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8. 10:23ㆍ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간밤에 대장동 꿈을 꾸었다. 요 며칠 공모지침서, 주주협약 등 당시 자료들과 씨름한 탓이다. 처음엔 ‘단군 이래 최대 공익사업’으로 여겼으나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대장동에 눈독을 들여온 민간사업자와 여기에 맞서야 할 성남시 사이 줄다리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남시를 대표했던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행은 민간사업자와 결탁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 이러면 대장동은 거꾸로 성남시가 민간사업자를 도와주고 공익을 훼손한 사건으로 바뀔 수 있다. 이 생각, 저 생각 대장동 길을 헤매다 놀랍게도 화천대유를 만났다.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는 잘 아는 사이였고 그는 무척 힘들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그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게 그냥 꿈이기를 바란다.
나는 화천대유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대장동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민관합동으로 출발했다. 대장동은 대박이 예견되는 땅이다. 최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당시 주택분양 전망이 어두웠다면서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 실태까지 보여준 건 고마운 일이긴 하다. 내가 사업의 위험을 감당했다고 응원해주니 말이다. 그런데 초점은 경기도 전체가 아니라 대장동이다. 대장동은 수도권 판교 테크노밸리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밝은 곳이었다. 당시 공모에 나섰던 세 컨소시엄 모두 사업계획서에서 대장동은 서판교 남단 지역으로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고 있지 않는가.
공공개발에서 수익은 택지를 조성하면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두 번 생긴다. 나는 두 영역에서 단군 이래 최대수익을 목표로 삼았다. 우선 성남시가 참여하는 대장동사업 범위를 택지조성으로 한정했다. 강제수용과 인허가를 위해 성남시가 필요하지만 그의 몫을 제한해야 내 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2015년 2월에 제시된 공모지침서에서 대장동사업은 택지조성과 주택분양을 포괄하는 게 원칙이었다. 다만 택지사업만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 6월 택지조성사업으로 확정되었다. 내가 주택 건설에 따른 준공 리스크, 분양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택지를 매각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실 말이 꼬이는 논리였다. 이미 나는 사업계획서에 대장동은 입지 여건이 양호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나는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이기 위해 5개 블록을 수의계약으로 확보하는 특권을 사업협약에 담았다. 주택사업 전망이 어두워 대장동사업을 택지조성으로 한정한 게 아니라 내가 주택사업 이익을 차지하도록 최종 협약이 맺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내가 택지와 주택 모두에서 대박을 치게 된 거다. 내 이익이 예상치 못한 아파트 가격 상승 덕분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일부만 맞는 말이다. 택지조성사업을 벌인 성남의뜰 이익 배당은 대부분 2018년에 이루어졌다. 대장동사업의 범위와 시기를 혼동하지 말라고 주는 조언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무리수가 동원된 건 어쩔 수 없었다. 초과이익환수 조항,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임, 성남시 이익의 고정방식 전환, 공모심사 과정 등 모두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안들이다. 다 말하고 싶지만 검찰이 수사하는 내용이라 밝히기는 곤란하다. 그래도 다들 예상하리라 본다. 공모 이후 초과이익환수 추가가 어렵다는 걸 실무자들이 왜 모르겠는가? 진실을 알고 싶다면 공모지침서 이전에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황무성 전 사장 건은 녹취록 공개로 정황이 드러났다. 대장동사업을 주택사업까지 포괄한 공모지침서는 황무성 사장 시기, 택지사업으로 한정한 최종 협약은 유동규 사장대리 시기였음을 생각하면 퍼즐이 맞아갈 것이다. 성남시 이익의 고정방식 전환도 결국 사업 위험 평가에 달린 사안인데 시가 땅을 강제수용하고 인허가까지 맡은 남판교 지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모심사 과정은 다른 두 컨소시엄이 관련된 일이라 내가 공개할 수는 없다. 검찰에 엄정 수사를 촉구하기 바란다.
참, 임대주택 이야기도 해야겠다. 알겠지만, 임대주택은 돈이 되지 않는다. 도시개발사업에서 의무 임대주택 비중이 15~35%인데 대장동은 최소 수준인 15.3%로 설계되었다. 여기서도 나와 성남시의 궁합은 잘 맞았다. 그런데 성남시가 배당금을 임대주택용지 대신 현금으로 받아가는 바람에 내가 임대주택용지를 처리해야 했고 몇 번의 유찰을 통해 최종 6.7%로 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꼼꼼한 일처리였지만 공공사업이 이래도 되는지 나도 모르겠다. 뭐 애초 대장동사업에 집없는 서민은 안중에 없었으니까. 그래도 털어놓으니 속시원하다.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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