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지금 문제 있다고 폐지하자는 건 잘못

2013. 3. 10. 16:55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2030 vs 5060]지금 문제 있다고 폐지하자는 건 잘못

     ㆍ5060 - 국민연금 논란

 

국민연금 안착 위해 노령층에게 일자리 늘리고 정년연장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지금 국민연금을 놓고 곳곳에서 성토가 벌이지고 있다. 인수위가 기름을 부었다.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 이행을 위해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에서 끌어다 쓰는 걸 검토했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했다. 미래 세대들과 저소득층 사람들이 실력행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납세자연맹이 진행하는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에 7만명이 나섰다. 국민연금의 앞날에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 13일 오후 국가인권위에서 경실련이 주최한 ‘국민연금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기초연금 보장을 위해 성격이 전혀 다른 국민연금을 빼다 쓰려 했던 행동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재원대책이 부실했던 박 대통령 진영의 피할 수 없는 혼선이다. 박 대통령은 5년 동안 필요한 재정으로 제시한 135조원 가운데 60%는 아껴 쓰고 40%는 비과세 감면과 세목 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비현실적인 방안을 내어놓은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공약 이행’이 얼마나 공허한가 하는 것을 인수위가 제대로 보여줬을 뿐이다.

국민연금은 복지국가 제도가 보잘 것 없고 복지이념에 대한 의식 공유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노후대책을 넘어 사회안전망 역할까지 담당하는 보기 드문 장치다.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움직임은 정서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면도 있지만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가 선택할 방안은 전혀 아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지금 노년 세대보다 훨씬 더 긴 수명을 누릴 것이 분명하고, 그런 만큼 훨씬 탄탄한 노후대책이 사회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지금 국민연금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폐지하는 결정을 해버린다면 지금 젊은 세대의 노후대책은 무엇으로 책임을 지겠는가? 국민연금 폐지는 방향을 완전 잘못 잡았다. 일자리 나누기와 비정규직 해소, 소득 불평등 구조 타파 등 사회·경제개혁을 통해 올바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래 가입의 강제성, 부과의 형평성, 기금 운영의 민주성 등으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구체적 대책도 없었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연금 고갈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터져나왔음에도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설득력 있는 대책을 내어놓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연금 운영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인 국민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이건 사실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이 국민연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운영에 직접 참여하려는 의지를 얼마나 보였는지가 중요한데, 그동안 눈에 띄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노령층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년을 연장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연금 지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늦추는 논의를 진행하고, 기금 운영을 투명하게 하며 지출개혁과 증세를 통해 복지재정을 확보해 나간다면 연금 고갈의 위험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지금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생겼을 때 공동체의 발전과 상생을 위한 긍정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국민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소중한 국민연금을 지켜내자.

최창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