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칼럼] 장애인마저 우롱한 박근혜 정부에 분노한다

2013. 10. 30. 15:3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박근혜 장애인연금안의 3대 문제점

 
 
 
현근식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위원·지체장애인

 

 

 

장애인들이 우려했던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연금 공약이 결국 파기되었다. 최근 발표된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중 장애인 중 소득 인정액이 하위 70% 이하인 사람에게만 연금을 지급한다. 이는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따라 장애인연금도 똑같이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연금 공약마저 파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기초연금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른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부는 "소득 70%까지만 차등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법률안을 입법 예고하여 모든 국민과 한 약속을 어겼다.

장애인계에서 기대한 장애인연금도 18세부터 65세까지의 모든 중증 장애인은 기초연금 제도를 통하여 A값의 2배인 20만 원을 받는 것이었다. 또한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을 보전하는 부가 급여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중증 장애인들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모든 대상자에게 연금액 20만 원에 부가 급여까지 현실화해 줄 것이라고 내심 크게 기대했는데, 이번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보고 실망이 매우 크다. 중증 장애인 중 하위 소득 70%를 벗어난 이들은 장애인임에도 아무런 소득 보장 안전망 없이 위태롭게 살아갈 것이다. 하위 70% 장애인연금을 받는 중증 장애인들도 장애로 인해 들어가는 추가 비용에 짓눌리고 언제 연금액이 줄지 모른다는 또 다른 불안감에 잠을 설칠 것이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9월 17일 오후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 등급제 및 부양 의무제 폐지' 집회를 마친 뒤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연금 도입의 역사

장애인연금 제도는 중증 장애인의 장애로 인한 소득 상실과 감소를 보전해주는 것을 기본 취지로 하는 사회 보장 제도이다. 현재 장애인연금에는 두 가지 급여가 있다. 하나는 근로 능력의 상실 또는 현저한 감소로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하여 지급하는 '기초 급여'다. 또 하나는 장애로 인하여 추가로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해 주기 위하여 지급하는 '부가 급여'이다. 즉, 장애인연금은 장애로 인해 근로 능력을 거의 상실하고, 장애로 인해 의료비나 교통비, 보조기구 구입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최저의 소득 보장 정책으로 설계되어 있다.

▲ <표> 장애인연금의 급여 종류

한국에서 장애인연금 제도는 2010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전에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장애 수당, 장애 아동 수당 등이 국민 기초 생활 보장 제도와 함께 장애인 소득 보장 체계를 이루고 있었다. 장애인연금은 장애로 인한 소득 상실을 효과적으로 보전하고, 중증 장애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별도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화된 것이다.

장애인연금 제도 도입의 직접적인 계기는 기초노령연금 제도 도입이었다. 2007년 참여정부 말기에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다. 노인의 절대 빈곤 문제가 매우 심각했음에도 노후 보장 체계인 공적 연금의 가입률이 미미한 상황이었다. 공적 연금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연금 수급액의 격차를 채워주기 위해서 세금을 기반으로 한 노후 생계 보장 수단으로 기초노령연금이 만들어졌다. 중증 장애인 또한 노인과 마찬가지로 장애로 인해 소득이 없으므로 공적 연금에 가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역시 기초노령연금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초노령연금 제도에 기초장애연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증 장애인 기초연금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장애인 복지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장애인 LPG차량 지원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 예산을 장애인연금으로 대체하자는 논의도 활성화되었다.

17대 대선(2007)과 18대 총선거(2008)를 거치면서 장애인계에서 장애인연금 도입을 요구하는 단체가 많아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도 중증 장애인 기초연금 도입이 들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요 장애인 단체는 기존의 추가 비용 급여로서 장애 수당을 존치하되, 장애인연금의 지급 대상을 경증을 포함한 전체 장애인의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하고 중증 장애인에게는 최저임금의 25% 수준에 해당하는 급여(월 25만 원)를, 경증 장애인에게는 중증 장애인 지급액의 50%(월 12.5만 원)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다.

장애인연금, 처음부터 빈약하게 출발

하지만 도입된 장애인연금은 빈약했다. 시행 첫해는 중증 장애인 중 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56%로 제한했다. 급여 수준도 기초 급여와 부가 급여를 합하여 최대 월 15.4만 원에 불과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기존의 장애 수당 제도와 거의 차이가 없어 장애인계와 학계에서 이름에 걸맞은 장애인연금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작년에 치러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도 각 정당이 장애인연금에 대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에게, 특히 중증 장애인에게 최저 소득 보장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중증 장애인은 노동 시장 자체에 진입하지 못하여 원천적으로 소득 활동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사회적 낙오자로 전락한다. 생산과 노동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은 경제적으로 절대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국가는 통합 사회를 지향하는 책무가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장애인을 부양하고 장애인의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사회 보장 제도의 안정망이 취약한 국가에서 최저 소득 보장 제도라도 확충하지 못한다면, 장애인들은 거리에 나앉거나 수용 시설 등에 처박혀 인생을 암울하게 지낼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였다.

장애인연금안의 3대 문제 : 지급 대상 70% 제한, 부가 급여 방치, 물가 연동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70%로 한정된다. 2013년 현재 중증 장애인의 63% 소득 하위 32만7000명이던 수급자는 10월 2일 발표된 장애인연금법 개정에 따라 2014년 중반에는 약 36만4000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다. 중증 장애인 중 장애인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장애인이 15만 명이 넘는다.

최근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2014년 예산안 중 장애인연금 국비 지원 예산은 4660억 원이다. 올해 장애인연금 예산 3440억 원보다 1220억 원밖에 증액되지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모든 중증 장애인 20만 원 지급' 공약을 이행했다면 내년 예산은 훨씬 많이 늘어나야만 할 것이다.

또한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인 부가 급여의 현실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이다. 작년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부가 급여를 인상하여 장애인연금을 현실화하는 데 6429억 원의 추가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이행한다면 부가 급여 증액만 해도 매년 1600억 원이 늘어나야 하는데 정부의 2014년 예산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정부의 발표대로 장애인연급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여전히 이름값 못하는 장애인연금이라는 비판을 다시 한 번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장애인연금을 물가에 연동하는 것도 중대한 독소 조항이다. 박근혜 정부 장애인연금 방안에 따르면 장애인연금 기초 급여액은 전년도 기초 급여액에 소비자물가 상승이 반영돼 정해진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과 연동해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장애인연금도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A값 기준 급여율이 점점 하락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내년엔 A값의 10%이지만 약 20년 후에는 A값의 5%로 반토막 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연금 새로 설계하라!

이번 박근혜 정부의 연금 공약 파기와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보면서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연금 제도의 설계를 다시 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장애인연금 제도의 목적은 중증 장애인의 장애로 인한 소득 상실을 보전하고 추가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도 일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의 경제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을 텐데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이러한 위기에서 장애인연금 제도만이 중증 장애인 소득 보장의 유일한 탈출구인데 그마저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있다. 장애인연금 급여액을 20만 원 지급한다 해도 현재 상용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의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 소득 보장이 되기에는 너무 부족한 급여액이다. 윤상용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비슷한 비기여 최저 소득 보장 제도를 시행하는 선진국가들(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에 평균액인 80만 원 정도만 목표로 삼아도 현 수준의 4배나 올라야 하는 것이다("국제비교적 관점에서 살펴본 장애인연금 현황과 발전 방향",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 장애인연금의 향방은? 토론회 자료집』,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2013).

18대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걸었던 장애인들의 기대가 이제 실망과 체념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도 장애인들의 앞길은 막막하다. 장애인들이 행복한 시대는 언제쯤 오게 될까?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만복TV>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기 영상 고발장" (☞ 바로 가기http://mywelfare.or.kr/397)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라디오 팟캐스트> "제3회 우리 아이 SKY대 입학 3요소"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