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그 많던 요양보호사는 다 어디로 갔을까?

2012. 7. 14. 18:54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요양보호사 절반이 이직 생각




이춘자 수녀, 구미 성심요양원장



올해로 10년째 구미에 있는 요양원에서 어르신 105분을 모시고 있다. "생명을 섬깁니다"라는 미션으로 직원 62명(수녀 5명 포함)과 함께 기도하면서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요양원은 역사가 42년이다. 도와주시는 후원자와 봉사자들 덕분에, 농사도 조금 지면서 알뜰하게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도 많이 진행하고 퇴근 후 동아리 학습도 지원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요양원들의 처지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4주년을 맞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와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요양서비스나 요양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이후 현재까지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특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신체 기능과 건강상태가 호전되고, 가족부양 부담도 경감되었다.

▲ 요양보호사(사진은 본문과 무관). ⓒ연합뉴스

장기요양 시행 4년, 요양보호사 임금은 25% 낮아져

하지만 정작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6월 25일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노인장기요양기관 서비스 인력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백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이전인 2007년부터 시행 4년 후인 2010년까지 4개년도 임금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300개 노인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했는데, 장기요양기관 전체종사자의 평균임금이 2007년도 177만 원에서 2010년에는 161만 원으로 14.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임금 저하가 가장 컸는데, 2007년도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2008년 84.0%, 2009년 80.0%, 2010년 74.5%로 낮아졌다. 요양기관의 규모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하락률이 컸다. 30인 이하 기관의 경우 2007년 임금 수준이 평균의 86%에 그쳤으며 2010년 68% 수준으로 더 낮아졌다.

현재까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105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 근무인원은 약 26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시설마다 임금이 다르고 적절한 임금 가이드라인도 없다. 게다가 영리를 추구하려는 시설장들은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부당하게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원장들 모임 때마다 임금가이드라인이 정해져야한다고 주장해왔다(중앙회는 전국 800여개 법인요양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총회, 정책토론회 보수교육 등에서 주장되어옴). 정부는 요양보호사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강조하지만, 요양원과 재가센터의 시장화 난립의 부작용이 심각한 상태다.

심지어 어르신 모시기 경쟁이 너무 심하여 장기요양이용자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주는 편법이 동원되는 현실은 이미 건보공단이나 보건복지부가 알고 있는 일이다. 그 결과 어르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질은 떨어지고 요양보호사 임금마저 삭감되어 이에 대한 불편한 목소리가 종종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KBS <추적60분>, "한 명당 2500만 원 사고파는 노인복지", 2012년 6월 27일자).

요양보호사 절반이 이직 생각해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는 빈번한 이직으로 연결된다. 이번 공청회에서 63개 기관 1268명의 요양보호사를 조사한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직 의도를 가진 요양보호사 비율이 평균 41%로 나타났다.

이직 사유로는 낮은 임금이 22.8%로 가장 높았으며, 근로시간과 근로환경(17.9%), 건강상 문제 (16.8%), 일의 장래성(12.0%) 순이었다. 요양보호사들은 낮은 임금과 근무환경 등을 이유로 다수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봉주 교수의 지적대로, 이직의 증가는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서비스 질에 영향을 끼치고, 기관에서도 비용 발생 및 남은 직원의 만족도 저하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조속히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임금가이드라인 제정과 적정수가 책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심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어르신을 모시는 비영리법인이나 개인 신고 시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자질이 우수한 요양보호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일하는 요양원의 경우 2006년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전국 최고 점수로 국무총리 상도 수상하여 그 동안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곤 했다. 그러나 근래 열악한 요양보호사 처우가 널리 알려진 까닭에 요즈음은 아예 이러한 후보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부터는 우리 요양원도 인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우리 요양원은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해마다 3~5%씩 임금이 오르고, 직원 기숙사도 제공하고 법인의 직원복지 지원도 약간 있으며, 직원들도 열심히 수고한 덕분에 늘 105명 정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큰 사고도 없다.

반면 규모가 작은 요양원이나 시골 혹은 오지에 위치한 시설은 요양보호사 채용에 무척 애를 먹고 있다. 요양 시설이 난립할 정도로 증가하면서 경쟁이 너무 심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보호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만일 이들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비용 삭감을 당하니 이중의 고통을 받는 셈이다.

장기요양제도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들

요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장기요양제도의 효과도 알고 있지만 동시에 미비점을 늘 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기에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비영리 방식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설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시설 신고제는 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요양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정보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하고, 본인부담금 삭감 등 불법적 운영을 엄히 규제해야 한다.

셋째,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하여 무엇보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임금가이드 라인을 정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이직률을 줄이고 숙련된 요양보호사를 확보할 수 있다.

넷째, 근로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업무의 과중은 요양보호사의 건강과 서비스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근무체제는 요양원 사정에 따라 2교대, 혹은 3교대 등 다양하다.

한편 노동법은 주 40시간 근무, 휴게시간 연차, 출산휴가 등을 보장한다. 그런데 요양보호사가 출산하면 3개월 출산휴가를 들어가는데 그 3개월을 위하여 임시 요양보호사를 구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이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급여 지급을 삭감한다. 인력을 구하기 힘들기에 기존의 직원들이 교대로 연장근무를 하든가 탄력적으로 운영할 경우 급여 삭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혹은 출산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출산휴가 대체 인력에 대하여 교육 공무원처럼 별도 교육훈련된 인력을 건보공단이나 보건복지부에서 파견하여 주면 좋겠다.

다섯째, 요양보호사 자격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인력양성체계를 다변화하여 요양보호사 수급 안정화를 꾀하여야 한다. 사회복지과, 노인복지과 등 대학관련학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2년제 전문대나 4년제 재학 중 요양보호사 과목을 이수하고 실습을 거치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주어야한다.

여섯째,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는 다른 사안이지만,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 판정요양급여 지급, 요양기관 평가를 주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너무 힘이 편중되어 있다. 서비스 등 각 영역별 평가는 제3의 주체(예를 들면,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전문가 혹은 모범 운영 시설장 등)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젠가 대한민국이 복지국가가 되기를…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 어르신들을 모시며 살아가면서 느꼈던 문제들을 적어 보았다.

장기요양제도가 처한 문제점들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보험수가 상향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고 따라고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지혜를 모아 조금씩이라도 세상이 나아지기를 고대한다. 언제가 대한민국도 복지국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