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복지] 710평 방치된 땅이 근사한 텃밭으로

2013. 5. 19. 16:06내만복 교육(아카이빙용)

710평 방치된 땅이 근사한 텃밭으로

 

30명 출자자로 시작해 협동조합으로 가꿀 주민들의 공간

도봉구 방학3동 518번지, 초당초등학교 뒤편에 710평의 방치된 땅이 있다. 사천 목씨 종친회 소유의 이 땅과 인근 폐가 주변은 버려진 쓰레기와 몇몇 청소년들의 비행으로 우범지역으로 꼽혔다. 자연히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임의로 10여명의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밭농사를 짓고 있었다.

 

<도봉구 방학3동 518번지, 710평의 땅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더미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던 곳에 3년 전부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모여 이곳을 잘 가꿔보자고 얘기를 꺼냈다.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생태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맘만 먹고 무작정 땅주인을 찾아가 이러한 뜻을 설명했다. 어차피 버려진 땅이라고 생각했는지 땅주인은 흔쾌히 승낙했다. 문제는 보증금 1,000만원과 월 30만의 임대료였다. 또 기존에 밭농사를 하던 사람들과의 갈등이었다. 땅을 정식으로 빌렸으니 무작정 나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작부터 순탄하지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2년이 흘러 지난 해 3월, 드디어 출자금과 월 회비를 고정적으로 내는 30명의 출자자를 모았다. 우선 텃밭부터 만들었다. 구청의 도움으로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땅을 골라내 30구좌의 밭을 마련했다. 원래 땅을 썼던 나이 지긋한 주민들에겐 6구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밭농사 노하우를 재능기부로 알려주기로 합의했다. 올해도 기다렸던 봄과 함께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주민들이 발길이 이어진다.

 

<뜻을 모은 주민들이 방치된 땅을 공동체 텃밭으로 꾸미고 밭을 일구느라 분주하다>

 

공동체 텃밭을 준비한 ‘도봉사람들’ 최소영씨(37세)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텃밭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한다. 또 “올해는 출자자들과 함께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내년에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텃밭뿐만 아니라 폐가를 공방으로 바꾸고,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숲속놀이터까지...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생태공동체를 꾸리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우연한 기회에 협동조합에 관한 강연을 듣고 “왠지 힘을 모으면 좋을 것 같아서” 출자자로 참여했다는 조윤희씨(47세)는 요즘 텃밭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웃으로부터 “비가 온 다음 날 땅을 쉽게 팔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른 일은 미루고 텃밭에서 곡괭이질부터 했다. 한동안 버려진 땅이라 돌 골라내기도 쉽지 않았다. 빗물이 빠질 고랑을 파는 데는 힘이 더 부쳤다. “감자를 심으려 했는데 땅을 너무 얕게 팠다.”며 다시 삽질하기를 몇 차례 한 끝에 감자와 이런 저런 씨를 뿌릴 수 있었다. 집에 돌아가서도 텃밭에 뿌린 씨가 잘 자랄지 전전긍긍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공동체 텃밭에다 숲속 공방과 숲속 놀이터를 더해 방학동 주민들의 ‘생태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_ 시민기자 이상호 (adonis2357@hanmail.net)

  * 이 글은 서울시 복지재단 블로그 (http://blog.naver.com/swf1004)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