향후에도 담대한 증세 개혁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2014년 기준 OECD 평균 조세부담률 25.1%이다. 이번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1년에도 한국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비해 5.2% 포인트 낮게 머문다. 이를 올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부족액이 약 90조원이다(2017년 GDP 1713조원 가정).


이러한 소극성은 3단계로 설정된 ‘재정혁신’ 방안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단계, 내년 2단계로 지출개혁 혁신을 진행하고, 2019년 3단계에서야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 과연 임기 4년차에 마련하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논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을 19%대로 방치하고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창할 수 있는가? 왜 임기 초반에 중장기 조세개혁 로드맵 작업을 추진하지 못하는가? 문재인정부는 조세부담률을 적극적으로 올려가는 조세개혁 전략을 조속히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소극적 세입정책은 재정적자 구조의 고착화를 초래한다. 이번 예산안에 의하면 내년 중앙정부 적자는 28.6조원이다.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재정적자는 계속 늘어 2019년 33.0조원, 2020년 38.4조원, 2021년 44.3조원에 이른다. 그 결과 2021년에 재정적자 규모는 GDP 2.1%로, 작년에 박근혜정부가 설정한 2020년 재정적자 GDP 1.0%(20.4조원)보다 2배에 이른다.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결과이지만, 임기 내내 28~44조원의 적자가 초래되는 건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세입 정책에도 기인한다.


셋째, 이번 예산안에서 밝힌 지출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역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총지출에서 11.5조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며 분야별로 삭감액을 밝혔다. 예를 들어 SOC 분야에선 4.4조원이 구조조정되는데, 순수 삭감인지 시행연도의 조정인지 등이 점검돼야 한다. 복지분야도 1.4조원이 구조조정되는데, 대부분 법정 의무지출인 복지분야의 특성을 감안하면 큰 폭의 삭감이다. 과연 어떤 복지 영역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R&D의 경우에도 1조원을 구조조정하는데 최종액으로 보면 내년에 19.5조원에서 19.6조원으로 1천억원 증액되었다. 무엇이 절대 삭감되고 증액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출개혁은 재정정책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얻는 중요한 작업이다. 국회가 꼼꼼히 심의해야겠지만, 정부는 즉시 시민들에게 구체적 내역을 공개하고 시민들도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끝>



2017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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