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건강보험 옹호, 민간보험 비판... 의협이 바뀌었다

2014. 1. 28. 14:5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의협의 건강보험 강화론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 운동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 하나로팀장, 가정의학과 의사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민간 의료보험에 들어가는 돈은 재벌의 주머니만 불립니다. 이제는 국민건강보험을 튼튼히 키워야 합니다"라는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나는 이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간 대한의사협회가 보였던 태도(국민건강보험에 비판적이고 민간 의료보험에 호의적이었던)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최근 변화는 의료 영리화를 적극 반대하는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사실 그간 대한의사협회의 주요 주장과 행동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의료 영리화 반대에 나서면서부터는 오히려 국민과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옹호에 나선 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영리화를 저지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의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은 그간 진보 쪽 건강보험 강화 운동인 ‘민간 의료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운동과 맥락이 상당히 유사하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는 최근 의사협회의 의료 영리화 저지와 건강보험 강화 주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는 의사협회가 너무 진보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협회가 제안하는 건강보험 강화 주장이 진보 쪽이 제시한 건강보험 ‘하나로’와는 다르다며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의협 회장,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지지?

 

노환규 회장은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같이 민간 의료보험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건강보험이 훨씬 우수하므로 건강보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점으로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의료의 질 향상보다는 의료비 부담 절감에만 치우쳐 있고 보험수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의사협회와는 달리 지불제도 개선 요구로 의사를 옥죄려 한다는 점을 들었다.

 

나는 최근 의사협회의 변화를 보면서 드디어 우리의 의료 개혁이 이제야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분명히 의사협회와 건강보험 하나로는 서로 입장이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다른 것이 당연하다. 서로 입장을 오해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여 공통된 부분을 넓혀나가고, 다른 점에 대해서는 토론과 소통을 해나간다면, 충분히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운영위원으로, 그리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건강보험 하나로 팀장으로 활동해왔다. 노환규 회장의 언급을 보면, 민간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통찰하고 있고,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대한 이해도 높다. 하지만 일부 오해를 하고 있는 측면도 적진 않다고 본다. 이 글은 그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 성격의 글이다.

 

민간 의료보험 대응을 위한 연대 가능하다

 

노환규 회장은 민간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에 비해 7배나 사업비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고 가입은 쉽지만 지급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존 환자의 가입은 배제되고, 실손 의료보험의 경우 갱신 시마다 보험료가 급등하고 있는 문제점 등도 비판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의사협회 전 집행부는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에 호감을 가졌던 데 반해 현 집행부는 민간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고, 민간 의료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으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긍정적이다. 민간 의료보험이 안고 있는 폐해가 너무도 크기에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건강보험을 강화하여 건강보험 ‘하나로’만으로 의료비 걱정을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민간 의료보험의 장벽을 넘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민간 의료보험의 벽만 넘어선다면 의료 개혁의 절반 이상을 완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 의료보험은 의료 민영화를 요구하는 핵심 동력 중 하나이다. 민간 의료보험을 대변하는 보험 자본은 정부(기재부-금융위), 새누리당, 보수 언론, 재벌(삼성)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의 강화를 반대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진보가 의사협회와 얼마든지 연대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 

 

의료 질 향상, 건보 하나로도 동의

 

노환규 회장의 언급처럼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의료의 질 향상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보건의료 현실에서 가장 시급하면서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의료비 부담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의료비란 공적 지출이 아니라, 가계와 국민에게 떠넘겨져 있는 사적 지출, 즉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를 말한다. 따라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의료비 부담의 공적 지출(건강보험 급여 지출)을 늘리고 사적 지출(환자 본인 부담)을 줄여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자는 운동이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하나로는 비급여를 급여화하여 건강보험 보장률을 대폭 높이자는 것으로 연간 100만 원 상한제, 입원 보장률 90%, 건강서비스 급여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연 14조 원의 재원은 국민, 기업, 국가가 함께 보험료를 인상(대략 30%씩)해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실현되면 의료비 부담이 완전히 해소될 뿐 아니라 비싸고 지속가능성 없는 실손 의료보험에  더 이상 가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우리는 단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의료의 질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외에도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의료 개혁 과제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과제들은 그 자체만으로 풀어내긴 쉽지 않다. 바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의사협회가 의료의 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반갑고 환영할 만하다. 이 문제에 대해 의료 공급자인 의사협회가 제기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

 

의협의 의료 질에 대한 관심, 반갑다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의료 체계에서 바라는 목표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의료비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또 하나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것. 우리가 만들어내려는 의료 개혁이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이 목표에 부합한가 아니한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의료비 문제에 우선 초점을 맞춘 것이 맞다. 이것이 의료의 질 문제를 경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는 아니라는 것도 언급했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필요한 재원 계산이 간단하다. 또한 이것만으로도 지금의 취약하고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상당 부분 정상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의 질을 추가로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와 재원 논의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하나로가 실현되면, 입원했을 때 병원비 부담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실손 의료보험과 같은 사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치의를 만나기 어렵고, 제대로 상담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외래의 경우 여전히 2분, 3분 진료 관행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의 질적 수준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이때가 되면 의료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순차적으로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법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의료 인력뿐 아니라 의료 수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예로, 우리의 보건의료 인력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병상 수 대비 의사 및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많은 의료인들이 과중한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것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병원에서 주치의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을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추가적인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보장성 문제가 워낙 시급한 과제라, 의료의 질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앞장서 의료의 질 문제를 제기한 함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짐이다. 

 

의료 수가의 총액 보전 제안한다

 

노환규 회장은 건강보험 하나로는 지금의 수가가 적정하다고 여긴다고 보았다. 이것은 오해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그간 수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 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민간 의료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을 해결하자는 운동이었기에 굳이 수가 문제에 구구절절 의견을 표출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문답 형태로 간단히만 언급한 바 있는데, 비급여의 급여로 전환시 '총액 보전' 원칙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보험수가가 원가 대비 저수가*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 수가는 원가 대비 고수가이다(보험수가의 저수가를 인정하지만, 그것이 얼마라고 정확히 수치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신뢰할 만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의 보험수가의 수준과 비급여의 고수가 수준을 수치로 정량하고, 그것을 합의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불충분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아래 그림을 보면, 건강보험 보험급여 항목의 원가 보전률은 75% 수준인 반면, 비급여 항목의 원가 보전률은 190%라고 한다. 의료공급자는 보험수가의 저수가를 보충하기 위해 과잉진료과 비급여를 고수가로 책정해 오고 있다. 이는 환자의 본인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악순환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비급여를 급여화하여 보장성을 확대할 경우, 총액 보전의 원칙으로 비급여의 고수가는 낮추는 대신 그 차액은 급여항목의 저수가를 정상화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보장성을 확대하더라도 수입은 보전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이 되면 기존의 의사협회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지금은 비급여가 급여화될 경우 상대가치 점수 제도에 의해 비급여수가가 기존 보험의 저수가 수준으로 하락해버린다. 이런 이유로 그간 의사협회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해왔던 것이다. 이를 십분 이해하기에 총액보전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행위별 지불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이유

 

한편 노환규 회장은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등 지불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어 의사협회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언급한다. 맞다. 건강보험 하나로를 주장하는 시민사회 단체는 지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의사들을 통제할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지불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건강보험과 보건 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민 의료비를 우리 사회가 지불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의료인의 진료 환경을 침해하거나 의료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여야 한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그 폐해가 적지 않다. 과잉 진료뿐 아니라 국민 의료비 수준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실현이 된다면, 현행 행위별 수가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재원보다 더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측이 목표하는 재원은 14조 원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좀 더 상회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미충족 의료 서비스의 증가 때문이다. 이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아, 의료이용을 하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미충족 의료 서비스가 충족됨으로써 전체적인 의료 이용량은 증가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이유, 즉 과잉 진료의 증가다. 그간 행위별 수가제에 익숙해져 있기에 그런 진료 행태가 보장성이 대폭 확대된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과잉 진료로 인한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이때 지출의 증가는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며, 그것은 통제되어야 한다. 만일 기존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보장성이 확대되어도 과잉 진료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나는 지불제도 개선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과잉 진료 문제는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매우 높다.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인구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국민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에 과잉 진료도 한몫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엔 국민 의료비 증가를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후자의 경우는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물론 어떤 수가 제도도 완벽하지는 않다. 각기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단지 그 사회의 의료 체계를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제도로 만드는 데 가장 유용한 지불 보상 제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되는 것일 뿐이다. 여기에 의사협회 역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주장할 권리가 있다.

 

의사협회의 건투를 빈다

 

지금까지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의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대한 견해에 대해 나의 의견을 밝혔다.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 공급자 측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서로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이 글을 썼다.

 

나는 최근의 의사협회의 변화가 매우 반갑다. 드디어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보건의료 문제에 대해 국민과 시민사회, 의사협회가 조금씩 다른 입장을 갖고 있더라도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고 소통한다면, 얼마든지 합리적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의사협회의 건투를 빈다.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