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 무상급식을 공격하는 사람들…

2014. 12. 19. 15:5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또 무상급식으로 불똥이 튈 것이다. 보편복지를 지키는 상징적 싸움인 만큼 무상급식을 지키려는 적극적 활동이 필요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예산안 심의에서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일단 내년 몫만 중앙정부가 우회 지원하는 미봉책으로 서로 휴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집을 보면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이라는 제목으로 누리과정 지원비용을 증액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제공하고 있던 교육교부금만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중앙정부의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일까? 누리과정 논란에서 돌연 불똥이 무상급식으로 옮아갔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회피하는 방어전에 머무르지 않고 ‘무상급식’ 공격에 나선 것이다. 부잣집 아이들까지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지 말고 그 예산을 누리과정으로 돌리라는 주문이다.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도 무상급식은 공짜 복지이고 예산을 낭비하는 복지라며 다시 ‘무상복지 논란’을 점화시켰다. 복수의 칼을 꺼낸 셈이다. 보수 쪽 사람들은 말한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문에 물러났지만 시민들이 무상급식을 지지한 건 아니다. 투표함을 열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재선되었지만 무상급식 덕택이 아니다. 보수 후보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야당의 대응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일을 재론해서 왜 갈등을 일으키느냐’로 요약된다.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지지 혹은 추인되었다는 주장이다. 선거 결과만 보면 야당의 말이 맞다. 그런데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사안치고는 여론조사 결과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지난 11월 여러 기관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조사를 벌였는데, 선별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절반 혹은 다수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민들이 무상급식을 기대하지만 아직 확신은 가지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보편복지 쪽은 다시 등장한 무상급식 논란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이미 합의된 사안이다’ ‘급식도 교육 권리다’라는 선언만으론 선별복지 쪽의 ‘치밀한’ 복수전에서 밀릴 수 있다. 선별복지 쪽이 무상급식을 공격하는 것은 이를 통해 보편복지 토대를 허물겠다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2010년 무상급식 의제가 곧바로 보편복지·복지국가로 도약했듯이, 거꾸로 무상급식이 훼손된다면 보편복지·복지국가 담론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선별복지 쪽은 말한다. ‘무상급식 이후 아이들이 밥맛이 없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증가하고 비용도 늘었다’라고. 일부 언론은 이걸 소재로 무상급식의 폐해를 집중 조명한다. 하지만 내가 접하기에는 무상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시작된 2011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실태 조사를 하는데, ‘급식의 질’ 만족도가 2011년 70%, 2012년 83.3%, 2013년 86.9%로 높아지고 있다.

무상급식 실태 조사 결과, 해마다 ‘급식의 질’ 만족도 높아져

음식물 쓰레기도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쓰레기가 많아진 건 오히려 무상급식이 지닌 좋은 효과다. 친환경 조리를 위해 가공품 대신 원재료를 사용하니 감자 껍질, 배춧잎 등 전처리 재료가 많아진다. 쓰레기 처리 비용이 증가한 데에는 처리 단가 상승도 작용했다. 2013년까지 OECD 국가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런던 협약에 따라 지난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처리 단가가 인상되었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 ㎏당 비용이 2012년 96원에서 올해 124원으로 약 30% 올랐다.

무상급식에서 진짜 쟁점은 식사 후 잔반 증가 여부에 있다. 언론 보도대로 그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음식은 손맛’이기에 학교 조리팀의 솜씨, 팀워크 등이 맛에 영향을 준다. 이는 급식의 무상·유상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조리팀 개혁이 답이다. 친환경 급식이 추구하는 저염·저지방 식단도 학생들의 입맛에 어긋날 수 있다. 이 역시 기존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혀와 친환경 건강 식단이 벌이는 바람직한 갈등으로 이해된다. 영양·식생활 교육을 활성화하고 학생들의 기호를 고려한 식단 개발에 더 노력한다면 전향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다시 공방이 벌어지고 무상급식으로 또 불똥이 튈 것이다. 보편복지를 지키는 상징적 전투인 만큼 무상급식을 지키려는 적극적 활동이 필요하다. 지역순환형 농산물 체계 구축, 무상급식의 공동체 교육 효과까지를 포함해 무상급식 자랑백서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