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복 칼럼] 골칫덩이 상급병실료…다인실에서 침대 두 개씩 빼자!

2013. 10. 23. 18:4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내만복 칼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부 상급병실료 개선안의 한계와 해결 방안

 
 
 
 
김종명 가정의학과 의사,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

 

 

 

평소 당뇨병을 앓던 70세 노인이 며칠 전부터 기침, 발열이 있어 개인 의원에서 감기로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하였다. 그러나 호전 없이 증상이 나빠지고 호흡 곤란이 발생하였다. 이에 급히 대학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고, 의사는 폐렴이라며 입원 치료를 권유하였다. 환자 보호자는 입원 수속을 하려는데 병원 측은 다인실은 없다며 1인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하였고, 주치의가 특진 의사이니 입원하려면 선택진료와 상급병실 이용 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하였다. 1인실은 하루에 30만 원이나 하였으나 입원 치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동의서를 작성하고 1인실에 입원하였다.

이런 사례는 대학 병원급에 입원할 경우에 흔히 생기는 일이다. 병원에 입원하려면 선택의 여지없이 선택진료료를 내고, 값비싼 상급병실로 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 걱정보다는 병원비 걱정을 먼저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상급병실료나 선택진료와 같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지만,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리발을 내민다. 지난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대 중증질환자부터 건강보험 보장률을 75%에서 10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다. 하지만, 당선 이후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료는 애초부터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은 이유가 비급여 때문이고 그중 핵심이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료인데, 애초부터 공약이 아니었다고 거짓말을 하다니, 오죽하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복지 단체들이 공약 사기죄로 고발까지 했을까.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오리발만 내밀기가 민망스러웠는지, 3대 비급여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을 한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단다. 그래서 꾸린 것이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다. 얼마 전 이 기획단에서 상급병실료 문제에 대해 두 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그다지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의료 공급자들의 강력한 비판에 부딪혀 그마저도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싶다. 이에 상급병실의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분석해 보자.

상급병실 운영은 환자 아닌 병원 수익을 위한 것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 공약을 뒤집으며 내세운 논리가 '선택진료료와 상급병실료는 필수 의료 서비스가 아닌 환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비필수 의료 서비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한 현황 자료조차 그 주장을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환자의 60%가 비자발적으로 입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상급병실료는 병원마다 멋대로 부과하고 있는데, 같은 1인실이라고 하더라도 6만~48만 원까지 편차를 보였다. 주로 상위 5개 병원일수록 상급병실료가 비싸다. 이들 상위 병원의 2~3인실의 병실료는 다른 병원의 1인실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비싸다. 상급병실료는 같은 대학 병원이라 하더라도 서울의 상위 대학 병원일수록 비싸고, 지방으로 갈수록 낮다. 상위 5개 병원이 환자 쏠림 현상을 이용해 매우 비싼 병실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상급병실에 입원해 본 환자라면 상급병실의 입원 환경이 6인실인 기준(일반)병실보다 훨씬 안락하고 우수하다고 느낀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상급병실로 규정되어 있는 4인실이나 5인실의 입원 환경은 6~8인실의 기준 병실과 거의 비슷하다. 심지어 2인실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상급병실의 환자당 면적을 보자. 1인실 정도만 기준병실 대비 3배가량 병실 면적이 넓을 뿐, 3~5인실의 경우 기준병실과 거의 비슷하며 2인실이라고 해봐야 기준병실보다 겨우 50% 정도 넓을 뿐이다. 더욱이 이 병실에는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나 간병인이 같이 생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비좁다. 그래서 병실 공간은 더욱 비좁게 느껴진다. 1인실이나 2인실에 입원한다고 해서 보호자나 간병인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상위 5개 병원은 2~5인실에 기준병실료(5만 원) 대비 50%~800%에 이르는 상급병실료 차액을 부과하고 있다. 상급병실에 입원한다고 해서 뚜렷하게 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거나 안락한 병실 환경과 같은 좋은 점을 누리지도 못하는데, 비싼 병원비만 환자에게 떠안기고 있다. 사실상 상급병실료 차액은 환자의 우수한 진료 환경이 아니라 병원의 수익 창출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정부의 상급병실료 개선 방안의 한계

이러한 상급병실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두 가지 안을 내왔다. 첫째, 상급 종합병원에 한해 일반병실 기준을 전체 병상 기준 75%로 상향하는 것이다. 둘째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차등을 두어 일반병실을 2~4인실로 확대하여 평균 80%에 이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상급병실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현행보다 약간 상급병실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데 그치는 한계가 있다. 현재 의료법상으로는 기준병실을 50% 이상(2011년 이후 설립 의료기관은 70% 이상) 지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 무용지물인 기준이다. 이미 평균적인 기준병실률은 74% 정도이다. 이 비율은 상급병원일수록 낮은데, 상위 5개 상급병원은 기준병실이 59% 수준에 불과하다. 즉 전체 상급병실의 일부만 기준병실로 전환하자는 방안에 불과하다.

물론 이 방안조차 병원협회 등이 강력히 반대하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병원계의 경우, 기준병실 확대는 곧 병원 수익의 하락으로 연결되기에 그렇다. 더욱이 정부는 상급병실료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재원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개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결국 지금의 상급병실료 논의는 정부의 의지 부족과 함께 병원계의 반대에 부딪혀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상급병실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

병실이라는 공간은 치료와 간호와 같은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일 뿐 아니라, 환자가 종일 거주하는 생활 및 숙식 공간이다. 따라서 병실 시설이나 환경적 측면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여 최적화되어야 하며, 환자의 품위나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상급병실을 환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입장, 그것도 수익이라는 관점으로만 보아 왔다. 비좁은 병실에 환자와 보호자(혹은 간병사)가 함께 부대끼며 생활해야 한다. 병실도 비좁아 병상간 간격이 채 1미터 정도에 불과하여 환자 간 감염도 예방하기 어려운 병실 환경이다. 이런 환경은 기준병실이든 2~4인 병실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의 경우, 병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다인실이라고 해봐야 최대 4인실로 운영되고 간병사나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다. 병상 간 간격도 우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넓고 안락하다.

 

▲ 영국 St.Thomas hospital 입원병동(Sarah swift ward) 내 병실. 자료 :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영국 NHS-PEAT 조사 현황 파악 해외 출장 보고서>에서 인용


그런데도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병원을 새로 지을 때는 다인실보다는 1인실의 비중을 넓히고 있다. 영국의 경우 최근 새로 설립하는 NHS 병원은 2~4인실보다는 1인실을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다인실에 비해 1인실이 훨씬 우수한 진료 환경과 의료 서비스 질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Ulrich의 연구에 의하면 1인실에 입원한 환자에서 병원 내 감염이 적고, 의료 실수가 줄어들고, 환자 만족도가 높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통증 조절이 용이하며, 환자 스트레스도 적고, 환자 비밀 보호가 용이하며 치료 효과도 더 좋아 입원 기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1인실이 안고 있는 유일한 단점은 초기 건축 비용이 더 든다는 것뿐이었다.

이들 국가가 1인실 비중을 높이는 이유가 병원 수익 때문이 아니며, 1인실에 입원한다고 해서 특별히 환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더 부담시키는 것도 아니다. 오직 그것이 환자의 치료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급병실료 문제, 국민건강보험 재정 확대와 함께 풀어야

따라서 1~2인실 등의 상급병실의 문제 해결 방향을 단순히 기준병실 비중을 높이는 문제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반드시 환자의 병실 환경 개선이라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동반해야 한다.

우선 환자가 거주하는 병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병상당 기준 면적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현재 의료법상 병실 면적 기준은 1인실 6.3제곱미터, 2인실 이상의 경우 4.3제곱미터다. 턱없이 낮은 기준이다. 우리나라의 매우 비좁게 느껴지는 기준병실이 평균이 6.5제곱미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다. 병실 기준을 10제곱미터 정도로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병실 기준이 10제곱미터라면 현재 6인실로 쓰고 있는 병실을 4인실로 전환할 경우에 해당하는 기준이다. 이 정도라 하더라도 영국 NHS가 경우 권장하고 있는 병상당 면적 기준인 13.3제곱미터(3.7미터×3.6미터)보다도 못 미친다.

이렇게 병상당 면적 기준을 높이면, 상급병실료의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먼저 현재 2~4인실이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준병실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2인실이라 하더라도 병상당 면적이 9.5제곱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략 전체 병상의 90%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준병상이 된다.

또한, 전체 병상 대비 기준병상을 90% 이상 확보하되, 기준 면적을 초과하는 병실 면적에 한해 추가적인 상급병실료를 부과하는 것은 허용할 필요가 있다. 예로, 기준 면적을 초과하는 1인실이나 특실의 경우에는 초과 면적에 대해서만 상급병실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병상당 기준 병상 확대로 상급병실이 전체 병상의 10% 미만으로 줄어들면, 병원의 입장에서는 수입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에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정 중립의 원칙을 적용해 상급병실료가 줄어든 만큼 수가를 보전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수가 제도는 보험 수가는 저수가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반면, 저수가로 발생한 손실을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비급여 수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보상해왔고, 정부는 이를 묵인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운영하면서도 이를 해결할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비급여를 급여화하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비급여를 급여화하여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사회연대적 보험료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정부는 상급병실료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그에 필요한 추가적인 재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정부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이다. 아마도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개선 방안이 사실상 4대 중증질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해보고자 하는 구실 만들기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만복TV>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기 영상 고발장"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397)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라디오 팟캐스트> "제2회 왜 가난한 사람들은 복지국가를 지지하지 않는가" (☞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