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일본은 왜 소비세를 올렸을까

2019. 10. 28. 16:42내만복 활동(아카이빙용)/언론 기고

 

  •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소비세 인상은 정치적으로 유리한 정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복지 확대를 위해 소비세율을 10%로 올렸다. 한국도 포용적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복지목적세를 도입해야 한다.

 

 

10월1일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렸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의 공약대로 인상을 단행했다. 아직 초기라 경제적 영향 평가는 이르지만 우리가 눈여겨볼 중요한 대목이 있다. 바로 세금과 복지를 결합하는 ‘복지 증세’이다.

 

소비세를 올리는 당일, 일본에서 무상보육이 시작되었다. 이날부터 3~5세 유아의 수업료가 무상화되고, 저소득층 가정의 0~2세 영아에게도 보육료가 지원된다. 내년 4월부터는 대학 학비도 감면될 예정이다.

 

이는 2012년 소비세율 인상을 결정할 때 이미 정해진 방식이다. 당시 민주당 정부는 소비세율 5%를 1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회보장·조세 일체 개혁’을 내세웠다. 소비세 인상분 5%포인트 세입을 보육 지원, 장기요양 강화, 기초연금 국고 지원 등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복지목적세화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창한다. 기초연금도 인상하고 아동수당도 도입하고 국공립 보육시설도 확충하며 고교 무상교육도 시작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복지 확대를 자랑하면서 증세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아예 ‘중산층과 서민들 증세는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이며, 증세를 하더라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핀셋 증세로 한정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어디서 복지 재정을 마련하겠다는 건가? 대통령 선거운동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해 10년간 100조원의 공공투자를 벌이겠다는 ‘J노믹스’를 주창했건만 이제는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대선 공약집에는 주로 기존 지출을 절감해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나와 있으나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어디서 얼마를 절감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당선 이후에는 세입 호황이 예상되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급히 주요 재원을 초과 세수로 수정했다. 초과 세수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무척 운이 좋은 정부이지만 초과 세수 행진도 올해 그쳤다.

 

이제는 어떤 재원이 있을까? 국채 발행 카드가 나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내년에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2조원(GDP 3.6%), 2023년에는 90조원(GDP 3.9%)에 달한다. 아직 국가부채 여력이 있으니 국채를 통해 복지 확대를 포함해 확장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구상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동의한다. 국채 이자율 이상의 사회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국채 발행도 괜찮다. 하지만 시작하면 계속 지출해야 하는 복지정책의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매년 충당할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국채에 의존하더라도 안정적 재원인 세금을 확충해야 하건만 오히려 작년부터 조금씩 감세가 진행 중이다. 올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약 20%로, OECD 평균 25%와 비교하면 부족액이 연 100조원 규모이다. 정부가 임기 말까지 설정한 조세부담률 목표가 19.2%이니 그야말로 ‘증세 없는 포용복지’이다.

 

 

소득 따라 누진적 설계하면 서민 증세 논란도 극복

 

 

일본 정부는 왜 소비세를 올렸을까(이번 인상 몫은 복지 확대와 국채 상환에 절반씩 사용된다). 정치적으로 유리한 정책이 아님에도 말이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반대했다. 2012년 여당 시절(당시 당명은 민주당) 지금의 소비세 10% 인상안을 성사시켰던 정당이 야당이 되니 증세 반대로 돌아섰다. 여야 지위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는 모양은 우리나라에서도 보는 일이다. 그래도 집권당이라면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자이기에 불편한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처럼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재정정책의 기수를 확장적 방향으로 틀었다. 우리나라 재정 운용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4% 수준까지 감수하겠다는 건 상당한 전환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대통령이 설정한 ‘증세 장벽’은 그대로이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창한다면 이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 복지에만 사용하는 목적세를 도입해 복지국가로 나가자고 제안하라.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설계하면 서민 증세 논란도 넘어설 수 있다.

 

 

* 출처 : 시사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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