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부적절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근거, 국민연금기금의 주인인 국민에게 공개하라

2016. 9. 20. 13:0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검찰은 국민연금공단 배임 혐의 고발을 엄중 조사해야



지난 9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이 이를 논의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합병 찬성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회의록과 내·외부 보고서 등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받을 수 있으며 기관투자자로서의 이익을 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대로 정보공개 범위를 협소하게 보는 것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30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청구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물산 경영진의 의도적인 실적축소와 비합리적인 국민연금공단의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합병과 관련된 가격과 비율은 합병이사회 전일을 기준으로 하도록 자본시장법시행령에 명시되어 있다. 주가조작에 준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합병이사회 전일 부근의 주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법에 따라 산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주식매수가격의 산정 기준일을 합병이사회 전일이 아니라 제일모직 상장 전일로 변경했다는 것은 삼성물산 합병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 경영진은 국내 수주 축소, 해외 수주 미공시, 계열사로의 물량 이전 등의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실적을 축소시켰고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은 비상식적인 매매패턴으로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주가하락에 영향을 주었다. 더구나 국민연금공단은 의결권 전문기관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외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지 않고 내부 결정만으로 찬성표결을 강행하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일가의 이익을 위해 국민연금기금의 손실을 감수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지침 3항에 의하면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을 수 있고, 2항에 의하면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사안은 외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국민의 상식으로는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의견과 국민연금공단 내부의 의견이 다른 사안이야말로 찬성 또는 반대를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에 해당한다. 같은 시기에 논의가 진행된 SK 합병 건에서는 외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여 이에 따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합병 건에서의 국민연금공단의 독단적인 행동은 그 이유가 꼭 밝혀져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재산을 잘 운용하라고 맡겨둔 것이지 국민연금공단이 주인은 아니다. 주인인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충분한 검토를 수행하고 찬성을 강행한 것인지 삼성가의 상속을 지원하기 위해 졸속 검토만 한 채 국민들의 노후재산 손실을 감수한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의문을 품었던 합병이사회 전일까지의 지속적인 매도가 정당한 판단에 근거한 것인지, 합병이사회 결의일부터 합병주주총회 결의일까지의 차익거래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매수한 행위의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져야 한다. 삼성가의 상속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한번 합병이 부결되더라도 삼성이 포기할 수 없고 삼성물산에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비율이 재산정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소액투자자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검토가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삼성 이외에도 많은 재벌들이 3세, 4세로의 상속을 위해 계열사 분할, 합병을 단행했고, 지금도 검토하고 있다. 주가를 조작하여 불공정한 합병비율이 산정될 경우 재벌 오너에게는 이익이지만 그만큼 소액투자자에게는 손실이 된다. 그 손실은 직접투자한 소액투자자 뿐만아니라 국민연금이나 각종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한 국민들도 부담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국민의 관점에서 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향후 이러한 재벌의 상속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한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복지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 6월 14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하였고 이후 고발인 조사에도 응했다. 재차 한점 의혹이 남지 않는 조사를 검찰에게 촉구한다. <끝>



2016년 9월 20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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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내만복)_국민연금투자정보공개2016092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