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기초수급 노인들 '줬다 뺏기식 기초연금' 분통

2014. 6. 14. 19:58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정부 지급액 만큼 생계급여서 삭감 '혜택 0원' / "형편 나은 다른 노인은 받는데…" 형평성 논란

 

 

최명국  |  psy2351@jjan.kr / 최종수정 : 2014.06.10  21:47:15

 

 

전주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최모씨(66)는 홀로 네 살 배기 손자를 키우고 있다. 최씨는 아픈 몸과 고령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처지다. 그래서 매번 생활비와 아이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던 중 최근 최씨는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실망에 빠져 들었다.

최씨가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면 기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가 30여만원에서 10여만원으로 20만원 삭감되기 때문.

최씨는 “형편이 나은 다른 노인들도 모두 20만원을 받는데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한 푼의 혜택도 없다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사업 시행에 따라 다음달부터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대해 매월 10~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전국적으로 노인 406만명이 기초연금을 지급 받게 되는데, 전북지역에서는 24만4160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도내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2만5784명은 최씨의 경우처럼 기초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대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생계에 그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초연금이 그대로 소득으로 인정돼 생계급여에서 같은 액수 만큼 삭감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사실상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 때문에 극빈층 노인들의 경우 ‘줬다 뺏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기초연금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양열 전주 금암노인복지관장은 “정작 형편이 가장 어려운 이들이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태성 평화주민사랑방 대표는 “기초연금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기초수급 노인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라며 “기초수급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선 원점에서부터 제도를 손질·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북도 관계자는 “현행 기초연금제에서는 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수급 노인들의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