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증세, 넘어야 할 산 솔직한 장 열어라

2013. 9. 1. 20:47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정부 혼자선 역부족, 국민 참여로 신뢰 얻어야

 

 

  • [인터뷰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오건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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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지난 16년 간 각종 감세정책을 펴 왔다. 국민들의 삶 살기가 어려웠던 시대였던 만큼 이를 보상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전반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이를 위해 재원마련은 증세로 이어지는 불가피한 상황을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각종 복지공약은 수십조원의 재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증세는 현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 됐다. 이제 정부도 국민들 대다수도 이미 안으로는 증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 ‘나만 아니면 돼’ 식의 조세저항 없이 쏟아지는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조세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정책제시를 해 온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박사(사진)를 만나 가장 현명한 조세개혁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정부 혼자 NO, 국민참여 증세논의 본격화해야

    오건호 박사는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근본적 문제는 전체 소득 중 공제액이 너무 많은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3대 세목에서 우린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에 대한 공제비율이 너무 높아 이것저것으로 제하고 나면 세금을 징수할 금액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원 확충을 위해서는 그 동안 틈새로 빠져나가던 공제율을 재정비하고, 과세체계에 대한 합리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오건호 박사의 지적이다. 

    오 박사는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전체 소득 100중에서 2/3가 공제돼 실제 세금 징수액은 1/3에서 만 이루어지고 있다”며 “2009년의 예를 들면 370조원의 소득에서 공제되고 남은  120조원에 대한 세금만을 징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실효세율이 4%에 그쳐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과세는 전체 소득의 4.8%, 하지만 OECD국가 평균은 15.3%에 달한다. 

    그는 또 “현재 과세체계 정비는 정부 혼자 주무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지난번  중산층에 대한 과세 논란 해프닝으로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제기된 만큼 지금부터라도 객관적인 전문가들과 국민이 참여해 모두가 공감하는 증세 논의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복지공약 축소? 단기적 재원마련 어려워

    보편적 복지욕구가 물밀 듯이 쏟아지면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5월 135조원 규모의 ‘공약가계부’를 발표했지만, 부실하기는 여전하다. 대통령 당선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재정방안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것은 직접증세를 배제하고 복지재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오건호 박사는 “정부 역시 탈루소득에 대한 정확한 세율을 모르고, 특히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기득권층의 저항은 거세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에 대한 세원 포착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 복지요구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지출 개혁과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에 대한 재원마련 방안은 동의한다”면서도 “이를 정부 혼자 주도해서는 에너지가 너무 약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다양한 세원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애초의 공약한 복지재원 마련은 우리산업의 현재 규모로 어렵다. 재원이 한정된 경제규모에서 100조원이 넘는 새로운 재원을 구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하경제에서의 세원포착은 접근이 어렵고,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과세 인프라 구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단기간 재원 마련을 위한 무리수를 두기보다 이번 과세조정 발표에서 불거진 합리적 증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세 논란 1라운드, 모두가 패자

    오건호 박사는 “올해 정부 지출은 이명박 정부 것인 만큼 내년 예산안이 진정한 박근혜정부의 첫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재원이 부족해서 공약한 복지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이제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 모두 알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화끈하게 복지공약을 축소하겠다는 발표를 하던지 아니면 증세가 불가피한 만큼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솔직하게 밝히는 것만이 현 국면을 탈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건호 박사는 “ 이번 논란이 된 중산층에 대한 세금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발표가 한편 증세에 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내놓는 계기”라며 “정부 및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중산층 증세에 대한 정부의 해프닝에서 민주당과 정치권에 대한 태도에도 따끔한 질책을 했다. 증세없는 재원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는 허겁지겁 발표한 정책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철회하고, 민주당은 합리적 증세 논의 장을 정치투쟁 식으로 막으면서 1라운드는 모두가 패한 게임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복지재정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바로 목적세인 사회복지세다.

    오 박사가 이야기하는 사회복지세는 직접세에 부가되는 세금으로 여기서 조성되는 세금은 모두 복지에 사용되는 목적세다.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국민 모두가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세는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더 많은 재정책임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누진도를 통해 연봉 6000만원 초과소득자 356만명과 법인세액 1000억원 초과 납부기업 441개 대기업(전체 기업의 0.1%)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 이제 증세는 불가피하다. 조세개혁에 대한 전 구성원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손정우 기자 jwso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