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가난한 노인들, 대통령에게 '도끼 상소'

2014. 7. 1. 18:4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주장과 논평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바뀌어 시행하는 첫 달인 7월의 첫 날, 기초연금에서 배제된 가난한 노인들이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끼 상소'를 올렸다.

 

이 노인들을 비롯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등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을 위한 연대' 18개 단체들은 옛 '도끼 상소'를 그대로 재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상소를 마친 후 청와대로 가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방송 보기>

 

 

* <도끼상소>


조선시대에 관료나 유생 중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대궐 앞에서 도끼를 앞에 두고 상소를 올려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 했다. 만약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왕에게 자신의 목을 치라며 도끼를 앞에 두었다 해서 “도끼상소‘라 불린다. 고려시대 충선황 때 우탁이 도끼를 들고 상소를 했고, 임진왜란 때 금산 700의총의 주인공인 중봉 조헌 의병장도 광화문 앞에서 도끼상소를 올린 바 있다.

 

 

 

<상소문>

 

박근혜 대통령 전하!

나라에서 극빈 노인의 기초연금을 줬다 뺏겠답니다.

거두어 주시옵소서!

 

 

박근혜 대통령 전하!

5천만 백성의 살림살이를 걱정하시고 다사다난한 나랏일을 통괄하시기에 불철주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저희 백성들도 늘 전하의 안위를 염려하면서 전하께서 오천년 역사의 성군으로 임하여 주실 것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늙은이들이 하나가 되어 전하께 상소를 올리게 된 것은, 이 달부터 시작되는 기초연금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2012년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만천하에 공약하셨습니다. ‘신뢰’를 신조로 삼는 전하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많은 늙은이들은 전하께 투표를 하였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한 달을 살아야하는 우리에겐 기초연금이 노후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이달에 시행되는 기초연금에서 막상 우리 수급노인들은 아무런 혜택도 못 받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공무원이 와서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고가면, 다음 날에 다른 공무원이 와서 생계급여 20만원을 뺏어간답니다.

 

 

전하의 대선 공약인 기초연금이 시작되는 2014년 7월이 보통의 노인에게는 축복의 7월이지만 우리 빈곤노인에게는 배신의 7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고 뒤로 뺏는 기초연금, 이 황당한 복지를 전하께서는 알고계신지요?

“모든 노인에게”라고 할 때, 또 작년 9월 “70% 노인에게”라고 할 때, 애초부터 우리 극빈노인들은 안중에도 없었는지요? 줬다뺏는 기초연금, 진정 전하의 진심인가요? 아니겠지요.

 

 

딱 40년 전, 1974년 8월 육영수 여사님의 장례식 날 목 놓아 울었던 우리에게 전하께서 이렇게 야박하게 하실 리가 없겠지요? 선친과 함께 “잘살아 보세”노래를 부르며 새벽부터 일터로 나가 "먹지 않고, 자지 않고, 입지 않고" 일만하면서 60~70년대를 살았던 우리를 전하께서 속일 리가 없겠지요?

 

 

박근혜 대통령 전하!

노인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기초연금에서 극빈노인이 배제되는 참사를 막을 수 있도록, 민생을 통촉하여 주옵소서!

줬다뺏는 기초연금, 아니 되옵니다!

거두어주옵소서!

 

 

전하의 대선공약 기초연금이 시행되는 달에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늙은이들이 하나되어 아뢰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옵소서!

 

 

2014년 7월 1일

조선에서 가장 가난한 늙은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