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8. 19:51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핵심 복지 정책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공약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로 달라진 데 이어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공약도 사실상 ‘공약(空約)’이 될 처지다. 국민으로서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선 당시 유권자의 마음을 상당히 흔든 것으로 평가되는 두 공약이 당선 뒤에는 사실상 폐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복지국가 주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가 박 대통령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형법상 사기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오늘 그동안 논의해온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한다. 복지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이 위원회는 4개월 전 기초연금 도입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각계 대표 13명으로 출범했다. 발표될 방안은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80%, 또는 최저생계비 150% 이하의 노인으로 하고 지급액은 소득이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최대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위원회의 방안을 바탕으로 다음 달까지 최종안을 확정한 뒤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방침이지만, 큰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이면 다 20만원씩 주겠다는 공약이 선별적 차등지급으로 크게 바뀐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인수위 시절부터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야심차게 내세운 두 복지 공약이 후퇴하는 것은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기초연금은 향후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이를 국가 재정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복지 확대를 약속하고도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를 극구 반대하는 한 그렇다. 과연 박 대통령이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고 ‘화려한’ 공약을 남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도 어림짐작은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 기초연금 공약이 선별적 복지 제도로 방향을 바꾸게 된 데에는 아쉬움도 크다. 몇 년 전 중·고교 무상급식에 이어 우리 사회가 복지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놓쳤다는 점에서다. 사실 증세를 하지 않고 보편적 복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산이 많이 드는 복지라면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도 진정 복지 확대를 추구한다면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증세 불가’에 얽매이면 박 대통령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뿐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다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표현되는 박 대통령의 복지 정책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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