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한국 경제 한 단계 도약을 위하여, 이재용 사면 불가

2021. 7. 24. 14:39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연속 기고-이재용 사면을 반대한다] 그래야 삼성도, 한국 경제도 경쟁력 갖출 것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정재계를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재용 사면과 가석방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평범한 직장인이 코로나19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갑자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김 부장, 이 과장이 갑자기 출근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마도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자기가 맡은 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다.

본인이 하던 일은 최대한 정리해서 다른 직원에게 넘기고,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누군가에게 권한을 위임해 둘 것이다. 본인 한 사람이 자리를 비움에 따라 회사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다 하는 것, 그게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직원이 아닌 임원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임원이 된 만큼 책임감도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직원에 비하면 실무적으로 일할 것은 상대적으로 적을지 몰라도, 결정을 해야 할 사항들이 더 많은 임원은 그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회사가 중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직원보다 더 신경 써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원격으로 결정을 하거나, 그것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면 본인 권한을 위임하는 등 대비책을 만들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산다. 

이재용 사면론? 이재용이 무책임하다는 이야기인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경제계와 정치권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마치 삼성그룹 전체가 멈춰버린 느낌이다. 이 부회장의 공석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가 걸려있는 M&A나 전략적 투자 의사결정도 이뤄지지 않고, 글로벌 스타급 인재영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동원되지 못해 글로벌 영역 확장도 이뤄지지 않고, 고객 확보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2020년 연간 매출액 236조 원, 연간 영업이익 36조 원을 낸 삼성전자가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는 회사가 됐다는 인상을 준다.

솔직히 말해보자. 그러니 이 부회장을 사면하자는 이런 주장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설립된 지 얼마 안 되는 소규모 기업 취급하는 것이다. 초창기 소규모 기업이라면 창업주나 경영진 개인 역량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을 넘어선 기업은 몇 명의 개인의 역량이 아닌 조직의 힘으로 움직인다.
삼성전자는 10만 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회사로, 반도체·휴대전화·가전제품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다. 삼성전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한 회사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10만 직원의 힘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재용 사면론'에 동원되는 논리는, 삼성전자에서 성실히 일하는 10만 직원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주장이다.

또, 이런 주장은 삼성전자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경영진 전체를 무능력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들로 취급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임감 없는 사람 취급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 연합뉴스

2020년 삼성전자 12명의 이사와 감사의 연봉 총액은 33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7억 원이었다. '이 부회장 부재 탓에 삼성전자가 멈췄다'는 건 연간 수십억 원 연봉을 받는 경영진들이 총수 지시가 없으면 회사 앞날에 필요한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삼성전자 경영진의 노력을 무시하는 억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발 양보해서 주식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법에서나 있는 말이고, 실제 기업 경영은 다르다고 해보자.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이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있다고 생각해 보면, 이 부회장 사면을 주장하는 논리는 이 부회장을 매우 무책임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된다.

총수 개인이 회사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지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들도 자신이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조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다 한다. 필요한 의사결정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하는데, 한 그룹의 총수가 자기 책임과 역할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정말 삼성그룹 총수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 감옥에 있을지라도 삼성전자 앞날을 좌우할 중요한 투자의사 결정과 같은 중요한 일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사면 주장 논리대로라면, 이 부회장이 그룹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런 무책임한 사람 탓에 회사가 멈춘다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한국 자본주의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비용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에 없기 때문에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해결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현장의 감각이라는 것도 무시하지는 못 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공석에 따른 비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비용은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꼭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자본주의는 돈 많은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공정한 경기규칙이 존재하고, 그 규칙에 따라 경쟁이 이뤄지고, 경쟁의 결과에 따라 보상받고, 규칙을 어기면 그에 따른 처벌이 제대로 내려지는 자본주의여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계기가 삼성 그룹에 그런 경쟁력을 갖출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자산을 횡령, 배임하여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상황이다. 이런 범죄가 제대로 단죄되지 않는다면, 나아가 앞으로 그런 반칙을 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2021년 한국 경제는 이 정도의 학습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 비용을 지금 지불해야 미래의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 경제 한 단계 도약을 위하여, 이재용 사면 불가

[연속 기고-이재용 사면을 반대한다] 그래야 삼성도, 한국 경제도 경쟁력 갖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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