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복지] 협동조합 위해 왕언니가 돌아왔다

2013. 7. 21. 16:19내만복 교육(아카이빙용)

여성운동 왕언니 김연순씨, 마을기업 인큐베이터로 귀환.

 

협동조합처럼 국민이 주인인 '건강보험 하나로' 지지한다!

 

 

김연순씨(48세)는 도봉구 여성운동의 왕언니로 불린다. 20여년 전인 27세에 아이를 업고 처음 여성학 강의를 들은 게 그녀의 여성운동 시작이다. 동북여성민우회(방학동 소재)를 처음 꾸린 이들 중 한 명으로 '행복중심 생활협동조합'(구 여성민우회 생협) 이사장을 4년, 전국 연합회장을 2년씩이나 역임했다. 전국구 베테랑 여성운동가, 협동조합 전문가인 그녀가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맨 바닥에서 협동조합을 일궈 낸 경험을 살려 "다시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특히 작은 협동조합 꾸리는 일을 돕고 싶었는데 마침 '서울시 마을기업 인큐베이터'라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마을기업이란 한마디로 마을공동체에 기반을 둔 기업 활동이다. 풀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적 관계망으로 주민의 욕구와 지역문제를 해결하며 마을 공동체의 가치와 철학을 실현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라고 한다. 현재 올 하반기 서울시 마을기업공모 중으로, 선정된 곳엔 최대 1억원까지 공간(사무실 등) 지원금을, 5천만원까지 사업비를(행정안전부 지원) 지원한다. 지원금이 크다 보니 여기 저기 관심있는 주민들의 문의가 많다. 창동에 위치한 '도봉구 사회적경제 허브센터'에서 김씨를 만난 날에도 이어지는 상담때문에 좀처럼 인터뷰를 할 틈을 찾기 어려웠다. 

 

 

<마을기업 인큐베이터 김연순씨(가운데)가 마을기업의 세 가지 특성인 마을필연성, 자립성, 공공성에 대해 상담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마을기업 공모에 신청하려면 서울시 사회적경제 홈페이지(http://se.seoul.go.kr)에서 구상하고 있는 사업 '스토리 등록'을 먼저 해야 한다. 마을기업을 함께 책임지고 운영할 5인 이상의 주민이 필수교육과 2차례의 '팀 워크샵'을 하고 나서야 정식 사업계획서를 낼 수 있다. 절차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녹록한 과정은 아니다. 마을기업에 선정된 후엔 협동조합의 원리를 구현하는 법인격을 갖춰야 한다.

 

김씨는 "사실상 협동조합을 염두해 둔 것으로 개인 기업이나 상법상의 법인, 비영리 마을공동체 활동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마을기업 신청자는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라고 조언했다.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인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지원이 끝난 후에도 자립이 가능한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쉽지 않은 과정 때문에 지난 상반기에 서울시 마을기업을 신청한 도봉구 네 팀 중에 지원을 받게 된 곳은 없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다. 친절한 전문가인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선정 여부를 떠나 거의 백지 상태인 주민이라고 하더라도 상담과 필수교육, 워크샵 등을 통해 마을과 마을기업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준비가 안 돼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 자체가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지난 상반기 선정 과정에서 "조금의 변화를 기대했었는데... 실망도 크고 괴로웠다"는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녀는 행복중심 생협뿐만 아니라 도봉구 저소득층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민들레 신용협동조합'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또 현수막 천으로 만든 가방을 종종 들고 다닌다.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면 출자한 만큼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데, '건강보험 하나로' 또한 국민들이 조금씩 더 내 주체적으로 나서자는 운동이니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늘상 생태운동을 말하면서 1회용 컵을 함부로 쓰고 고급 모피나 가죽 옷을 찾아 입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 해요."라는 대목에선 그녀의 진정성을 느끼며 기자는 좀 찔리기도 했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는 마을기업 인큐베이터, 김연순씨. 마을기업에 관한 모든 것은 그녀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_ 시민기자 이상호 (adonis2357@hanmail.net,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 이 글은 서울시 복지재단 블로그(http://blog.naver.com/swf1004)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