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 18:52ㆍ내만복 교육(아카이빙용)
도봉구민 51.2% 복지확대 위해 세금 더 내겠다
도봉구 주민 300명, 세금과 복지 인식조사 결과
_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사무국장 이상호
새해 첫날, 경향신문이 우리 국민 중 52.8%가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믿기지 않았다. 요즘 연말정산 서류를 꼼꼼히 챙기며 한푼이라도 자신이 낸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애쓰는 직장인들은 '유리 지갑'을 한탄하고 있었다. 간판을 계속 바꿔다는 동네 상가의 사장님들은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적이 없다', '건강보험료는 왜 그렇게 많이 떼가냐?'며 하소연이다. 세금에 대한 불신이 만만치 않았다.
줄곧 바닥 민심이 이러한데 세금을 더 내겠다니...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우리 동네에 살거나 일하는 주민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지역 사회복지상담소인 '도봉민생상담소'와 도봉구 마을신문 '도봉N'과 함께 도봉구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기획부터 결과를 내는 과정까지 한달동안 '세금과 복지에 관한 도봉주민 인식조사'를 했다. 결과는 경향신문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52.8%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도봉구 주민의 절반이 넘는 51.2%가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고 했다. 의외였다.
다음달부터 확대되는 만 3~5세 미취학 영유아 누리과정 신청이 이달 4일부터 시작이다. "사실상 무상보육의 시대가 열렸다."고 정부가 선언했지만 이를 위한 재원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구청은 아직 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들떠있다. 엄마들도 이리 저리 알아보느라 바빠졌다. 기초노령연금을 두배로 올리겠다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포퓰리즘'이라며 공약을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저런 복지 욕구는 높아지는데 이를 위해 과연 누가 낼 것인가는 아직 안개속이다. 도봉구 주민들은 세금을 더 낼 맘이 있을까? 더욱 궁금해졌다.
예비 사회복지사인 ㅈ씨와 열흘을 넘게 동네를 누비며 300명을 만났다. 모처럼 맞은 한파에 마냥 길거리에서 설문지를 받긴 어려웠다. 컴퓨터 수리점, 미용실, 떡집, 노인복지관, 시민단체, 동사무소, 구청, 작은 주민모임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문을 모았다. 도봉N을 받아보는 주민들의 관계망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300개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결과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의뢰(유동호 연구원,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해 통계 분석을 마쳤다. 처음 질문지 검토와 전체 과정에 대한 자문은 조수진 변호사(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팀장)의 도움을 받았다.
도봉구 주민의 51.2%가 복지 확대를 위해서라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는 의견 48.8%보다 다소 우세했다. 도봉구 주민은 복지 증세에 긍정적이었다. 앞선 경향신문 국민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지난 달 18일,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국민이 43.1%, ‘1~5% 정도 증세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35.9%로 복지 증세에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었다.
<복지 확대위해 세금 더 낼 의향 있나>
추가 세금 부담은 오히려 소득이 낮을수록 부정적이었다. 연간소득 2,000만원 이하의 도봉구 주민 105명중 48명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을 한 반면 ‘아니다’라는 응답은 57명으로 더 많았다. 하지만 연간소득 2,000~4,000만원 사이 응답자 138명 중, 더 낼 수 있다는 의견이 73명, ‘아니다’는 65명이었다. 4,000~8,000만원 사이 응답자도 이와 비슷했다. 다만 연간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응답자 13명 중에 9명은 증세에 반대했다. 이는 자신이 이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복지 확대를 위해 올려야 하는 세목으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부과하는 재산세가 49%, 법인세 22.8%, 소득세 21.4%, 부가가치세 등의 소비세 6.9% 순으로 답했다. 근로소득에 부과하는 소득세보다는 그렇지 않은 재산세를 먼저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소득세를 올린다면 상위 1% 부자에게 더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응답이 59.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간층부터 소득에 따라 누진적으로’ 내야한다는 의견이 30.8%,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이 더 내야한다’가 7% 순이었다.
사회복지세 신설 찬성, 건강보험료 인상도 긍정적
만약 사회복지에만 쓰도록 하는 세금인 ‘사회복지세’를 새로 만든다면, 찬성한다는 응답이 69.6%로 압도적이었다. 반대 의견은 30.4% 에 불과했다. 또 ‘병원비 부담을 덜기위해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낼 의향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53%가 찬성해 반대 47%보다 높았다.
현재 부담하는 세금에 비해 복지혜택을 어느 정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의견이 엇갈렸다. 도봉구 주민 27.6%만이 ‘자신이 세금을 많이 내고있다’고 생각하지만(적게낸다 8.3%) 이에 비해 복지혜택은 59.1%가 ‘적게받고 있다고 생각’했다.(많이받는다 4%) 세금 부담에 비해 ‘복지 체감도’는 낮다는 의미다.
지금은 세금에 비해 복지혜택을 적게 받는 것 같지만 그래도 복지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은 있다는 결론이다. 체감하는 복지수준을 높이면서 지역에서도 이제 조심스럽게 증세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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