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건보료 부과, 소득 중심 원칙 지켜야

2014. 10. 15. 16:31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_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 하나로 팀장

 

 

 

정부가 추진중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최종안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에서 대폭 후퇴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에 보험료 부담의 불형평성이 매우 심각하다. 직장에서 퇴직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데, 보험료 부과기준 불일치로 소득이 사라졌음에도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오르는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을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 외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지난해 보험료 관련 민원이 5730만건에 이른다고 하니 보험료 형평성에 대한 원성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한다.

 

지역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절반이 재산에 부과되고 있다. 재산기준은 부자가 아니라 서민에게 오히려 가혹하게 설계되어 있다. 재산이 1억원이면 7만7000원, 3억원이면 12만원, 30억 이상은 26만원이 부과된다. 재산이 1억~3억이면 대체로 1주택 소유자들이다. 이들 재산으로부터 소득이 발생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30억 이상의 재산에는 무조건 26만원만 부과된다. 재산은 10배인데도 보험료는 3억 재산의 2배 정도다. 역진성이 매우 심각하다. 3억 재산에서 소득이 발생하기는 어렵겠지만, 30억이라면 임대소득 등 소득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재산이 아니라,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올바르다.

 

지역의료보험제도가 출범할 당시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재산과 자동차로 소득을 추정하였다. 그때는 꽤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결정적으로 지역가입자 구성이 크게 변했다. 한때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지역가입자였지만, 계속 줄어들어 지금은 30%도 안 된다. 1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었기에 그렇다. 특히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고액자산가 등 자영업자 대부분이 직장가입자로 전환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은 영세자영업자, 자영농어민, 단순노무자, 독거노인, 실업자, 퇴직자 등이다. 우리가 이제껏 알던 지역가입자=고소득 자영업자 등식은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직장가입자 사이에도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 근로소득만을 기준으로 부과하다 보니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소유한 직장인이나 피부양자는 그로부터 많은 소득이 발생하는데도 보험료는 부과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소득 역진성이 심각한 재산이나 자동차에 부과하는 방식은 폐지하자는 요구가 있어왔다.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재산기준은 폐지하되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인 임대, 양도, 상속·증여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재산 자체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보다 더 형평적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서 대폭 후퇴하려는 모양새다. 상속·증여세는 제외하고 퇴직·양도 소득도 차후 과제로 미루려 한다. 금융소득도 2000만원 이하는 제외할 것이란다. 이럴 경우 부과체계 개편의 폭도 줄어들고 소득 중심의 원칙도 흔들리게 된다.

 

정부가 후퇴하려는 이유가 무얼까.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갖고 있는 부자증세의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친서민보다 친부자 노선을 취해왔다.

 

우리의 건강보험은 사회연대성에 기초한 제도다. 모든 국민이 능력만큼 부담하고 필요한 만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자는 거다.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사회연대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