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후진적 의료체계와 정부의 안이함

2015. 6. 17. 17:03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메르스 대응에 모두 협력하고 향후 의료체계 전면 혁신 계기로 삼아야


 



 


메르스 감염확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초기 대응의 미숙함으로 국가방역체계의 구멍은 예상외로 컸다617일 현재 메르스 감염 확진자는 162명이며 사망자도 19명에 이른다. 확진 감염자의 상당수가 3차 감염자라는 점에서 계속 국가방역체계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감염이 확인된 의료기관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지속적인 의료기관내 전파와 함께 향후 메르스의 지역사회로의 전파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4차감염자의 발생과 확대 양상이다. 벌써 확인된 4차 감염자만 6명에 이르고 있다. 추가적인 4차 감염자의 발생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는지가 이후 메르스확산의 향방과 지역사회로의 유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입된 메르스가 급격히 확산되기까지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가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키고 혼란과 불안을 키웠다. 지금도 보건당국의 방역망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확진된 환자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정부와 보건당국, 의료기관,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된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향후 메르스 전파가 수그러진 이후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WHO 합동조사단이 국내에 방문하여 메르스가 의료기관내 전파가 급속히 진행된 이유를 조사하여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공기매개 전파 혹은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을 의심하였지만, 아직 그렇게 판단할 근거는 없다. 의료기관내에서 대규모 전파가 이뤄진 데에는 과도하게 혼잡한 응급실많은 침대가 배치된 병실’, ‘의료쇼핑’, ‘가족과 친지의 문병문화등이 지적되었다. 우리의 후진적 의료시스템이 메르스 전파를 더욱 용이하게 하고, 전파 차단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메르스 확산을 용이하게 만든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직결되어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대부분은 한 병실에 6인 혹은 8인의 환자를 수용한다. 의료법이 규정하는 병상당 면적은 6.3제곱미터로 매우 비좁다. 병상간 간격이 1미터도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영국의 경우 병상당 면적이 13.3제곱미터인데 우리나라는 그 절반도 채 안된다. 영국 기준 4인 병실에 우리는 8인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비말접촉으로 감염되는 메르스의 밀접접촉 범위가 2미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르스의 병원내 전파가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비좁은 병실내에서 보호자 혹은 간병이 상주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에게 간병서비스가 전가되고 있기에 그렇다. 전체 메르스 감염자중 46%가 환자였고, 37%가 가족과 문병객이었으며, 17%가 의료기관 종사자였던 이유다.


 


이번 기회에 병상의 면적 기준을 대폭 상향하여 병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병상당 면적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면적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된다면, 2인실까지 모두 건강보험이 가능해 환자의 부담이 큰 상급병실료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가 내팽개치고 있는 간병서비스도 의료기관이 필수적으로 제공해주어야 할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편 전체 메르스 확진자의 절반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응급실의 밀집도가 매우 높아 전염력을 더욱 키웠다. 특히 빅5 병원으로 알려진 대형병원은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고 있으며, 이는 역으로 메르스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근원이 되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을 완화하고 의료기관간 의료의 질을 상향평준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과 함께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메르스가 새롭게 제기해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취약한 의료시스템이 메르스 확산에 주된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의 대응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여전히 메르스 대응 수준을 경계가 아닌 주의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대응 수준을 주의단계로 유지하는 이유를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오히려 부실한 대응이 메르스 확산을 키우고 있고 그 결과 국가신인도에 더 나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메르스 대응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주의단계에서 메르스 대응 주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한정된다. 지방정부 등 범정부차원의 대응은 경계 단계에서 필요하다. 특히 현재는 환자가 150명이 넘게 발생하고 격리자도 5천명을 넘어섰다. 전국 곳곳에 환자와 격리자가 발생하고 있어 범정부적인 협력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정부를 포함한 범정부적인 대응으로 메르스 전파 차단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야하는 시점에서 여전히 주의단계로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지금은 범정부적으로, 온 국민이 함께 우리 공동체에 닥친 크나큰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메르스 확산이 완벽히 통제된 이후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서 확산되는 메르스는 한국의 후진적 의료체계와 정부의 안이함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를 전면 혁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끝>  20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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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논평)_메르스와후진의료체계20150617.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