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내년 예산안, 빈약한 세입 방치

2014. 9. 18. 19:2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2014.9.18 내가만드는복지국가

 

< 논 평 >

 

 

재정 적자 심화 ․ 복지 증가 기존 수준

고교무상교육은 아예 폐기 수순

 

 

 

 

 

2015년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경제, 안전, 희망을 위한 예산안’이라고 말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확장적으로 편성하고 향후 재정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의 핵심 포인트는 ‘확장적 편성’이 아니라 ‘세입 방치’에 있다. 이 때문에 재정적자가 30조원대로 악화되고 복지 증가도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기존 수준을 넘지 못하고, 고교무상교육 공약은 아예 폐기 수준을 밟고 있다. 대한민국 재정이 지닌 근본 문제인 빈약한 세입을 방치하는 박근혜정부는 재정운용에서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내년 예산안의 주요 내용: 확장 편성, 일시적 재정 악화, 맞춤형 복지

 

내년 예산안을 재정운용,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내년 정부총지출은 376.0조원으로 올해보다 20.2조원, 5.7%증가하고, 정부총수입은 382.7억원으로 올해보다 13.4조원, 3.6% 증가한다. 총수입 증가율보다 총지출 증가율이 높은 예산안이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활력 재고를 위해 “최대한 확장적”으로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설명한다.

 

둘째, 관리대상수지(사회보장기금 흑자 제외)가 올해 25.5조원에서 내년에는 33.6조원으로 증가한다. 재정수지 적자가 GDP 2.1%로 2%대를 넘는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수지가 일시적으로 악화되나 경제가 활성화되면 재정건전성은 회복될 것이라 기대한다.

 

셋째, 내년 복지분야 지출은 115.5조원으로 올해 106.4조원에 비해 9.1조원, 8.5% 증가한다. 정부총지출 증가율 5.7%보다 높아 정부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9.9%에서 30.7%로 높아졌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강화, 노인/장애인을 위한 기초연금 인상 등 맞춤형 복지를 강화했다고 한다.

 

□ 비판 1: 확장 편성? 예산안의 핵심 포인트는 ‘세입 방치’

 

정부 설명대로 내년 예산안이 희망을 만드는 청사진일까? 예산안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재정이 안고 있는 문제, 즉 빈약한 세입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타성적 예산안’에 다름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한다. 단어 그대로 ‘확장적 예산 편성’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 재정규모는 일반정부 기준으로 2014년 GDP 30.3%로 OECD 평균 40.8%, 유로지역 평균 49.2%에 비해 크게 작다. 특히 근래 복지, 안전 수요 등을 감안하면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을 절대 수준에서 보면 결코 확장적이지 않다. 이명박정부가 후반기 3년(2011-2013)에 재정목표를 ‘균형재정’으로 설정하고 재정수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재정지출 통제정책을 사용했다. 그런데도 이 기간 이명박정부가 편성한 정부총지출 증가율이 5%대였다. 즉 내년 박근혜정부의 정부총지출 증가율은 지출 통제를 시도했던 이명박정부 후반기 증가율 수준과 엇비슷하다. 내년 예산안이 절대적 수준에서 그리 확장적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박근혜정부가 말하는 ‘확장적 편성’은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보다 높다는 점을 의미할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재정적자 해소에 재정운용의 목표를 두고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2~3% 포인트 낮게 정하는 ‘재정준칙’을 적용해 온 것과 비교하면,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 5.7%는 총수입 증가율 3.6%보다 2.1% 포인트 높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수치는 총지출 증가율 5.7%가 아니라 빈약한 총수입 증가율 3.6%이다. 이 수치도 사회보험료, 스포츠토토 수익금 등 기금 수입이 6.4%로 증가해서 3%대가 가능했지, 국세만 보면 올해 216.5조원에서 내년 221.5조원으로 불과 5조원, 2.3% 증가에 그친다. 따라서 내년 예산안을 평가하는 핵심 포인트는 확장적 세출 증가가 아니라 세입 방치에 있다(한편 내년 세입 증가율 3.6%가 작년 국회에서 의결된 세입 예상액 369.3조원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 이미 올해 세입이 예상에 비해 8조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어 실적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증가율 수치는 올라갈 수 있음. 하지만 이 수치 역시 GDP 증가분이 국세탄성치에 의해 반영되는 수준이어서 ‘빈약한 세입 방치' 문제는 동일하게 지적될 수 있음).

 

문제는 정부가 우리나라 세입이 빈약함에도 적극적인 세입확충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정부가 제출한 국세 세법개정안에 따른 내년 증세규모는 총 550억원에 불과하다(대신 담배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에서 지방세 서민증세를 시도하고 있음). 박근혜 대통령이 설정한 ‘증세 없는’ 재정정책으로 인해 세입정책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빈약한 세입을 방치해 놓고, 세입 증가율을 기준으로 지출 증가율이 높으니 ‘확장적’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게다가 실적치 기준으로 세입증가율을 계산하면 지출 증가율과 엇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음).

 

□ 비판 2: 일시적 재정 악화? 30조원대 재정적자 고착화 우려

 

둘째, 내년 재정적자가 33.6조원(GDP 2.1%)에 달한다. 정부는 이 재정적자를 ‘일시적 악화’라고 칭하면서 단계적으로 ‘내수활성화, 경제활력 -> 세수증대’ 선순환구조를 정착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해 2018년에는 재정수지 적자가 GDP 0.1%로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꼭 1년 전인 작년 9월 박근혜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내년 적자 규모가 17.0조원(GDP 1.1%)였다. 1년 만에 적자 예상액이 2배로 늘어났다(심지어 2년전 이명박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선 내년 적자 예상액은 2.2조원, GDP 0.1%에 불과했음). 이미 올해 재정수지도 애초 국회에서 의결된 25.5조원 적자에서 세입 결손으로 8조원 이상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년전 재정운용계획에 비해 2배나 악화된 재정수지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이게 일시적이고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고, 그 근거는 경기 활성화에 따른 세수 증대라는 원론적 논리가 전부이다. 재정수지는 세입과 세출을 맞추는 일이다. 복지, 안전 등에서 세출 증가가 불가피하다면 세입 확대에 힘쓰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국정 운영’ 선언으로 자기 발목을 잡고 매년 30조원대 재정적자가 고착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재정을 방치하고 있다. 재정운용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이다.

 

□ 비판 3: 맞춤형 복지? 기존 복지 증가 수준에 머물고, 고교무상교육은 폐기 수순

 

셋째, 정부는 내년 복지 예산안을 맞춤형 복지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복지 지출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는다. 내년 복지 분야 예산은 115.5조원으로 정부총지출의 30.7%를 차지한다. 내년 복지 분야 증가율도 8.5%로 지난 5년(2010-2014) 연평균증가율 7.0%을 상회한다.

 

과연 이만큼의 복지 지출 증가가 현재 대한민국 복지 수요에 적합한 수준일까? 2010년 무상급식 논란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복지 열풍이 불었다. 양극화, 고령화를 맞아 국민들이 복지민심이 확인되었고 정치권은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형 복지국가’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그에 걸맞는 복지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가?

 

내년도 증가율이 8.5%로 평균 증가보다 다소 높은 것은 올해 제정된 기초연금법에 따라 기초연금(장애인연금 포함)이 내년에는 1월부터 지급되기 때문이다(올해는 7월부터 지급). 이 반년치 증가분을 제외한 복지분야 증가율은 6% 수준이어서 기존보다 못하다. 즉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과거 복지 증가 속도와 별단 다르지 않은 예산안이다. 게다가 기초연금은 애초 대선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내용이다. 즉 내년 복지 예산안은 기존 복지증가를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고,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던 대통령선거 공약을 기준으로 보면 미흡한 예산안이다.

 

복지분야 내역을 살펴봐도 자연증가분이 상당액을 차지한다. 내년도 증가분 9.1조원 중 공적연금 지출 증가가 3조 2548억, 국민건강보험 국고지원이 7754억원으로 사회보험에서 약 4조원이 늘어난다. 모두 공적연금 급여산식에 따라 지출되거나 건강보험료 인상분에 따른 정부 몫이어서 모두 자연증가분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여기에 올해 기초연금법 제정에 따른 기초연금(장애인연금 포함) 증가분이 2조 9813억원이 있다. 즉 사회보험, 기초연금 증가분을 합치면 약 7조원으로 이것이 복지분야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다른 복지 지출은 여전히 취약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상당히 개선했다고 강조하는 부문이 기초생활보장제 확대다.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제를 완화하여 12만명이 신규 수급자가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12만명은 부양의무자로 인해 탈락한 사각지대 117만명을 기준으로 보면 10%만 구제될 뿐이다(아직 세부 내역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택부문 증가액 약 6천억원도 복지 성격이 아닌 융자지출로 추정됨).

 

한편 대통령선거에서 중요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내년에도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대선 공약은 2014년부터 고등학교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을 25%씩 지원해 2017년엔 무상교육을 완성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올해 예산안에 고교무상교육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고 내년 예산안에도 빠져 있다. 중기재정운용계획 분야별 투자방향에도 고교무상교육은 아무런 언급은 없다. 이렇게 소리없이 고교 무상교육 공약은 폐기하는 것인가?

 

□ 제안: 세입 확대 위해 복지증세 국민원탁회의 구성하자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내년 예산안에서 대한민국 재정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 한국의 재정은 빈약한 세입으로 인해 항상 지출 제약을 겪어 왔다. 근래 늘어나는 복지 수요, 최근 강조되는 안전 지출을 생각하면 어느 때 보다 세입을 확대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확장적 편성’이라고 홍보하지만 핵심 포인트는 ‘빈약한 세입 방치’에 있다. 이로 인해 재정수지 적자도 30조원대로 악화되고 복지지출 증가도 기존 수준을 넘지 못하며 고교무상교육과 같은 핵심 공약도 폐기 운명에 처해 있다.

 

사회양극화, 고령화에 따라 복지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대한민국 안전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안전 지출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지출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선 세입 확대 정책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재정정책’을 고수하며 대한민국 재정을 방치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세입 확대에 적극 나서라. 정부가 내놓은 부자감세(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와 서민증세(주민세, 자동차세 등 인상)를 철회하고, 대신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누진성을 지닌 직접세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을 감안하면 복지로 사용처가 명시된 사회복지세 도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사회복지세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세액을 과표로 하는 복지목적세. surtax 방식).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사회복지세를 포함해 여러 증세 방안을 논의하는 ‘복지증세 국민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한다. 복지증세에 적극 나서자. 그래야 대한민국 예산이 정상 궤도에 설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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