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정부 마음대로 정하는 국고보조율, 보편적 복지 틀에 맞나?

2014. 2. 10. 20:30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 확대의 숨은 그림자, 지자체

 
 
김승연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 

 

 

 


무상 급식 논쟁을 시작으로 보편적 복지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어 왔다. 정치권에서도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을 구분할 것도 없이 보편적 복지 이슈를 주도하려고 한다. 국민 또한 복지 확대를 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상 보육과 기초연금이 보편적 복지의 핵심 정책이 되었다. 이미 0~5세 아동에 대한 무상 보육은 실시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20만 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 도입 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정치권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당장 올해부터라도 시행이 가능하다.

 

보편 복지, 중앙이 결정하고 지방이 시행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마냥 반갑지는 않다. 중앙 정부는 대부분 복지 정책을 결정하지만, 중앙 정부만이 그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복지 정책 집행의 실질적 주체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이다.

 

국고보조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그에 소요되는 예산의 일부를 분담하고, 사업을 직접 집행한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소요 예산의 30%, 보육 사업은 50%(서울시 80%), 기초생활보장 사업은 20%(서울시 50%)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담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복지 확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 증가, 지속적인 재정 자립도 감소, 지방 채무의 확대로 재정 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 정부의 보편적 복지 확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부담을 가속화한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를 주도한 정치권과 중앙 정부는 복지 확대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을 알고 있음에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뒷전으로 미뤄두거나 지방 정부와 책임 몫을 둘러싸고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에 휘청대는 지방자치단체

 

2012년, 0~2세 영유아 보편적 무상 보육을 시행한 지 4개월 만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시에서도 가장 부자 동네인 서초구가 더 이상 재정이 없다고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2011년까지는 0~2세 보육 지원 대상이 소득 하위 70%였고 대상자 수는 1665명이었다. 그런데 2012년 3월부터 소득 상위 30%를 포함해 전면 무상 보육 지원이 이뤄지면서 대상 영유아가 5113명으로 3배 넘게 급증하였다. 이에 서초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무상 보육 중단을 선언하였다가 서울시의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이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서울시에서 8월 이후 무상 보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앙 정부, 정치권까지 갈등했던 상황도 있었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가 무상 보육 확대에 반기를 든 것은 무상 보육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늘어나는 국고 보조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간 복지 편차도 심화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노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복지 지출은 스스로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지출 현황을 들여다보자.

 

해마다 정부 예산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예산에 비해 복지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예산이 20% 증가한 데 비해 복지(보건 포함) 지출은 76% 증가하여 2013년에 지방자치단체 전체 세출 예산 중 복지 지출 비율이 33%가 되었다.

 

이렇게 지역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복지 지출이 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거둬들이는 수입의 절반에 육박하고, 자체 수입(지방세+세외 수입)보다 복지 지출이 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많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마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더 상기할 게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지출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에서 지역 간 편차 또한 커지고 있다. 2008년에 복지 지출 비율이 가장 적은 지역과 가장 많은 지역 간 차이가 약 6.5배 정도 되었다. 그런데 2013년에는 이런 격차가 8배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지역 간 복지 지출의 차이가 심해진다는 것은 주민들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복지 혜택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라는 것이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하는 필수재로 생각한다면 지역 간 격차는 심각한 문제이다.

 

자율권 없는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정부의 일선 행정 기관의 역할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복지 지출 중 88%가 국고보조사업에 사용되고 있고, 지방자치체가 자체적으로 벌이는 복지 사업에 사용되는 비용은 12%에 불과하다. 이렇게 국고보조사업이 늘어나면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출 부담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자율적으로 복지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복지에는 두 가지가 충족 요건이 있다.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살아도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형태의 국고보조사업이 필요하다. 또 욕구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복지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자치단체는 국고보조사업에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 부으며 허덕이고 있다.

 

국고 보조 복지 사업 재정 구조를 혁신하라

 

복지 정책을 집행하는 실질적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살아야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도 커질 수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예산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

 

현재 복지 정책에 대한 결정과 그에 따른 비용 분담 기준을 모두 중앙 정부에서 결정하고 있다. 실제 예산을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어떠한 결정 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현행 국고보조사업의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국고보조율은 기본적으로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는 1987년 보조금관리법이 전면 개정된 당시에 정해져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는 중앙 정부가 임의로 국고보조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향후 복지 예산이 더욱 확대될 추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행 국고보조사업 운영 방식은 변화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기준이다. 보편적 복지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행 국고보조사업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의를 공식화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추가적인 예산을 수반하는 국고보조사업을 시행하기 전 '지방 재정 영향평가제'를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부처, 예산당국이 이를 심의하여 조정하는 방식이다.

 

둘째, '국고보조사업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고보조사업 기준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이나 기초연금과 같이 보편성, 안정성, 형평성의 성격이 강한 복지 정책은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전액 부담하는 사업으로 하고, 희망 복지 지원 사업이나 복지 시설 운영 등과 같은 특수성과 지역성이 강조되는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국고 보조 분담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셋째, 현행 사업에 따라 개별적으로 보조하는 국고보조금 방식을 포괄 보조 방식으로 전환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포괄 보조 방식은 중앙정부가 개별 사업 단위를 넘어 총액으로 복지 재정을 지원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구체적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사업별로 재원을 배분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재량권을 가지면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지방분권화 취지를 살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

 

2014년은 지방선거가 본격화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가 6번째 지방선거인데, 선출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신의 재량권을 가지고 복지 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을 마련해 가야 한다. 선심성 지역 공약보다는 지방자치단체 재정 구조의 혁신을 말하는 정당, 후보에 더 관심을 가지자.

 

 

* 지난주 내만복 칼럼(기초연금 공약 사기)을 다룬 영상 고발장을 보세요. (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